[한삼희의 환경칼럼] '가습기 폐렴 2만명 사망說'의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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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가습기 폐렴 2만명 사망說'의 검증

최예용 0 5610
선일보 2016년 11월3일자 

노출된 가습기 피해자, 주로 산모와 아기들… 폐섬유증으로 사망
노인 폐렴 환자들은 가습기 탓이더라도 고령이라 그리됐거니 묻혀버린 게 대다수


최순실 사건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얼마 전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충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환경독성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 특별 세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1995~2011년 시기 동안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렴 사망자가 2만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10월 말까지 정부 기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접수된 건수는 5060명에 달했다. 이 중 사망자는 1055명이다. 이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주로 아기와 산모가 많았다. 엄마와 아이들이 집안에서 장시간 가습기를 틀어놓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7월 발간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22년의 기록'이란 책자도 "(피해는) 영·유아와 산모에 집중"이라고 돼 있다. 2013년 4월까지 환경보건시민센터로 접수된 피해자 357건을 분석해본 결과 0~4세까지 피해자가 94명(사망 60명)이었다. 반면 10대 피해자는 17명(사망 3명), 20대 8명(사망 6명)이었다. 그것이 출산 연령대인 30대로 올라서면 갑자기 74명(사망 12명)으로 급증하더니 40대·50대는 20명대, 60대·70대는 10명대로 떨어졌다.

이 통계에 함정이 있다는 것이 임 교수 주장이다. 바로 노인 폐렴 환자들 문제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주로 허파 끝 부분 폐포가 굳어버리는 폐섬유증이 있는 경우들이다. 폐섬유증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을 때만 나타나는 특이 증상이다. 이와 달리 폐렴 같은 질환은 대기오염, 흡연 등 요인에 의해서도 발병한다. 임 교수 설명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면역세포(T-cell)를 공격해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말하자면 폐렴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그래픽=오어진, 김충민 기자
그런데 고령층 사망자 가운데는 사인이 폐렴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통계청 2015년 사망 통계 자료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폐렴 사망자가 40대·50대만 해도 1.7명, 5.3명이었다. 그런데 60대는 18.7명, 70대 115.2명, 80대 이상은 727.5명이나 됐다. 70대 이상에선 폐렴 사망자가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에 이어 넷째로 많다. 그러다 보니 노인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렴에 걸려 사망했더라도 노인이라 그리됐거니 하고 묻혀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연령대 폐렴 사망자는 2005년 10만명당 8.5명이던 것이 2015년 28.9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엔 고령화 탓이 클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시판됐던 1995년 폐렴 사망자 수는 2000명 정도였다. 이것이 2011년에는 7000명을 넘어섰다. 이 기간 폐렴 사망자 총 숫자는 7만명쯤 된다. 임 교수는 이 가운데 2만명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라고 추정했다.

임 교수는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 400여명의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해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가습기 살균제 노출 시점과 폐렴 증상 발현 시점에 대한 분석을 통해 폐렴 사망자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기여율을 29%로 잡은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노출 비율은 서울대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질병관리본부 등의 조사를 인용해 전 인구의 20%로 잡았다.

임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조심스러워 했다. 정밀한 역학조사나 독성학적 분석을 거친 결론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OECD 선진국 대부분이 2000년대 들어 폐렴 사망자 숫자가 줄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늘어난 것은 유의해봐야 한다. 노인층을 중심으로 굉장히 많은 숫자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은 맞는 것 같다. 노인들이라서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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