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의 진실4] 가습기 살균제, SK 책임은 없나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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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08:47
가습기 살균제, SK 책임은 없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국민 알 권리 막은 허술한 성분 표시
프레시낭 2016 5 18
1994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첫 시판됐다. 그 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단적으로 물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때까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 물질 성분이 무엇인지 의사는 물론, 독성학자, 환경보건학자, 산업보건학자, 화학자 등 전문가들도 17년간 두 눈 뜨고도 몰랐다.
아이들과 임산부가 집단적으로 죽고 난 뒤 희대의 이 연쇄 사망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추적하기 위한 역학 조사를 정부와 전문가들이 뒤늦게 부랴부랴 벌이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치명적인 화학 물질이 들어있었음을 알아차렸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몰랐다고 해서 모두가 몰랐던 것은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는 살균제 성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은 매스컴에서 하도 떠들어 거의 상식에 가까운 이름이 된 폴리헥사메틸구아니딘(PHMG), 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리논(MIT) 혼합물 등이 바로 범죄자들이다.
그리고 이제야 이들을 범죄 현장으로 내몬 '살인 교사' 기업들이 단죄의 단두대에 하나둘씩 오르기 시작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이처럼 오랫동안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까마득하게 몰랐던 까닭은 옥시레킷벤키저 등 그 어느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도 제품에 성분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HMG를 개발, 생산한 에스케이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심각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만들어 구매자에게 전달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관련 내용이 들어 있었다.
에스케이케미칼은 적어도 2003년에는 PHMG가 흡입 독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는 다시 말해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미세한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뿌려지는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뜻했다.
에스케이케미칼 관련 기업인 에스케이글로벌은 2003년 PHMG 원료를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 수출하려 했다. 호주의 유해 물질 관리 기관인 국가 산업용 화학 물질 등록-평가 기관(NICNAS, 닉나스)은 에스케이글로벌에 흡입 독성을 포함한 PHMG의 독성 자료를 요구했다. 에스케이글로벌은 흡입 독성이 포함된 독성 자료를 제출했다.
닉나스는 이를 바탕으로 "PHMG는 흡입 독성이 있고 상온에서 분말 형태로 존재하여 비산 시 호흡기 노출 가능성 때문에 이를 취급하는 노동자는 반드시 보호 장비, 즉 특수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에스케이케미컬은 자신들이 생산해 파는 PHMG가 어디에 쓰이는지, 즉 흡입할 가능성이 있는 용도로 쓰이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판매 때 절대로 그런 용도로 사용하지 말도록 강력 경고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료를 대량으로 파는 회사는 자신들의 원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 말로 매우 이상한 일이다. 에스케이케미컬의 이런 행태는 검찰 수사로 어느 정도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옥시, 라벤더 향으로 살균제의 독성을 감추다
기업들이 이렇게 생산, 판매 등 무책임하게 영업을 했더라도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들어간 성분들에 대해 표시제를 의무적으로 하게끔 했더라면 오늘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성분이 표시됐더라면 소비자 단체, 환경 보건 단체, 전문가, 대학교수 등 가운데 누군가는 국내외 문헌을 통해 성분의 안전성 등을 적어도 한번은 검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이 안전함을 강조하며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광고, 홍보하는 바람에 가습기 살균제를 접하거나 구입하는 사람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최고의 살인마가 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어떤 식으로 선전하며 팔았는지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통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들이 쓰여 있다.
"가습기 청소를 간편하게~살균 99.9%-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relaxing 라벤더향."
이 문구만 보면 누구나가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했을 법하다. 더구나 라벤더 인공향을 넣었으니 이 향에 취한 소비자들은 몸에 좋겠거니 생각했을 터이다. 실제로 만나본 많은 피해자들도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
한데 사용상의 주의 사항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십시오. 용도 이외에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마시거나 피부에 닿거나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흐르는 물로 잘 씻어낸 후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피부가 민감하신 경우에는 사용 시 고무장갑을 사용하십시오."
이 내용은 안전한 물질에 대해 쓰는 표현이 결코 아니다. 독성이 있는 물질에 대해 쓰는 표현이다.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과 사용상 주의사항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옥시(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가 살균제 PHMG의 유독성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완전 범죄는 없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수많은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은 옥시를 비롯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기업은 이런 식으로 유죄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검찰은 이를 잘 추스르고 꿰어 단죄의 단두대에 올려 국민 심판을 받게 하면 된다.
옥시 등 '품명-살균제, 성분-살균제'로 소비자 우롱하는 표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는 '품질 경영 촉진법에 의한 품질 표시' 란에 "품명 : 가습기용 살균제 성분 ; 살균제"라고 표시해놓았다. 품명과 성분에 똑같은 표현을 한 것은 뭔가 이상하다. 성분에는 진짜 성분, 즉 화학 성분을 표시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살균제 대신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고 표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런 표현을 하면 기업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가?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관료들, 그리고 이와 짝짜꿍이 된 국회의원들이 공산품 관련법에 구체적인 성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것이 바로 이런 결과를 낳았다. 국민의 알 권리, 나아가 건강권을 위해 제품에 성분 표시만 제대로 하게 했더라도 재앙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더는 소를 도둑맞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필요한 생활용품에 대해서는 식품이나 화장품처럼 전면적인 성분 표시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각종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어떤 화학 물질 제조, 유통 업체가 있는지도 취급하는 양에 상관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이런 정보를 시민들이 손쉽게 알 수 있도록 예산을 들여 사이트를 구축하고 적극 홍보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제2의 바이오사이드(살생물제) 연쇄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다.
아이들과 임산부가 집단적으로 죽고 난 뒤 희대의 이 연쇄 사망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추적하기 위한 역학 조사를 정부와 전문가들이 뒤늦게 부랴부랴 벌이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치명적인 화학 물질이 들어있었음을 알아차렸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몰랐다고 해서 모두가 몰랐던 것은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는 살균제 성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은 매스컴에서 하도 떠들어 거의 상식에 가까운 이름이 된 폴리헥사메틸구아니딘(PHMG), 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리논(MIT) 혼합물 등이 바로 범죄자들이다.
그리고 이제야 이들을 범죄 현장으로 내몬 '살인 교사' 기업들이 단죄의 단두대에 하나둘씩 오르기 시작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유해 성분 표시 전무-전문가들도 무심코 지나치게 만들어
① '악마의 변호사' 김앤장, 이렇게 움직였다
② 나는 악마와 거래한 '청부 과학자'입니다!
③ 가습기 연쇄 살인범, 환경부 탓에 놓칠 뻔!
정부와 전문가들이 이처럼 오랫동안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까마득하게 몰랐던 까닭은 옥시레킷벤키저 등 그 어느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도 제품에 성분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HMG를 개발, 생산한 에스케이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심각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만들어 구매자에게 전달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관련 내용이 들어 있었다.
에스케이케미칼은 적어도 2003년에는 PHMG가 흡입 독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는 다시 말해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미세한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뿌려지는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뜻했다.
에스케이케미칼 관련 기업인 에스케이글로벌은 2003년 PHMG 원료를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 수출하려 했다. 호주의 유해 물질 관리 기관인 국가 산업용 화학 물질 등록-평가 기관(NICNAS, 닉나스)은 에스케이글로벌에 흡입 독성을 포함한 PHMG의 독성 자료를 요구했다. 에스케이글로벌은 흡입 독성이 포함된 독성 자료를 제출했다.
닉나스는 이를 바탕으로 "PHMG는 흡입 독성이 있고 상온에서 분말 형태로 존재하여 비산 시 호흡기 노출 가능성 때문에 이를 취급하는 노동자는 반드시 보호 장비, 즉 특수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에스케이케미컬은 자신들이 생산해 파는 PHMG가 어디에 쓰이는지, 즉 흡입할 가능성이 있는 용도로 쓰이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판매 때 절대로 그런 용도로 사용하지 말도록 강력 경고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료를 대량으로 파는 회사는 자신들의 원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 말로 매우 이상한 일이다. 에스케이케미컬의 이런 행태는 검찰 수사로 어느 정도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옥시, 라벤더 향으로 살균제의 독성을 감추다
기업들이 이렇게 생산, 판매 등 무책임하게 영업을 했더라도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들어간 성분들에 대해 표시제를 의무적으로 하게끔 했더라면 오늘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성분이 표시됐더라면 소비자 단체, 환경 보건 단체, 전문가, 대학교수 등 가운데 누군가는 국내외 문헌을 통해 성분의 안전성 등을 적어도 한번은 검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이 안전함을 강조하며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광고, 홍보하는 바람에 가습기 살균제를 접하거나 구입하는 사람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최고의 살인마가 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어떤 식으로 선전하며 팔았는지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통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들이 쓰여 있다.
"가습기 청소를 간편하게~살균 99.9%-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relaxing 라벤더향."
이 문구만 보면 누구나가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했을 법하다. 더구나 라벤더 인공향을 넣었으니 이 향에 취한 소비자들은 몸에 좋겠거니 생각했을 터이다. 실제로 만나본 많은 피해자들도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
한데 사용상의 주의 사항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십시오. 용도 이외에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마시거나 피부에 닿거나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흐르는 물로 잘 씻어낸 후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피부가 민감하신 경우에는 사용 시 고무장갑을 사용하십시오."
이 내용은 안전한 물질에 대해 쓰는 표현이 결코 아니다. 독성이 있는 물질에 대해 쓰는 표현이다.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과 사용상 주의사항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옥시(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가 살균제 PHMG의 유독성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완전 범죄는 없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수많은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은 옥시를 비롯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기업은 이런 식으로 유죄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검찰은 이를 잘 추스르고 꿰어 단죄의 단두대에 올려 국민 심판을 받게 하면 된다.
옥시 등 '품명-살균제, 성분-살균제'로 소비자 우롱하는 표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는 '품질 경영 촉진법에 의한 품질 표시' 란에 "품명 : 가습기용 살균제 성분 ; 살균제"라고 표시해놓았다. 품명과 성분에 똑같은 표현을 한 것은 뭔가 이상하다. 성분에는 진짜 성분, 즉 화학 성분을 표시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살균제 대신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고 표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런 표현을 하면 기업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가?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관료들, 그리고 이와 짝짜꿍이 된 국회의원들이 공산품 관련법에 구체적인 성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것이 바로 이런 결과를 낳았다. 국민의 알 권리, 나아가 건강권을 위해 제품에 성분 표시만 제대로 하게 했더라도 재앙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더는 소를 도둑맞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필요한 생활용품에 대해서는 식품이나 화장품처럼 전면적인 성분 표시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각종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어떤 화학 물질 제조, 유통 업체가 있는지도 취급하는 양에 상관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이런 정보를 시민들이 손쉽게 알 수 있도록 예산을 들여 사이트를 구축하고 적극 홍보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제2의 바이오사이드(살생물제) 연쇄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