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물 "저는 아이를 잃은 죄인입니다
엄마의 눈물 "저는 아이를 잃은 죄인입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들, '옥시' 항의 방문
베이비뉴스 2015 4 28
“아이를 잃은 죄인입니다. 길을 걸어도, 웃어도, 밥을 먹어도 죄인 엄마입니다.”
28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있는 IFC 빌딩 앞에서 ‘옥시 OUT’이라는 노란색 플래카드를 들고 말을 이어가던 최지연 씨는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최 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생긴 질병으로, 아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2007년 태어난 첫째 아이는 그해 가을부터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폐 손상을 입었다. 최 씨는 이날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연 옥시레킷벤키저 항의방문 기자회견에 참석해 줄곧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지켰다.
최 씨는 “저희 아이는 화차한 봄날 생일에 떠났다. 옥시 사옥 앞에 서니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난다. 저는 저희 아이 목숨을 앗아간 옥시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아이의 목숨값을 구걸하러 온 게 아니라 진정한 옥시의 사과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최 씨를 비롯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대다수가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삭 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사망하거나 피해를 입었다. 가습기살균제 1, 2차 피해조사 대상자 540명 중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1단계와 가능성 높음인 2단계를 받은 판정자는 모두 221명(1차판정 168명, 2차판정 49명, 2차 재심 4명)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정부지원대상자 221명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80%인 177명이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사망자 92명 중에서는 77%인 71명이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타제품 중복사용 포함)했다.
정부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의료비 및 장례비를 가해기업에게 받아내기 위해 구상금을 청구한 소송 자료를 보면 2014년 7월 현재 전체 구상금은 13개 기업에 22억 4285만원이다. 이중 옥시레키벤키저는 16억 5900만원으로 가장 많으며, 애경산업 4억 8100만원, SK케미칼 3억 7200만원, 홈플러스 3억 4000만원, 롯데쇼핑 3억 2200만원 등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승목 씨는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해매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만든 기업이지만 이 순간까지 어떠한 사과도 하고 있지 않다. 지금도 김앤장을 앞세워서 개별 소송해라,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며 “3살이던 내 딸은 옥시 제품을 쓰고 갑자기 폐가 굳어 한 달 만에 사망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100명이 넘게 죽은 대한민국 최대 환경재난 피해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되지 못한 채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했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피해가족 이세섭 씨는 “옥시로 인해 가족 전체가 아픔, 피해를 겪고 있는데, 그에 대한 사과도 없이 떳떳이 장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됐느냐. 진실은,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늦었지만 늦게라도 사과하고 진정어린 보상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 살균제로 아내와 아이를 잃은 피해가족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향후 가해기업의 책임을 묻기 위해 피해자 전원의 법적 소송제기, 옥시제품 불매운동, 옥시레킷벤키저 영국본사 항의방문, 옥시레킷벤키저 서울사무소 앞에서의 1인시위 등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