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의 세상탐사] 두 얼굴의 '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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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세상탐사] 두 얼굴의 '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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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세상탐사] 두 얼굴의 '옥시'

내일신문 2013년 11월 8일자

우리나라에서 옥시레킷벤키저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옥시'란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살균제 세제 탈취제 등 각종 생활화학용품을 만들어 파는 이 회사는 특히 세제 부문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영국계 회사인 옥시레킷밴키저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승승장구하며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그 여세를 몰아 '스트렙실' '개비스콘'과 같은 기관지·소화기계 질환 치료제를 선보이며 대대적인 광고 공세와 함께 의약품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없는 가정은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레킷벤키저는 지난 2001년 동양화학그룹의 계열사이던 옥시의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하여 옥시레킷벤키저란 유한회사로 한국에 발을 디뎠다. 당시 옥시는 세탁표백제 '옥시크린'과 습기 제거제인 '물 먹는 하마' 브랜드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특히 옥시크린은 대한민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세탁표백제의 대명사로 통한다. '물먹는 하마'도 제습제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옥시크린'과 '물 먹는 하마'로 대표되는 옛 옥시의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다보니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옥시'를 한국기업으로 잘못 알고 있다.

이제는 '옥시'의 모기업이 된 레킷벤키저는 영국의 종합 생활용품 업체로 위키백과에서도 자세하게 소개할 정도로 세계적인 회사다. 1999년 영국의 레킷앤드콜먼과 독일 벤키저가 합병해 탄생했다. 두 회사는 19세기 전반부터 이어져 온 200년 전통의 회사였다. 현재 세제·방향제·위생용품 분야의 세계적인 업체 중 하나다.

대표적인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어린이를 구하자(Save the children)'란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이 캠페인은 2012년에만 전 세계 가난한 어린이 32만5000명과 그 가정에 도움을 주었으며 지금까지 90만명의 소외계층 어린이를 도왔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한국의 옥시레킷벤키저 홈페이지를 클릭해보면 환경보호 활동도 강조하면서 첫 화면에 배치해놓았다.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인 바트 베츠는 "본 캠페인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리는 세계 최초의 환경 캠페인입니다. 비록 전 세계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환경에 도움이 될 무엇인가를 실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레킷벤키저 제품에 명시된 가이드라인을 실천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에너지와 물, 돈을 절약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만약 소비자들이 이 회사의 홍보선전과 홈페이지만 보면 어린이와 지구 환경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기업으로 알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회사가 보인 행태를 보면 이는 진심이 담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옥시'는 대한민국 어린이와 임산부 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대표적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회사이다. 피해자들은 회사가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안내에 따라 안전성을 믿고 사용하다 재앙을 당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건의 원인이 밝혀진 지 2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문전박대를 일삼은 기업이다.

피해자들에게 마음깊이 죄책감 느껴야

샤시 쉐커라 파카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그동안 국회 출석 요구를 몇 차례나 묵살하다 이번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지난 1일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통 받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원을 필요로 하는 개인 및 가족들을 위해 50억원 규모의 지원기금을 인도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분개했다. 그동안 '옥시'의 민낯을 똑똑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발언은 회사의 이미지 훼손을 뒤늦게나마 취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옥시'와 레킷벤키저는 두 얼굴의 기업일 뿐이다. 억울하게 죽고 고통을 당하고 있는 어린이 등 대한민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그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죄책감을 느낄 때 비로소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이 벗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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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8일 현재 옥시레킷벤키저 홈페이지 http://www.oxy.co.kr/ 에 띄워져 있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공지물과 환경캠페인 관련 내용들. 옥시 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사망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이따위 공지물을 올려놓고  환경보호 운운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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