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논란2] "더 강한 외국규제는 지키면서 국내규제만 못지켜?"

가습기살균제피해
홈 > Hot Issue > 가습기살균제피해
가습기살균제피해

[화평법논란2] "더 강한 외국규제는 지키면서 국내규제만 못지켜?"

최예용 0 4428

'화평법 흔들기'에 성난 의원들 "국회로 가져와!"

프레시안 화평법 시리즈기사 두번째, 2013년 9얼 18일자

국회가 입법한 화학물질 규제 법안에 대해 재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화학물질 규제 법안은 127명의 사망자를 낳은 이른바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국회에서 입법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재계의 반발과, 이에 장단을 맞추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화학물질 규제 법안은 2015년 1월부터 시행되는 '유해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 등 2가지를 말한다. 그러나 경제계는 시행령 등을 통해 규제를 최대한 약화시키려 하고 있고, 이 가운데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6일 언론사 산업부장단 간담회에서 "시행령을 통해 연구개발(R&D)용 화학물질은 등록을 면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반발은 집요하다. 한 경제신문은 화평법, 화관법을 '기업 죽이는 법', '경기회복의 복병'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지난 2일에 이어 12일에도 회의를 열고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화평법 등은 기업 현실에 맞지 않고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화평법 논란
127명 사망했는데 전경련은 여전히 '규제 완화' 타령

② '화평법 흔들기'에 성난 의원들 "국회로 가져와!"

③ "화평법이 경기회복 복병?"…재계 나팔수된 경제지들


"화평법이 EU보다 규제 심하다는 건 거짓말…그럼 EU수준으로 할래?"

환노위 소속인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재선, 경기 고양덕양갑)는 이같은 반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심 원내대표는 17일 "화평법 규제는 유럽연합(EU)의 신화학물질제도(REACH)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산업계는 화평법이 유럽의 REACH보다 강해 산업계를 죽인다고 주장하는데, 정말로 그렇다면 화평법을 폐기하고 유럽의 REACH로 바꿀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화평법은 EU의 REACH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법보다 낮은 수준"이며 "시행시기도 EU는 2007년, 일본은 2010년, 중국은 2011년 이미 시행하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2015년이 돼서야 시행될 예정으로 이미 한참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또 "산업계는 화평법에서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등록하도록 한 것이 산업계를 죽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중국 역시 1톤 미만의 신규 화학물질도 간이 독성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도 이 규제에 따라 산업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화평법보다 규제가 강한 유럽과 중국의 화학물질 규제를 지키면서 '화평법이 기업을 죽이는 법'이라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심 원내대표는 "화학물질제도의 핵심은 '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 부분과 화학물질 위험정보 교환 시스템"이라며 "국민들이 정확하게 이 부분을 알면 화평법을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할 것이고, 화평법을 더 강화하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국회를 통과한 화평법이 정부가 준비해온 법안보다 훨씬 강화된 법안이라는 산업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기존 정부 입법예고안에 비해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이라고 했었다.

"영유아, 산모를 화학물질 실험대상으로 삼겠단 것…부도덕한 경영 태도"

지난 10일에는 제1야당인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따끔한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노동담당 원내부대표인 은수미 의원(초선, 비례)은 회의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의 '화평법 흔들기'에 대해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아직 1년도 채 안 됐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27명이 사망한 사건의 현재 진행형 교훈을 산업계는 잊었는지, 사람보다 기업 이익이 우선인지 묻고 싶다"고 했었다.

은 부대표는 17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의원 197명의 압도적 동의로 통과된 법을 대기업이 흔들면서 서민을 죽이겠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업계의 반발을 "국민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입법을 '기업에 대한 규제'로만 보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라며 "하반기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겠다"고 경고했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장하나 의원(초선, 비례)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구미 불산 누출 등 연쇄적 화학사고로 인해 기업의 화학사고 책임을 강화하라는 것은 국민적 요구"라며 "그런데 적반하장 격으로 지금 기업들이 화학물질 관련법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는) 비용 절감과 판매수익 증대를 위해 노동자와 주민, 소비자들과 영유아 및 산모들을 화학물질의 실험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의 이러한 부도덕한 경영태도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장 의원은 "우리 국민의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성은 높아졌는데 기업들은 국민 인식의 발끝에도 못 따라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화평법은 "이미 환경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REACH보다 훨씬 못 미친 수준으로 만든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안) 심사과정에서부터 재계와 경제지들은 계속 딴지를 걸더니 급기야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 제정 시점에서 집중 대응을 하고 있다"며 "이는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윤성규 장관, 법률을 시행령으로 고쳐? 그럴 거면 국회로 가져오라"

윤성규 장관의 16일 간담회 발언도 성토 대상이 됐다. 은수미 의원은 윤 장관이 'R&D 목적의 화학물질은 등록을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법률상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법률상 안 되는 것을 시행령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하느냐. 그럴 거면 법을 개정해야 하니 국회로 가져오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행정부의 장관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헌법 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환경부가) 산업부와 기업체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주관부처로서 법 시행과 제도 안착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법의 취지와 위배되는 시행령으로 화평법의 손발을 묶겠다는 것이다. 대단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 역시 "환경부는 산업계의 압력에 의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R&D용 화학물질의 등록 면제 계획"이라며 "이미 R&D용 화학물질은 '보고'를 면제하는 등 규제 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등록' 면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장 의원은 "(법에 따르면) 등록 면제 대상은 기계에 내장돼 있거나 고체 형태의 제품에 함유된 물질 등 '유출 가능성이 없는 화학물질'에 한한다"면서 "하지만 R&D용 화학물질은 충분히 실험 과정에서 외부로 유출될 수 있으며 연구조사를 실행하는 연구원들도 그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 심상정 의원은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면제 조항을 둘 수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아주 엄격해야 한다. R&D라는 명목으로 화학물질을 산업공정에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두었다. 그는 "'연구실 밖'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R&D용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게 규정돼야 하며, 이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평법 시행령 협의에 '가습기살균제 판매업체' 참여…"어불성설"

한편 환경부가 화평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회에 가습기살균제 판매 업체인 '애경'이 산업계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는 16일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은수미 의원은 "희한한 일"이라고 탄식하며 "사망(사건의) 대책위원회에 가해자를 넣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뻔뻔함을 넘어섰다.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애경이 업계를 대표해서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애경은 소송과 별개로, 공식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애경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더라도, 자사 제품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도의적 책임을 다 해야 한다. 애경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이라고 보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 역시 "최근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화학물질 사고의 가해 당사자이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애써 왔던 무책임한 기업이 화학물질 관리 책임을 논하는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장 의원은 "최근 가장 최대의 화학물질 사고는 바로 가습기살균제 집단 폐손상"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생활화학제품의 대규모 치사사건으로 400여 명 이상의 피해사례가 접수됐으며 127명 사망, 이 중 57%가 영유아 사망자"라고 전사(前史)를 다시 상기시켰다. 그는 "누구나 마트에서 이 화학제품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충격은 엄청났다. 그런데도 가해 기업들은 원인이 밝혀진 지 2년이 넘도록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대형 법무법인을 동원해 책임 면피에 급급하고 있다"며 앞서 애경 측이 '우리는 판매만 했을 뿐 제조사는 아니지 않느냐'는 태도를 보인 것을 간접 비판했다.
화평법 시행령 협의에 '가습기살균제 판매업체' 참여…"어불성설"

한편 환경부가 화평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회에 가습기살균제 판매 업체인 '애경'이 산업계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는 16일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은수미 의원은 "희한한 일"이라고 탄식하며 "사망(사건의) 대책위원회에 가해자를 넣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뻔뻔함을 넘어섰다.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애경이 업계를 대표해서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애경은 소송과 별개로, 공식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애경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더라도, 자사 제품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도의적 책임을 다 해야 한다. 애경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이라고 보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 역시 "최근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화학물질 사고의 가해 당사자이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애써 왔던 무책임한 기업이 화학물질 관리 책임을 논하는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장 의원은 "최근 가장 최대의 화학물질 사고는 바로 가습기살균제 집단 폐손상"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생활화학제품의 대규모 치사사건으로 400여 명 이상의 피해사례가 접수됐으며 127명 사망, 이 중 57%가 영유아 사망자"라고 전사(前史)를 다시 상기시켰다. 그는 "누구나 마트에서 이 화학제품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충격은 엄청났다. 그런데도 가해 기업들은 원인이 밝혀진 지 2년이 넘도록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대형 법무법인을 동원해 책임 면피에 급급하고 있다"며 앞서 애경 측이 '우리는 판매만 했을 뿐 제조사는 아니지 않느냐'는 태도를 보인 것을 간접 비판했다.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