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전경련 찾아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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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전경련 찾아간 이유

최예용 0 6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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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이 입주한 KT여의도타워 앞에서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는 전경련과 대기업의 입장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명단과 그 가족들 앞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무릎을 꿇고 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 등의 화학물질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경제계가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들은 경제계의 행태에 대해 “가습기살균제로 127명을 죽인 대한민국 기업계가 기업경쟁력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은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입주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T여의도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학물질 안전관리 발목 잡는 전경련을 규탄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전경련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통해 “전경련은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 ‘미국, EU,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엄중한 규제’라는 이유를 들며 화평법과 화관법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오랜 기간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공청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만든 법을 흔들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제2의 구미와 삼성 불산사고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전경련식 화학물질안전관리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지난 12일 회장단회의 발표문을 통해 “회장단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화평법 등이 기업 현실에 맞지 않고,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한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런 규제들이 외국인 투자 기피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 보다 신중히 추진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화평법이 업계 생산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환경부·산업부 등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제계의 반발에 환경부는 지난 3일 ‘화평법 하위법령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하위법령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화평법 하위법령 협의체’는 현재 본격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등의 단체들은 전경련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화평법 등은 위해성정보 확보대상물질이 느슨하게 적용돼 있고, 실질적으로 소비자와 국민들이 접하게 될 제품의 화학물질을 제한적으로만 규제하는 등 기존 입법안보다 후퇴돼, 더 완화될 부분이 없다는 것.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제정된 게 화평법이다. 당초 초안보다는 후퇴됐더라도 화학물질안전관리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담겨있는데 전경련이 뒤흔들고 있다”며 “대한민국 기업을 대표하는 곳으로서 127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느냐.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전경련 회원사들의 제품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최 소장은 “가습기메이트를 만든 애경기업이 ‘화평법 하위법령 협의체’의 중소기업을 대표해 참여하고 있다. 어떻게 사람을 사망케한 기업이 화학물질 강화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느냐”며 “전경련은 도대체 애경이 그런 모임에 나가도록 한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화평법 하위법령을 마련하기 위한 ‘화평법 시행령 협의체’에는 애경을 비롯한 산업계 대표, 민간단체 전문가, 정부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애경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했다고 밝힌 가습기살균제 중 3위인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한 업체다.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사용한 환자는 30명, 사망자는 13명(가습기메이트만 사용한 사망자 5명)이다.

최 소장은 “대한민국 기업을 대표해 국민,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활동을 하고 싶다면 화평법, 화관법을 무력화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기업 스스로 이런 사건을 일으키지 않도록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자체적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는 “우리 피해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고민도 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연계된 문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대한민국 경제계의 행동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 단체들은 “대한민국 기업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은 가습기살균제 사고에 대해 가장 먼저 유감을 표명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국민에게 사죄하라”며 “나아가 전경련 자체적으로 화학물질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 회원기업들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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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이 입주한 KT여의도타워 앞에서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전경련과 대기업의 입장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명단과 그 가족들 앞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무릎을 꿇고 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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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이 입주한 KT여의도타워 앞에서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전경련과 대기업의 입장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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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이 입주한 KT여의도타워 앞에서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전경련과 대기업의 입장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명단과 그 가족들 앞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무릎을 꿇고 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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