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하늘나라에 먼저 간 백인서 누나,그리고 바보아빠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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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하늘나라에 먼저 간 백인서 누나,그리고 바보아빠의 넋두리

최예용 0 4876

아래 글은 2013년 8월31일 토요일 국회에서 열린 [2013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 및 추모제]행사의 준비위원장을 맡고 행사 진행사회를 봤던 백승목씨(아래 사진)의 글입니다. 승목씨는 첫째인 딸 인서를 가습기살균제로 잃었습니다. 9월1일 밤에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다음카페에 올린 글을 본인의 동의를 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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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피해자대회때 사회를 봤었던 바보아빠 백승목입니다..

오랫만에 깊은 잠을 자고 휴일을 보냈습니다..

행사를 처음부터 여러 다른분들과 같이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또..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감정들.. 많이 부족하고 시행착오 투성이 였지만.. 나름 의미있게 끝났다는 생각에 우선 홀가분한 마음임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색함과 쭈뼛함을 이겨내고 행사에 참여하신 피해자 및 가족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또, 각자의 사정으로 참석하지는 못하였지만, 마음으로 그 시간 함께 해주신 이름없는 많은 피해자 가족들께도 따뜻한 위로와 함께 하자는 연대의식이 담긴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행사를 거의 실질적으로 준비해주시고, 음으로 양으로..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도와주신 활동가 여러분과 국회 관계자 여러분께도 너무 감사합니다.. 그분들 아니었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행사당일 오전 7시.. 뒤척뒤척 몇시간 자지 못한채.. 대학로 로 출발합니다..

행사때 사용할 자료집을 찾고.. 피켓과 현수막.. 각종 게시판들을 준비하고.. 꽃을 준비하고.. 국회로 향하는 운전대에는 오늘 잘 해야하는데.. 잘 할수 있을까 하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실려있습니다..

아침 일찍 같이 준비하러 나오신 센터분들, 자아아빠, 눈물, 최윤호씨 등의 얼굴에도 적당한 흥분과 설레임..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보입니다.. 일찌감치 도착하 국회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일찍부터 나와서 손을 흔들어 주십니다.. 유찬아빠.. 혜복님.. 나래아빠.. 등등.. 역시.. "사람"이.. 희망이고.. 힘입니다... 대형현수막을 걸고.. 무대를 세팅하고.. 손님을 맞을 준비하면서 적당한 긴장과 함께 어떻게든 오늘 행사가 꼭 유의미하게 끝나기를 같은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12:00.. 점심 시간이 되어가고 행사 1시간전입니다.. 물론.. 밥은 넘어가지 않습니다.. 몇몇은 모자란 소품을 사러 문방구로 뛰어가고.. 몇몇은 어서 빨리 행사장에 사람이 차기를 바라는 맘에 행사장 외부까지 나가서 담배연기만 연신 내뿜습니다..  행사 30분전.. 국회의원 보좌관들에게서 연설 순서를 전해 들으며..텅빈 객석을 바라봅니다.. 호흡이 가빠지고..마음이 착잡해집니다.. 행사 10분전.. 아직도 행사장에는 30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이고.. 다른 사태에 묻혀 기자들이 많이 오지 못한게 못내 서운했던 마음이.. 차라리 잘 되었다는 체념으로 바뀝니다.. 벌초차량에 고소도로가 극심한 정체이고.. 대구역 KTX사고때문일 거라고 애써 위안해 보지만.. 모인 수와는 별개로 진정성있게.. 이제는 행사를 진행해야할 시간입니다.. 행사 정각.. 민주당 원내대표가 도착하고.. 심상정의원.. 김상민 의원등이 도착합니다.. 몇분의 지연 안내방송후에 나래아빠의 개회선언으로 드디어 행사가 시작됩니다..  이번 행사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에는 공식적인 행사로, 각계 인사들의 추모사..격려사.. 그간의 경과보고.. 사망자 추모제..피해사례 발표.. 공동선언문 낭독 등이 예정되어 있고, 2 부에는 피해자 및 가족들간 조직구성..그리고 당면하고 있는 정부(환경부)안에 대한 논의..지역별 대표(연락 및 커뮤니케이션 수행자)를 뽑는 일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보여지는 1부도 중요하지만..실질적으로 우리 피해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초가 되는 2부 조직화 행사가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그 모든 순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사람"입니다.. 혹 행사중 마이크가 고장나더라도.. 대형 현수막의 한쪽이 떨어지더라도.. 피해자와 가족들이 많이 오신다면 그 어떤 것도 다 감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3시15분.. 개회선언 및 내빈소개가 끝나고..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심상정 대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이언주 민주당 대변인.. 장하나 민주당의원.. 녹색 소비자연대 조윤미 대표 등이 격려사 및 추모사를 해 주십니다.. 어찌보면 정치적일 수 있는 발언들이지만.. 사태가 사태인지라.. 그 목소리 하나하나에 진심이 어려있음을 느낍니다.. 바로 그시간 들 중에 마이크를 잡고 있던 제 눈에 뒷문을 열고 삼삼오오 도착하시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들어오는 신지숙씨.. 휠체어와 산소통을 가지고 들어오는 성준이와 성준어머니.. 잠든 아이를 안고 너무도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름 모르는 젊은 부부.. 지팡이를 들고 열심히 걸으신듯 땀을 닦으며 들어오시는 노 신사분.. 어느새 150석 행사장이 가득 들어찹니다.. 제가 늦게 이 활동에 참여해서 아는분은 많지 않지만.. 사회석에서 바라보는 모든 피해자 분들이 다 제 가족이고 형제입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며 행사에 더욱 힘을 받습니다.. 400피해자 가족이 다 모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적지않은 피해자와 가족이 우리의 목소리를 모으기위해 지금 이자리에 있습니다..마음을 가다듬고 마이크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내어봅니다..

14:00.. 환경보건시민 센터 최예용 소장님의 경과보고 이후.. 피해자들의 피해 사례가 이어집니다. 경증환자를 대표하는 홍당무님께서 경증의 경자 가벼울 경이 아닌.. 오히려 그 어떤 무거울 중 보다 더 힘든 일임을 역설하십니다.. 사망케이스인 준호어머니의 사례에는 내빈들까지 울음을 터트립니다.. 사회석에서 바라본 국회의원들의 눈물에 거짓은 없어 보입니다.. 아무리 그들이 "정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지만..그들역시 한 가정의 가장이자 구성원으로서.. 사람이기에.. 그 사례를 들의며 똑같이 안타까워하고.. 똑같이 분노합니다.. 문장하나를 말씀하시는데도 숨이 차시는 신지숙씨께서 중증 케이스를 얘기하실때 참석자들의 호흡도 같이 가빠옵니다.. 시간관계상 많은 분의 사례를 듣진 못했지만.. 각양각색의 사례에 그 어느것도 치우치지 않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피해자 활동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다시 생깁니다..그리고 이윽고 오늘 행사의 클라이맥스인 사망자 추모제가 시작됩니다..

행사장 전면에는 사망자 127명의 사망일자가 적힌 달력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고, 방송에서는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준호어머니가 아들 준호를 보내고 아들에게 쓴 편지를 눈물 반.. 음성 반으로 대독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향이 피워지고.. 가녀린 국화 127송이가 등장합니다.. 행사 참석자들은 자발적으로 한명..두명.. 아이의 손을 잡고..무대앞으로 나와 국화 한송이를 집어 듭니다.. 그리고.. 중앙의 사망자 달력 앞에 헌화하고..눈물의 기도를..합니다.. 무대 좌측 사회석에서 헌화를 기다리는 줄을 보는 순간.. 저는.. 정말이지.. 뜨거운 그 무언가를 느낍니다.. 줄을 서서 꽃을 하나씩 들고 서있는 "그들"을 봅니다.. 태반이 모르는 얼굴입니다.. 하지만 그 표정엔 그들만의 사연이 있습니다.. 추모일기가 절정에 다다르며..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울음을 터트립니다.. 이 기막힌 사연이 픽션이 아니고 현실이다는게 믿겨지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 계신 그 어느분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었던.. 대기업에서 제조판매하고 정부가 승인을 내준 가습기 살균제가 우리 가족의 목숨을 빼앗거나 힘들게 할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러고도 수년간 외면당하고.. 철저하게 미친척하는 기업과 정부에게 이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이런 흐느낌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마음같아선 류현진 경기 생중계 하듯이 전 국민과 전세계에 이장면을 송출하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헌화가 끝나고.. 추모제가 끝난후 피해자 가족들은 손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공동 선언문을 낭독합니다.. 최주완선생님 따님은 눈물을 터뜨리며 읽고.. 하늘나라에 먼저간 유찬이의 4학년 여동생도 또박또박 선언문을 읽어내려갑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결연한 의지로 구호를 외치며 1부 행사를 마무리 합니다.. 어느덧 행사장은 가득 메워져 있고..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아파트값을 올려달라며 모인 사람들이 아니기에.. 우리는 어떤 정치적이 지향이 있는 단체가 아니기에.. 너무 아마추어틱 하지만 그 모습 그대로 감동스러운 진심을 다해 하나가 됩니다..

사실은 2부가 더욱 걱정되었던게 사실이었습니다.. 본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가 전국에 걸쳐있고, 케이스도 다르며..다들 생활을 영위해야 하기에 하기에 조직화를 이루는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유찬아빠가 진행한 조직화 부문이 순조롭게 이어져 갑니다.. 지역별 대표를 뽑고.. 회원가입 및 카페활동에 관한 초안..회칙 등이 제시됩니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지만..이러한 뼈대라도 만들어 나가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서로 처음 보는 사이여도 때로는 박수로.. 때로는 걱정어린 시선으로 서로를 다독여줍니다.. 대충 조직화의 얼개 그림이 그려지고.. 나래아빠의 이슈사항 정리가 이어집니다.. 구제법이 국회 계류중인 상황에서 지금 정부가 환경부를 통해서 들고나온 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의견이 이어집니다..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구제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과 최대한 큰 바구니로 소외 당하는 피해자 없도록 하자는 대전제로 향후 활동 계획이 일단락됩니다.. 백도명 교수님은 불참하셨지만.. 안종주박사님과 최예용 소장님께서 질본 조사에 관한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리고 향후 소비자불매운동 및 피해자 운동 방향에 대해 솔직한 제언들을 해주십니다.. 참석 피해자 가족들이 회원가입 신청서를 적고..서로 마음을 나누며 아쉬운 2부 순서가 끝나고.. 그렇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대회 및 추모제"는 막을 내립니다..

((깔끔한 글 솜씨는 못되지만.. 혹시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싶은 욕심에.. 괴발새발 시간대별로 써봤습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고생하신분들과 작별한 후.. 집사람과 간단히 한잔 하며..이런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오늘 대회를 통해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저와 집사람이 내린 결론은 "그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조직이 탄탄하게 완성된 것도 아니고.. 메이져 언론에서 대서 특필한것도 아닙니다.. 또.. 이 이후에 그저 흐지부지 또 세월에 묻힐 개연성도 제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피해자대회의 날을 제정하고.. 꽤 많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시간을 같이 보냈고.. 자의반 타의반이라고는 하나..얼기설기 조직안을 갖췄다는 건..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입니다.. 아직 열매는 아닐지언정..이제..그 열매를 맺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및 프레임은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조그마한 관심입니다..

운영위원들끼리 하는 회의!! 물론, 현실적으로 중요하겠지만..그것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름도..얼굴도 모르지만..피해자 가족으로서의 댓글하나.. 전화한통..그리고 의견수렴 할때의 한 번의 클릭이나 답문자..이러한 것돌이 가장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것들은 하나하나 이루어질 겁니다.. 이제 곧.. 유찬아빠가..피해자 회원 가입을 위해 지역 대표자분들과 함께 연락을 취할 것이고.. 이곳 카페를 탈바꿈하기 위해 여러가지 연락과 조치가 취해질 겁니다.. 회비를 걷기도 할 것이며.. 어쩌면 가까이 계신 분들끼리 한두달에 한번쯤은 차라도 한잔 식사라도 한번 하자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그때!! 바로 그때..따뜻한 한마디.. 작은 발걸음.. 행동 하나.. 보여주시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 행사를 계기로 진정으로 하나된다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우리 민초들의 이러한 활동이..적어도.. 내아이..내아내.. 내가족에게..나중에 떳떳한 일일거라 확신합니다..

글이 길어 죄송합니다.. 제가 말도 많은데..글도 좀 기네요..ㅎㅎ

서로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 끼리 서로 좀 마음이 안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내가족을 위해서.. 또.. 나와같은 아픔을 지닌 가족을 위해서..

넓은 마음으로..그리고..실질적인 행동으로..(무슨 큰 행동을 바라는거 아닙니다..) 보여주시길 진심으로..진정으로..기도합니다..

 

PS:1.피해자대회를 다녀온 제 초등학교1학년 딸과 조카가 쓴 그림일기를 첨부합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귀엽기도 하고..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네요..

     2.혹 못오신 분들 환경보건 시민센터 홈페이지(www.echo-health.org)에 오시면 행사사진이 풍부하게 있  습니다.

       회원가입도 많은 분들이 해주시면 이사회에 큰 도움이 될거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고생하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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