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희석 사용 `비상식`… 정부 책임회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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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희석 사용 `비상식`… 정부 책임회피 유감

최예용 0 6233
[이덕환의 과학세상] (421) 가습기 살균제

살균제 희석 사용 `비상식`… 정부 책임회피 유감

디지털타임즈 [2013년 07월 22일자 15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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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피해자를 남긴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가 아직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독성이 확인된 PHMG나 PGH와 같은 구아니딘 유도체는 의약외품으로 지정되어 더 이상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일부 제조사에서 사용했지만 쥐 실험에서 폐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던 CMIT나 MIT 같은 아이소사이아졸 유도체에 대해서는 아무 조처도 않기로 한 모양이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서도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는 물을
에어로졸 형태로 분산시키는 초음파 가습기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물을 가열하지 않아 화재의 위험은 없어진 대신 가습기의 물에서 인체에 해로운 세균이 번식하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물통에서 번식하던 세균이 에어로졸과 함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는 그런 세균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1994년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이다.

당시에는 세계 최초의 제품이라고 요란스럽게 자랑을 했던 모양이다.

화학과 보건 분야의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했던 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제조사의 그런 허풍에 속절없이 속아버렸다.

가습기 살균제를 공산품으로 허가하는 것도 모자라
국가통합인증(KC) 마크까지 붙여주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을 정부가 앞장서서 거든 꼴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절대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될 잘못된 제품이었다.

손이나
수술 도구에 묻어있는 해로운 세균을 죽이는 목적으로 써야 할 살균제를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초음파 가습기에 사용하려는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라 세척제로 개발을 했어야만 했다.

우리가 숨쉬는 실내 공기 중에 에어로졸 형태로 분산될 물에 살균제를 넣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살균제는 우리에게 해로운 세균(박테리아)을 죽이는 화학물질이다.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살균제와 항생제의 용도는 분명히 구분된다.

열이 난다고 살균제를 먹지 않듯 항생제를 소독약이나 농약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와 기술표준원이 평범한 상식을 외면했던 것이 문제였다.

CMIT와 MIT에 대한 질병
관리본부의 결정도 잘못된 것이다.

살균제의 인체 독성이 폐 손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살균제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호흡기로 흡입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흡입 독성자료를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

가습기의 물통에 넣을 수 있는 살균제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가습기 물통에 항생제를 쓰는 것도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다.

가습기 살균제 개발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살균제의 흡입 독성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환경부 장관의 발언은 충격적인 것이다.

사법적 책임을 회피해보려는 제조사의 변명이라면 몰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가진 정부의 고위 관료가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

석면도 인체 유해성이 확인된 후에는 당시의 제조사가 법적ㆍ사회적 책임을 져야만 했다.

석면은 로마 시대부터 아무 의심 없이 널리 사용되던 물질이었다.

신기술의 면책 특권도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의 안전에 대한 충분한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입증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제품의 용도에 따라 생산과 유통을 허가하고 관리하는 잘못된 공산품 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용도의 공산품을 관리할 수가 없다.

제조사가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유해성과 위험성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공산품과 유해물질의 안전 관리에 대한 정부의 전문성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서강대 교수ㆍ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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