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법안'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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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법안' 한시가 급하다

최예용 0 6604

<연합시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법안' 한시가 급하다

(서울=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여·야간 논란끝에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환경부에 피해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구제기금을 조성,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와 요양비 등을 긴급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 등 관련 부처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 보상에 난색을 표했다. 또한 살균제 제조업체도 조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버텨왔다. 이로인해 피해자들은 육체적 질병에다 막대한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까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뒤늦게나마 피해 구제 방안에 관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는 약 3년전 주로 산모들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에 착수해 가습기 살균제가 그 원인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피해 보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환경부와 복지부는 서로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기재부는 국가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법무부도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법안 상정 하루 전날 “국고지원은 곧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것”이라며 “제조업체의 기금 출연 등 정부 재정이 아닌 방법으로 돕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소송 등을 통해 제조업체의 책임을 묻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미 엄청난 치료비로 가정이 풍비박산난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에 비춰 지금이나마 피해 구조 법안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앞서 국회는 석면으로 폐손상을 입은 피해자에 대해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한 바 있고 5명의 사망자를 낸 구미 불산사고 당시에도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는 등 사기업이 일으킨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전례가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여전히 국고를 통한 피해 지원에 미온적 입장이어서 법안 통과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물론 유사 사례가 수없이 제기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127명의 사망자를 비롯 4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는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지난 94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된 가습기 살균제는 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의 허가를 받았다. 일부 살균제에는 한국정부의 국가통합인증(KC) 마크도 붙어 있었다.
정식 허가를 받은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사용중에 치명적인 폐손상을 입고 사망하거나 건강을 잃어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는데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 지원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나선다면 살균제 제조업체들도 책임회피에 급급하긴 힘들 것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로 이런 데서 출발한다. 하루빨리 국회에서 피해자 구제 법안이 통과되어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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