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는 국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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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는 국가의 책무다

최예용 0 6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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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의 길이 열리게 됐다.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 등 관련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상정·처리하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요양급여·요양생활수당·장의비 등 구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막대한 의료비 부담으로 죽음에 내몰리거나 가정파탄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피해자에 대해 뒤늦게나마 국가가 긴급 구제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망 127명 등 401명에 이르는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단일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로는 최대이자 유례가 없는 대형 환경재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미스터리 사건이기도 하다.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한 기업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를 허용한 정부는 구제 대상이 아니라거나 법적 근거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 또는 외면했다. 지난 4월 어렵게 국회가 피해자 구제에 나서기로 결의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이 입법에 난색을 표시했다. 이런 상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 일각에서 보여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안에 대한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세금으로 피해자를 보상하는 것은 곤란하다” “유사 사례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법 제정은 시기상조다”라며 법안 처리를 미루려 했던 터다. 피해 구제는 잘잘못을 따져서 책임을 지우는 것도 아니고 행정적 보상이나 사법적 배상과도 다른 문제다. 응급한 상황에서 취하는 공적 구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호도해서는 안된다. 특히 주무장관이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현대 과학·기술로 (피해를) 알 수 있었는지의 문제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과학적 불가지론’을 편 것은 부적절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책무다. 이는 현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국정 목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명의 생명과 생활이 위협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 긴급 구제를 회피한다면 그것은 말의 성찬일 뿐이다. 그런 데 쓰는 것이 세금이고, 제도가 미비하다니까 만드는 게 법인 것이다. 책임 규명이나 보상·배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따위는 나중의 일이다. 정부·여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차원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기를 바란다.

 

 

경향신문 2013년 6월20일자 사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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