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연쇄 살인, 피해 보상에 새누리당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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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연쇄 살인, 피해 보상에 새누리당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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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적극 반대, 새누리당은 6월 처리 슬그머니 연기

출구를 찾는 듯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 문제가 새누리당의 어깃장으로 제자리걸음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치명적인 유독성이 밝혀진 지 2년이나 지난 올해 들어서야 지난 4월 피해자와 보건복지부 진영 장관 간의 면담이 성사되는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 움직임이 시작되었으나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별반 성과가 없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이 딴줄 걸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지난 4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 협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이 피해자 구제 기금을 조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한 발 빠지고 피해자와 기업 측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의미다.

당정은 6월 국회에서 다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기획재정부와 이를 의식한 새누리당 의원 사이에서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현재 피해자들이 유일하게 희망을 걸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발의) 등의 관련 법안이 6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지도 미지수다.

이렇게 정부와 새누리당이 손 놓고 있는 사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접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는 401건으로 늘었고 그 중 127건이 사망 사례(5월 13일 기준)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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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지난3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진전에서,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비난 여론 형성 우려"

<프레시안>이 입수한 환경부의 '주요 환경 현안 및 입법 계획'을 보면, 애초 환경부는 여론을 의식하며 가습기 살균제 문체 처리를 놓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환경부가 지난 4일 열린 당정 간담회를 위해 작성한 이 문건을 보면, "정부 기관에 의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 관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고, 사회적 관심 고조, 국민 여론 등을 감안, 정부와 여당이 선제적으로 합리적인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환 필요"라고 나와 있다.

이어서 환경부는 "야당은 청문회 등을 개최하여 정부 정책 실패 사례로 쟁점화 추진, 법안 반대 시 정부 및 여당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 여론 형성 우려"를 이유로 "정부와 여당이 선제적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피해자 구제를 위한 지원 방안 강구"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환경부가 여론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온 것. 이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놓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도 맞닿은 대응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런 움직임은 곧바로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의 반발로 진압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법안, 9월 국회로 넘어가나

이렇게 환경부의 의견이 묵살된 데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 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해서 "김성태 의원 등이 6월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처리하는 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구제한다는데, 그것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느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하려면 결국 정부에서 지원금을 줘야 한다"며 "그러니 2014년도 예산이 논의되는 9월 정기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6월 국회에서 처리는커녕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9월 정기 국회에서 이 법이 처리되어 예산까지 편성받을 가능성은 적다.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한목소리로 '훼방'

환경부 관계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가 국회 차원에서 난항을 겪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피해 구제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러나 개별 사안에 대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부분에 대해 부처 간 의견 조정이 되지 않아서 조정 회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 중에서는 특히 기획재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생활용품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이 모두 구제를 요구하면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며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새누리당까지 나서자 환경부도 애초의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

이미 지난 5월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책 예산' 50억 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바 있다. 당시 환경노동위원회가 피해자 대책 예산을 신규 증액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의 심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피해자들 당황…"6월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 아니었나"

결국 피해자들은 다시 기약 없이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 햇수로 3년을 기다린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대표인 강찬호(남·44)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여·야 의원 모두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우선순위로 처리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국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될 줄 알았는데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몇 번이나 "정말 6월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으며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11년, 강 씨의 다섯 살배기 딸은 '원인 미상 간질성 폐렴'진단을 받았다. 보건복지부의 역학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다른 모든 피해자처럼 정부와 기업 측으로부터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의 방치 속에서 또 피해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빛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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