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3) 끝나지 않은 CMIT·MIT 유해성 공방… 속타는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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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3) 끝나지 않은 CMIT·MIT 유해성 공방… 속타는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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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하>] 끝나지 않은 CMIT·MIT 유해성 공방… 속타는 피해자들

아시아투데이 2021.9.8
SK케미칼 등 1심 무죄… 항소심 진행중
과학적 입증자료·공소사실 특정이 핵심
피해자측 "연령·노출정도에 인과성 달라
공론화 10년만에 현실적 증명 불가능"
환경부 '조정위원회' 구성에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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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판매기업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사진 = 권한일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자가 7540명에 이르지만, 주요 원료 물질로 쓰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의 인체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서울지법 형사23부)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13명에게 “CMIT·MIT와 폐 질환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항소심 쟁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체 유해성을 입증할 ‘연구자료’와 사용 제품과 시기 등 ‘공소사실 특정’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제출됐던 증거나 증언을 배제하고 연구결과가 원용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 자료로만 받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항소심 전략에 따라 또다시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1·2차 공판기일에 재판부(서울고법 형사2부)는 “검찰의 제출 서류를 새로운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질책하고 “3차 공판기일 보름 전(8월 30일)까지 증거신청 및 공소장을 정리하거나 보완 접수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재판부의 지적과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이라는 점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연구결과와 자료 제출이 선행돼야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리상 흐름과 별개로 재판부가 과학적 결론의 특징과 현실적으로 공소사실 특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피해자 측 황정화 변호사는 “재판부는 화학 성분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과학적 결과와 판단이 대체로 모호하게 결론지어지는 것을 받아들여 전향적인 자세로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7년간 40여 종의 제품이 일상 깊숙이 쓰였고 한 명이 여러 제품을 사용한 경우도 많다. 공론화도 10년 넘게 지난 만큼 정확한 자료 입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화학 물질의 독성과 인체 인과성을 예단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오승민 호서대 바이오응용독성학과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유해성과 독성 실험이 불가능해 동물로 대체하고 있지만, 그 종(種)과 노출정도, 사용 용도에 따라 결과치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며 “CMIT·MIT도 연령과 쓰임, 노출 정도에 따라 인체 인과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장기간에 걸쳐 새로운 기법을 통한 실험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2018년 옥시레킷벤키저 사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기소해 최종 유죄판결을 받은 후 CMIT·MIT 재판에 다소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피해자 측 관계자는 “2018년 옥시 재판에 투입된 검사보다 이번(SK·애경 등) 재판에 투입된 검사 수가 줄었다. 특히 13개 피고 기업이 선임한 의학·과학 전문 변호인단과 비교되는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지난 5월과 7월 열린 1·2차 공판기일에 이어 오는 9월 14일 3차 공판기일을 앞두고 있다. 최종 판결은 이르면 올 연말께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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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형사처벌 및 책임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SK종합화학 정문 앞에 여러 종류의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자 유품 및 사진 등이 놓여있다./사진 = 권한일 기자
치열한 법정 공방과 별개로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범위를 전신으로 늘린데 이어 조정위원회를 꾸려 피해자들과 기업 간 문제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피해 접수와 지원을 담당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개정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에 따라 피해질환과 질환별 인정 기준이 폐지됐고 개인별 의무기록을 검토해 판정한다. 기존 폐질환과 천식 등은 신속심사 대상에, 타 전신 질환은 개별심사로 분류해 검토한다. 이때 제품별 성분은 판정 기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판정 소요 기간이 길고 지원 금액이 실제 병원비보다 적다는 지적에 “개별심사 시 외부 의학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검토를 단계별로 거친다. 이때 피해 인정에 최대 2년까지 소요될 수 있는 점을 미리 공지하고 있다. 의료실비 또한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국립환경과학원 기준과 전문가들의 검토로 지급 여부와 범위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31일 환경부는 피해자와 기업 측 의견을 수렴해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피해구제위원회와 구분되는 민간기구로 13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와 피해 분담금(1250억원)을 납부한 18개 기업 중 6개 기업(롯데쇼핑·옥시RB·이마트·애경산업·홈플러스·SK케미칼)의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 구성 합의로 이뤄졌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이 위원장으로 추천된 가운데 조정위원 구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회적참사조정위원회(사참위) 관계자는 “피해자와 기업들이 조정위원들에게 위임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인 만큼 조정위원 구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사회적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위원들이 다수 추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환경부 발표와 추후 전개될 조정안에 따라 사회적인 합의점 모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옥시RB 관계자도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위한 논의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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