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가습기살균제참사10년(2) 유가족, 끝나지 않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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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가습기살균제참사10년(2) 유가족, 끝나지 않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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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중>]유가족, 끝나지 않은 고통…“내 아내의 가치가 고작 1억원인가”

아시아투데이 2021. 09. 07.
피해신청 7540명...각종 질환·후유증 안고 살아
서류 검토만 '하세월' 제한적 인정·보상에 '한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병열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시청광장 앞 세종대로에서 관련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배·보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 권한일 기자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다 해결됐다’는 오해와 편견만 생겨났다.” 지난달 만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눈빛에는 슬픔과 울분이 가득했다. 제품 구입과 사용을 막지 못했다는 후회와 죄책감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억울함에 북받쳐 생업을 놓은 채 매일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피해 인정 범위와 절차, 까다로운 구비서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 서류심사와 한정된 지원범위, 기준액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우린 ‘구제’ 대상이 아닌 당당히 배상 또는 보상 받아야 할 소비자”라고 힘줘 말했다.

◇ “내 아내 가치가 고작 1억원 인가”
조병열씨(65)는 가습기살균제로 아내와 장모, 처남을 차례로 잃었다. 아내는 2014년 2월까지 간질성 폐질환과 기관지확장증을 앓았다. 평소 건강했던 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숨쉬기 힘들다고 했고 2009년 초 폐가 서서히 굳어가는 폐섬유화를 진단받았다. 조씨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생애 마지막을 연명치료로 버티며 고통스러워하던 아내를 떠올리면 몸서리치게 괴롭다고 했다. 업무상 해외 체류가 잦았던 그는 “아내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는지조차 몰랐다”며 눈물 흘렸다.

아내가 죽은 뒤, ‘보상이 무슨 소용이겠냐’며 피해자 신청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화병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그를 지켜보던 주치의의 권유로 피해 신청에 나섰고 아내 사망 후 4년 9개월 만에 피해자로 인정됐다.

최초 제시된 보상액은 4000만원. 그는 ‘이게 과연 사람 목숨값인가’ 하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거센 항의와 공방 끝에 최종 1억원이 나왔다. 조씨는 “당시 협의 과정과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왜 보상받는 피해자들이 구걸하는 느낌마저 들어야 하는가. 정부는 과연 어느 편에 서 있는가”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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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선씨는 자녀들이 영아기때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온갖 질환이 생겼고 여전히 입원과 자가치료를 이어간다고 호소했다./제공 = 채경선씨

◇쉽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후유증 인정
유가족뿐만 아니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피해 인정을 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채경선씨(46)는 2009년 2월, 결혼 1년 만에 아들을 출산했다. 간호학 전공 후 대학병원에서 근무한 그는 건강관리에 철저했고 산후조리원에서 접한 가습기살균제를 퇴원 후에도 사용했다. 아들은 생후 3개월부터 기침과 폐렴을 앓기 시작했다. 그 후 간염과 ‘거대세포바이러스(CMV)’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주의력결핍장애(ADHD)’ 등 온갖 질환을 달고 살다시피 했고 12년째 입·퇴원을 반복 중이다.

연년생인 딸은 폐 기능 약화로 리코더를 불지 못한다. 남편은 40대 초반임에도 만성폐쇄성폐질환 의증을 앓고 있다. 네 식구 모두 2층 높이 계단도 오르지 못한다. 하지만 채씨를 제외한 세 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폐렴·천식·간질성폐질환’ 등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다. 채씨는 가습기살균제의 유독물질이 신생아 때부터 아이들에게 작용해 온갖 질환을 일으킨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2019년 1월, 재심사를 신청했고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다.

◇시한부 판정에 이혼까지…폐 이식 수술비·진료비 지원은 없었다
김승환씨(45)는 2010년, 광주광역시에서 서울로 이직했다. 두 살배기 아들과 아내는 주말에 만났다. 원룸에서 생활한 그는 건조한 실내에 좋다는 말에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했고 한 달 만에 전례 없던 기침이 시작됐다. 기침은 식사도 못 할 정도로 심했다. 진단명은 호산구성 폐렴이었다.

70㎏이 넘던 체중이 40㎏대로 빠지는 데 석 달도 걸리지 않았다. 양방과 한방, 민간요법 어느 것도 소용없었다. 처가에서 폐결핵과 전염성까지 우려했고 갈등과 불화를 겪다 합의 이혼했다. 5년간 병원을 전전하며 스테로이드제와 코데인 등 강한 처방 약으로 견뎠지만 호흡은 갈수록 악화됐다. 2016년에 만성폐쇄성폐질환 판정에 이어 2017년 초 심각한 폐 섬유화로 6개월 시한부 판정마저 받았다. 그리고 그해 가을, 폐를 이식받았다.

수술로 호흡을 찾은 뒤, 2018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신청했다. 2년 8개월 만에 피해자로 인정 됐지만 폐 이식 수술비와 병원진료비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수술비·진료비 지원은) ‘병명코드(J코드)만 인정되므로 폐 이식(Z코드)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5월, 의사 소견서 등 서류를 보강해 지원금 신청을 다시 한번 했고 여전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술 후유증과 체력 저하가 심한 그는 매일 5시간씩 근무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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