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② "진상규명 끝난 게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② "진상규명 끝난 게 아니다"
연합뉴스
2021-08-29
지난해 사참위 활동 종료…2년 기간에 실체 확인 역부족
"기업·로펌·관료 카르텔이 빚어낸 비극…다 못 밝혀"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10년 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역학조사로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진상 확인을 위한 조사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2012년 질본의 동물 독성실험, 2014년 폐손상조사위원회의 피해자 조사, 2016년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등이 있었고 2018년에는 가습기살균제·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를 맡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출범했다.
사참위는 지난해 12월 세월호 진상규명만 활동 기간이 연장되는 쪽으로 사회적참사특별법이 개정됨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아직 조사할 과제가 남아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 진상규명 작업이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9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사참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은 참사를 3단계로 나눠 구분해 조사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의 안전 실패(1단계·1993∼2011년), 참사 확인 직후 대응 실패(2단계·2011∼2012년), 참사 이후 책임 확인 및 피해 지원(3단계·2012∼현재)이다.
전 사참위 관계자는 "보통 진상규명이라고 하면 참사가 드러나기 전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 안전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조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질본의 역학조사 이후 정부의 대응 과정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조사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이 활동기간 연장을 전제로 주요 과제로 꼽은 많은 조사대상은 2·3단계 시기 정부 대응의 적정성과 관련된 것들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공정거래위·한국소비자원·검찰·감사원 등 관계기관의 부실대응 의혹, 2012∼2013년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대응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의 적정성, 참사 확인 후 폐 이외 질환에 대한 연구와 피해 지원이 지체된 이유 등이다.
사참위가 진상규명 대상으로 삼은 정부기관은 20곳 이상이지만, 실제로는 15곳의 책임 일부만 규명됐다. 제조·유통·판매 관련 기업은 100여개에 달하지만, 대기업과 다국적기업 40여개를 조사하는 데 그쳤다.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 안전성 관리와 관련된 기업과 관계부처 조사도 미완으로 남게 됐다. 진상규명국에서 근무한 복수의 사참위 직원들은 "막상 조사를 시작하고 보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대기업과 로펌, 무능하거나 부패한 관료들이 결합한 카르텔이 빚어낸 거대한 비극"이라며 "사참위 활동 기간인 2년 내 실체를 전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는 진상조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5월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조사는 끝났다"고 발언하자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멈추고서는 피해자 지원은 물론, 재해·재난예방과 대응방안 수립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반발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검찰과 공정위 등 기관의 참사 대응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진상조사로 매뉴얼을 만들어 정리해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