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가습기 피해 11년…보상 조정안 마련됐지만 피해자들 “졸속”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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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가습기 피해 11년…보상 조정안 마련됐지만 피해자들 “졸속”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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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피해 11년…보상 조정안 마련됐지만 피해자들 “졸속” 반발

경향신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조정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정위의 조정안 초안을 규탄하고 있다. 전북가습기피해자연합 제공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조정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정위의 조정안 초안을 규탄하고 있다. 전북가습기피해자연합 제공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보상대책이 11년 만에 마련됐으나 피해자들은 조정안이 현실성이 없는 데다 중증 피해자들의 의견이 묵살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북가습기피해자연합 등 전국 10개 단체와 피해자들은 21일 서울 종로 SK본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조정위원회가 제시한 피해 조정 수정안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조정안 전면수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조정안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농성과 더불어 전국적인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된 조정안은 이전에 이뤄진 개별 합의자 합의 금액의 38%로 위자료 부분만 책정됐고, 향후 치료에 대한 보장도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망자와 태아, 아이 피해자 및 고령, 중증 환자들이 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대책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자 단체는 “조정안의 정부 책임에 대한 문안 삭제 등 환경부 참견은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위자료에 해당하는 액수만 책정된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면서 “조정위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공청회도 없이 급하게 처리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요한 전북피해자연합 대표는 “조정위는 편파적인 환경부 기준을 선택적으로 활용한 조정안을 만들었다”며 “사망자 등 전체 피해자 및 미 판정자에게 선지급금을 제시하며 기업이 요구한 전체 피해 신청자의 50% 이상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10년이 넘는 시간을 투병과 생활고에 지친 피해자들에게 소액의 선지급금을 제시하여 조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서 “이는 피해자 대부분이 반대하는 조정안을 통과시켜 참사를 종결시키고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습기 피해자단체의 농성 장면.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습기 피해자단체의 농성 장면.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습기 피해 참사는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식 합의는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해 10월에서야 정부가 빠진 민간 차원의 조정위가 꾸려졌다. 이어 지난달 3일 1차 조정안, 지난 10일에는 2차 조정안이 나왔다. 조정위는 2차 조정안을 바탕으로 지난 11일 피해자 측과 제조·유통 기업과 함께 3자 논의를 진행했고 이달 말까지 피해 구제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차 조정안은 사망자 최대 4억원, 중증 환자 최대 4억80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정위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피해자·기업 양측 의견을 수렴한 뒤 2차 조정안을 마련했으나 피해자측에서는 “가장 시급한 중증 피해자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수술과 치료받을 수 있는 내용을 빠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피해 구제 신청자는 7666명으로 이 중 1742명이 사망했다. 조정 대상자는 신청 철회자, 노출 미확인자, 개별 기업 합의자를 제외한 7027명이다. 이들의 절반이 3개월 이내에 동의하면 조정안이 성립된다.

한국소비자연합 전북지회 김보금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11년 동안 방치한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 모두의 책임이 크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만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신속히 이뤄져 그들의 고통이 하루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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