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자료16] 우원식 위원장 청문회 마무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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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자료16] 우원식 위원장 청문회 마무리 발언

최예용 0 4788

8월29월, 30화 그리고 9월2금 3일동안 진행된 국정조사 청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매우 미흡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실망스러운 청문회였습니다. 청문회를 직접 주재했던 우원식 특위 위원장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음을 알 수 있었고 그는 9월2일 금요일 밤 10시 넘어 끝난 청문회 말미에 아래와 같이 위원장으로서의 소회를 말했습니다. 무거운 산소통을 안고 청문회장을 지켜본 어린이 피해자를 거론하는 대목에선 목이 메어 눈물을 보이며 연민을 그리고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국정조사 기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여야가 합심해 계획을 짜겠다는 그의 약속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봅니다. 여기 그의 발언초록을 공개합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우원식, 8월19일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옥시영국본사 레킷벤키저의 방해로 영국방문이 일단 취소되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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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발언

 

지난 7월 6일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채택하고 오늘은 58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국정조사 실시계획서에 따라 정해진 관계기관 현장조사, 국정조사 예비조사, 기관보고, 청문회까지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위원장으로서 이번 청문회에 대한 짧은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오늘 청문회장에 임성준 어린이가 왔었습니다. 성준이는 그 무거운 산소통을 안고 이 청문회를 지켜봤습니다. 성준이는 우리 국회가 이 청문회를 하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와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까닭입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의 위임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 숨겨진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유가족과 피해자가 눈물과 한숨으로 만든 이 국정조사가 그 소임을 다 했는지 제 자신부터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모든 화학물질에는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농도를 조절하면 된다고 합니다. 유해화학물질이 생활용품으로 우리 삶의 수 많은 영역에 자리 잡게 된 배경입니다. ‘독성이 있으나 조절하면 괜찮다’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생산과 유통, 판매의 전 영역에서 고도의 절제되고 신중한 통제와 관리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기업은 스스로 자신들의 제품이 안전하게 생산되도록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안전을 입증해야 합니다. 탐욕과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국가는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과 국가는 적어도 가습기살균제 비극 앞에서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반성이 뒤따르지도 않았습니다. 

 

1994년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CMIT/MIT를 이용해 개발된 가습기메이트로부터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34㎛ 이하면 괜찮다는 미국 EPA 기준을 가지고 농도를 조절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용도에 따라 제한적 기준일 뿐이라는 미국 EPA 경고는 무시했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도 않는데도 말입니다. 

 

2000년 옥시의 탐욕은 처참한 재앙이었습니다. 공업용 항균제로만 사용한다는 PHMG를 사용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가습기용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신뢰한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지자 국내 유통 대기업이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기업도 이 제품이 얼마나 안전한지는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옥시가 벌어들인 돈만 보았습니다. 영세업자마저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농약으로만 쓰인 PGH를 수입해 인터넷을 보고 만들어 친환경상품으로 팔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제지한 국가기관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PHMG 가습기메이트를 만든 SK케미칼이 전량 공급했습니다. 수많은 업체가 SK케미칼의 원료를 통해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11년 동안 그 존재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제품의 항균력 실험을 해줬어도 지금껏 부정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2011년 이 비극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기업이 비극을 대하는 자세는 어땠습니까? 옥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이 센 로펌을 동원했습니다. 로펌이 설계하고 본사가 지휘한 시나리오에 맞춰 실험 보고서를 조작하고 정부 발표를 부정했습니다. 잇따라 이어진 민사재판에 이 조작된 보고서를 동원해 재판부의 판단을 가로 막고 재판을 지연시켜 기로에 선 피해자들의 피를 마르게 했습니다. 푼돈으로 합의를 종용하고 입을 막을 합의서를 작성케 했습니다. 옥시 본사인 래킷벤키저는 이 모든 상황을 지휘한 책임을 지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영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래킷벤키저라는 기업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앞서 이들의 방종과 탐욕, 무절제가 가능한 것이 국가의 부재에서 비롯됐음은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따로 다시 지적하지 않겠습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국정조사 전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기대와 희망을 잃지 않고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이 국정조사의 1막이 내려갔습니다. 국정조사에서 제기된 수 많은 의혹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10월 4일까지 정해진 국정조사 기간 동안 우리 국정조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다시 고민하고 여야가 합심해 새로운 국정조사 계획을 짜겠습니다. 

 

이번 국정조사는 여야가 없었습니다. 볼썽사나운 다툼도 없이 오로지 한 마음 한 뜻으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애썼습니다. 국정조사를 위해 여름 한 철을 뜨겁게 보낸 국정조사 위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보좌진 여러분들의 묵묵한 헌신에 늘 고마을 따름입니다. 

 

예비조사 위원 여러분들은 각자 생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본인들이 갖고 있는 전문적 역량을 발휘해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에 참여해주셨습니다. 국정조사에서 밝혀야 할 의제를 제시하고 방향을 가리켜 주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모든 국가기관의 증인, 참고인들에게도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국정조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국회사무처의 직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끝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하고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피나는 눈물과 노력이 대한민국 국회를 움직여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진실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만들었습니다. 늘 부족하지 않았나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보냈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끝낼 수 없습니다. 우리 국회 국정조사는 남은 기간 동안 가지고 있는 모든 권한을 행사해 여러분들의 한과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희망의 끈 놓지 않고 지켜봐주시길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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