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기업에 투자확대 논란’ 국민연금, 해외투자시 ESG 평가는 ‘뒷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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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기업에 투자확대 논란’ 국민연금, 해외투자시 ESG 평가는 ‘뒷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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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기업에 투자확대 논란’ 국민연금, 해외투자시 ESG 평가는 ‘뒷전’ 왜

브릿지경제, 2022.8.9

환경보건시민센터
지난 6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본사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아시아다국적기업모니터링네트워크 등 관계자들이 옥시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기업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에 최근 투자금액을 늘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투자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ESG 투자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된 레킷벤키저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9일 국민연금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가해 기업인 옥시 본사 레킷벤키저에 지난해 기준 3539억 원을 투자했다. 2016년(1546억 원) 보다 129%(1993억 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 규모는 558조3000억 원에서 948조7000억 원으로 70%(390조4000억 원),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85조6000억 원에서 256조6000억 원으로 200%(171조원) 증가했다.

레킷벤키저는 국내에서 1784명의 사망자(금융정의연대·지난달 말 기준)와 7768명의 피해구제신청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가해 기업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잃게 만든 기업에 국민의 돈(국민연금)으로 투자금액을 늘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민연금 측은 “투자금액이 늘어난 것은 기금규모 및 해외주식투자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해당기간 전체 해외주식 투자 규모 대비 레킷벤키저 투자 비중은 0.18%에서 0.14%로 0.04%포인트 줄었다”고 해명했다.

다수의 사망자를 낸 문제기업에 투자를 늘린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이 전체 해외주식투자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은 기금을 패시브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대외소통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레킷벤키저가 벤치마크에 포함되어 있다”며 “투자대상에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시 적용할 수 있는 ESG 평가체계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시 자체적인 ESG 평가지표를 통해 ESG 등급을 고려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시 ESG 평가체계는 미비된 상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해외증권 책임투자 이행체계에 관한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이를 토대로 해외 자산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세부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조속히 마련되긴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사정에 정통한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투자 관련 지침은 기금에서 논의를 통해 마련하는 것이라 언제까지 마련될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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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에 대한 세부 이행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레킷벤키저와 같은 가해기업에도 투자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연금 대외소통팀 관계자는 “벤치마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패시브 방식으로, 시장지수내 비중과 크게 다르지 않게 유지하는 상황이다 보니 해외투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레킷벤키저에 대한 투자 규모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침이나 방향은 기금운용위에서 결정하지만 레킷벤키저 등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결정은 공단의 기금운용본부에서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해외투자시 ESG 통합전략이나 여러 가지 전략 이행방안 등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ESG 책임투자’를 위해 관련 기준의 마련을 당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은 “ESG 투자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원칙을 따른다는 측면에서 ESG 투자 관련 기준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에 해외주식에서 ESG를 어떻게 고려할지, ESG 통합전략이나 해외주식의 수탁자 책임활동에 대한 이행방안을 전문위원회나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면서도, “(도입 시기는) 사실상 논의가 진행되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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