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의무를 외면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문
국가 의무를 외면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문
기자회견 안내 보도자료 2015년 2월 2일자
가습기살균제 피해 국가 상대 첫 판결 “국가 책임 없다”
국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n 일시: 2015년 2월 3일(화) 오전 11시30분
n 장소: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 (법원과 검찰청 중간길, 정곡빌딩 앞)
n 주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n 참석: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안전사회시민연대
국가 의무를 외면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문
1.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자 전세계 유례가 없는 환경보건 피해 사건입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사망, 폐 손상 등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정부는 가습기살균제의 피해 원인을 동물 흡입독성 시험으로 확인하였고, 시중에 유통되던 제품에 대해 강제 “리콜 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고, 생활용품이었던 해당 제품들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피해자 문제는 방치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 피해자를 4개 등급으로 나누어 판정 발표를 했으며 1,2등급에게만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해야 할 기업은 이 사건 발생 후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고, 피해 보상에도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가해기업은 단 한 번의 책임 있는 사과가 없었습니다. 이에 피해자들은 사고 발생 이후 지난 4년동안 거리에서, 국회에서, 정부 앞에서 항의활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피해자들 일부는 소송을 통해 기업과 싸우고 있습니다.
3. 그러던 중 지난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 첫 판결에서 “국가 책임 없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사건 발생과 관련해 정부의 관리감독이 책임범위 바깥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고 발생 역시도 현저하게 인지할 만한 사건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판부의 1심 판결은 마치 피해자들이 특정 공무원의 위법 행위에 대해 소송을 건 것처럼, 조목조목 피해자 측의 주장을 반박하며 공무원들의 책임,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그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해당 원료가 해당 제품에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규제하거나 감독할 법적 근거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안이므로 국가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4. 과연 그럴까요? 정말 국가의 책임 없는 것일까요? 5-600명이 넘는 피해자 발생해 150여명이 넘는 사망 피해자, 그리고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었는지 가늠 조차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 참사에 대해 국가가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누가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요?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독성원료를 임의로 용도 변경해 사용해도 아무런 규제가 없는 현실에서, 피해자들은 누구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요? 국가와 기업은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대책에 나서야 합니다. 느슨한 규제 공백을 인정하고 사후라도 대책 마련과 함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더욱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은 소송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특수한 사건입니다. 이런 이유로 피해자 중 일부만 소송에 나선 상태입니다. 소송에 승소하더라도 영세하거나 폐업 수준에 이른 업체를 상대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5. 이에 피해자들은 소송 외에 피해자들이 구제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기금 조성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국가의 관리 소홀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피해대책에 나서야 합니다. 재판부 역시도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정부를 옹호하는 판결이 아닌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판결을 해야 할 것입니다.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마지막 보루이자, 국가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줘야 합니다. 법의 형식 논리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인 점을 보여주고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판결을 기대합니다.
2015년 2월 3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내용문의: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010-5618-0554(공동대표)
백승목 010-2289-7431(대변인)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010-3724-9438
국가 배상 판결에 대한 우리의 입장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및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피해 예방 및 보상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인정해야 한다.”
1.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모임은 재판부의 1심 판결에 다음과 같이 이의를 제기합니다.
1)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감염예방을 위한 살균제가 아니라 청소용도였기에 의약외품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습기는 제품 이름도 ‘살균제’입니다. 물 때, 곰팡이를 청소하고 살균도 된다고 광고했습니다. 더욱이 가습을 통해 호흡기로 흡입되는 제품인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문제가 터지자 뒤늦게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허위광고는 이미 인정된 바 있습니다. 의약외품 지정 역시 정부의 늑장대응인 것입니다.
2) 재판부는 CMIT/MIT는 기존 화학물질이고, 2003년 PHMG, PGH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하였으며, PHMG는 2003년 발간된 호주 보고서에 흡입독성이 수록돼 있으나, 2003년 한국의 유해성 심사에서는 흡입독성은 제외돼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당시 기술수준, 사회적 인식 등을 기준 삼아 공무원의 관리 소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흡입독성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불가피했다는 변명입니다. 그러나 호주 보고서는 국내 업체인 SK케미칼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른 것입니다. 이미 독성을 알고 있었고, 그에 따라 호주에서는 흡입독성 규제를 한 것입니다. 지난 국회 토론에서 김용화 교수는 미국제도를 준용한 경우에도 고분자화합물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화를 부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3) 제 때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감염병이 아니기에 조사하지 않은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소아학회지 논문, 2008년 관련 보고에 따르면 간질성 폐렴에 대한 보고가 관계 전문가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2008년 논문에는 질병관리본부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원인미상이었기에, 적극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했어야 할 사안이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감염병이 아니었으므로 역학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사후적인 면피 일 뿐입니다.
2.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다음과 같이 재판부와 정부 그리고 가해기업에 요구합니다.
1)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이 없다는 재판부의 1심 결과를 수용할 수 없습니다.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의 용도를 기업이 마음대로 변경해 제품을 제조해 유통하더라도 아무런 규제가 없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안임에도 정부에서 알 수 없었다는 점만을 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대응방식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가 국가여야 한다는 점을 판결을 통해 명시해야 합니다. 설사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였다 할지라도, 사후적으로 그 사안이 참사에 준하는 심각한 사안이고, 사전에 예방 조치가 취해졌어야 하는 사안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확보, 그리고 발생한 피해 대책 차원에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2) 정부와 기업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에 맞게 피해구제 및 보상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정부는 사고 조사와 피해 조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기구를 구성해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피해 조사를 통해 피해자 보상에 나서야 합니다.
3) 이 사안은 소송으로만 해결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사회적 기금을 조성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구제 및 보상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4) 가해기업들은 재판에서 사전 조정을 통해 피해 문제를 덮으려 하지 말고, 책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피해 보상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