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0년 넘게 ‘1분 대기조’…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엄마의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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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0년 넘게 ‘1분 대기조’…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엄마의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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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1분 대기조’…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엄마의 삭발
KBS 2022.3.22 
 


오늘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빌딩 앞에서 세 아들의 어머니인 박수진 씨가 무릎을 꿇고 삭발했습니다.

이곳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위원장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사무국이 입주해 있는 건물 앞입니다.

현재 20대가 된 아들들은 모두 생후 8개월, 3살 그리고 6살 때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보았습니다. 박 씨는 폐렴과 천식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10년 넘게 '1분 대기조'로 살았다고 했습니다. 

건물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2박 3일 농성을 해오던 중 오늘은 '삭발 시위'까지 하게 된 겁니다.
 

2박 3일 농성 중인 박수진 씨가 오늘(22일) 삭발 시위를 진행했다.
2박 3일 농성 중인 박수진 씨가 오늘(22일) 삭발 시위를 진행했다.


■ 10년 만에 나온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정안..."피해자의 목소리 빠져"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용이 금지된 뒤부터 피해자들은 10년 동안 피해를 구제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세워졌습니다. 

이 위원회가 지난달부터 조정안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지난 10일 피해자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줄지 구체화된 2차 조정안이 나왔습니다. 조정안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되는 피해자는 7천여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박 씨와 이 자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현재 조정안에는 정작 피해자들의 의견이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 인정 나이'를 정할 때 ' 현재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특히 문제가 됐습니다.

2차 조정안에 따르면, 가장 낮은 수준의 피해를 본 '등급외 판정' 피해자들은 1살을 기준으로 8천6백50만 원의 보상금을 받게 됩니다. 이 금액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어 84살 이상은 2천5백만 원을 지원받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보상액이 높게 책정된 겁니다.

그런데 과거 피해 시점이 아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2차 조정안대로라면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 안 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사실상 0살에서 10살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박 씨는 "당시 피해를 본 사람 중 현재 0세에서 10세인 사람은 없다"라면서,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조사하는 '노출확인조사'를 할 때처럼 '피해 인정 나이'를 당시 나이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치료비 지원 조항도 절실"...조정위에 면담 요청

피해자들은 이번 지원이 일회성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박 씨의 아들은 지금도 숨이 차 등산도 못 가고, 수영도 못한다고 합니다. 박 씨는 "후유 장애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넘기면 피해자들은 사각지대에 갇힌다"라며, 생존자의 미래를 대비한 '치료비 지원'도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들은 20년 만에 도출된 합의를 결렬하기보다는 최대한 합의를 끌어내고 싶습니다. 조정대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조정안은 효력을 갖게 됩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에 면담을 요청해 자신들의 의견이 조금이라도 담기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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