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함부로 쓰는 기업 혼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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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함부로 쓰는 기업 혼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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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화평법,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daum-베이비뉴스 201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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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가족 살려내라”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사거리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4년 1월 13일.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두 아이를 하늘로 보낸 죄인입니다"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대책 그리고 교훈’ 토론회에 참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엄마는 절규했다. 엄마는 "가습기 살균제라는 독성물질을 매일 흡입하게 한 죄인"이라며 가슴을 쳤다. 아이들을 차례로 잃은 엄마의 고통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뱃속의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마트에 진열된 제품을 샀을 뿐이다. 그러나 기업과 국가는 그를 '죄인'으로 만들어 평생을 죄책감에 살게 만들었다.


그는 "이 땅에 정의가 있다면 독성물질에 대한 한마디 사과나 시인 없이 살인기업이 법제도 속에 숨어 존재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울먹거렸다.


이 엄마처럼 평생을 고통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2013년 11월 1일 기준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 사례자는 541명이며 사망자는 144명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민들에게 점점 잊혀져가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족을 먼저 하늘로 보낸 사람들은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병마와 싸우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일부 피해자(피해자 신청자 361명 중 168명)만이 정부로부터 가해기업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전제로 한 의료비 등의 긴급지원을 받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뒤늦게 마련한 대책은 모든 피해자를 아우르지 못하는 지원에 그쳤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지원 대책에서 배제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을 위한 내년도 예산도 미비한 수준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고, 죄인이 되고, 빚더미에 앉았지만, 이 모든 것이 피해자 개인이 떠안아야 할 몫이 되고 만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가해 기업들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유해 화학물질이 든 제품을 팔아 피해자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공식 사과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유해한지 몰랐다"


가습기 살균제 기업들이 줄곧 해온 말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할 당시 제품 속 화학물질이 안전하다고 믿었고, 인체에 위험한 물질인지 알았다면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기업 측의 입장이다. 이 황당한 변명은 국가가 아이와 임산부 등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기업들에게 명확한 책임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가해 기업은 이 이유를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피해자들과 법정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삶에 도사리는 화학물질은 약 4만 3000종이다. 베이비로션, 물티슈만 보더라도 제품 속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이 기본적으로 10가지가 넘는다. 안방, 화장실, 주방 등에 놓인 생활용품을 유심히 살펴보자.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화학물질을 제조·판매하고 화학물질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가해 기업들처럼 모두 "위험한 화학물질인지 몰랐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을까? 대기업 제품은 안전할거라 믿고 아이들에게 사용했는데, 기업들이 제품 속 화학물질에 대해 "위험한지 몰랐다"고 한다면?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화학물질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2009년 발생한 '석면 베이비파우더'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아기들의 몸에 바르는 베이비파우더에 함유돼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고환암과 유방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파라벤이 치약에 함유돼 있다는 사실과 생식독성 유발 물질인 프탈레이트가 장난감, 생활용품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흔한 뉴스가 돼 버리고 말았다. 아기 필수품으로 알려진 물티슈의 안전성 논란도 매년 단골손님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 화학물질 위해성 논란들이 일깨워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유해 화학물질의 유출을 미연에 막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들이 독성이 어떤지도 모르는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국민 인체 실험을 실시하는 현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다.


◇ 1월 1일부터 달라지는 화학물질 관리체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의 주요 제도 체계도. ⓒ환경부


내년부터 환경·산업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1월 1일부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기초가 되는 법이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유해물질 중심에서 전체 화학물질로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정부도 발맞춰 법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삼성전자 구미 불산사고 등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잇따르며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이 흐름에 맞춰 2013년 5월 22일 드디어 화평법이 제정됐다.


화평법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신규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 이상 기존화학물질 중 등록이 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한 등록대상기존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경우, 제조·수입 전에 미리 등록해야 한다. 등록대상기존화학물질은 국내 유통량이나 유·위해성 정보를 고려해 환경부가 3년마다 지정·고시하게 된다. 


또한 화학물질 제조 등의 보고가 있다. 신규화학물질이나 연간 1톤 이상 기존화학물질을 제조·수입·판매할 경우 화학물질의 용도나 그 양을 매년 환경부에 보고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등록된 화학물질은 등록서류 검토 후 유해성(화학물질 고유의 성질) 평가 및 위해성(노출에 따른 피해정도) 평가가 실시되고, 허가물질, 유독물질(유해성 있는 물질), 제한물질·금지물질(위해성이 있는 물질)로 지정된다.

등록된 화학물질이나 혼합물을 양도할 때는 화학물질의 유·위해성 정보, 안전사용정보 등의 정보제공을 통해 연쇄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하위사용자·판매자와 제조·수입자간에도 정보를 상호 공유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화학물질 자료는 데이터베이스화된다. '자료의 등록 없이 판매할 수 없다(No Data, No Market)'는 사전 예방적 관리체계가 세워지는 것이다.


아울러 위해우려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방안도 화평법에 포함됐다. 유해화학물질 함유제품을 생산하고 수입하기 전에는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량 및 유해성정보, 제품 내 물질 용도를 신고해야 하며, 위해성이 우려되는 제품은 위해성평가를 실시해 품목별로 안전·표시기준을 정해 고시해야 한다.


화평법은 특히 독성을 모르는 물질이나 위험성이 사전에 파악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원천 금지시켜 화학물질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카펫 세척용으로 사용하던 약제를 독성연구 없이 가습기  살균제로 용도를 변경한 것이 큰 문제가 됐다. 결국 세균(박테리아)을 죽이던 독한 물질이 가습기 속 물 분자와 함께 인체로 직접 들어가, 사람들의 폐를 굳게 만들었다.


정부는 화평법에 따라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하게 되면 제2의,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물질이 제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면 국민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안전망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 갈길 먼 화평법,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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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산업부가 지난 2013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진행한 화평법·화관법 하위법령 협의체 결과 설명회.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환경부


우리는 정말 화평법에 희망을 걸어도 되는 걸까? 환경·시민단체들은 화평법의 입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세부 내용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먼저 화학물질의 수와 선정 기준이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4만 3000여종이며 기존화학물질은 3만 7000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가 1차 등록대상기존화학물질로 선정한 화학물질은 518종으로 기존화학물질의 1.4%에 불과하다. 이 물질을 제조, 수입하는 경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해당 물질을 등록해야 한다. 물론 향후 2018년, 2021년에 2차, 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화학물질 등록대상을 확대해간다는 방침이지만, 미비한 수치임은 분명하다.
 

특히 등록대상 물질이 대체 어떤 물질인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1차 등록대상 기존화학물질 518종에는 이미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지정·관리되고 일정량 이상 유통된 물질이 421종이며, 외국에서 발암성·환경유해성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 일정량 이상 유통된 물질이 97종(18.7%)이다. 즉, 국내에서 이미 독성과 용도가 어느 정도 파악된 물질들이 81.3%를 차지한다는 것.


뿐만 아니다. 세계적으로 생식독성물질이나 중요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학물질들은 이번 1차 등록대상 물질에 포함조차 되지 못했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논평을 통해 "발암성 1급 중금속류 중에서 비소화학물과 니켈화학물은 모두 미포함됐으며, 일본에서 담관암의 원인물질로 주목받는 1,20디클로로프로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럽연합에서 석유정제산물인 납사와 각종 오일류를 벤젠이나 다핵방향족탄화수소류 함유 때문에 중요한 발암물질로 보고 있으나 미포함됐고, 생식독성물질인 2-메톡시프로파놀이나 20메톡시프로필아세테이트도 미포함됐다"고 염려했다.


화평법의 주요 골자가 화학물질을 등록, 평가하는 것이라서 소비자에겐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화평법의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의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화평법은 정말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관리에 있어서는 굉장히 소극적이다. 화평법의 모델이 된 유럽의 리치(REACH)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는 화학물질이 생산되고 유통되면서 결국 최종적으로 화학물질을 이용해 제조된 제품에까지 그 정보의 추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화평법은 처음부터 제품에 대해서는 정보를 구축할 계획이 없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유럽 리치와 화평법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리치는 완제품의 제조, 수입자도 화학물질 등록을 해야 하는 반면, 화평법은 화학물질 제조, 수입자만 화학물질 등록을 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힌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제품의 경우 제품을 판매한 '옥시 레킷벤키저'가 등록 주체가 아니라, 원료성분을 제조한 '한빛화학'이 등록 주체가 된다는 말이다. 물론, 제조사(한빛화학)와 하위 판매자(옥시 레킷벤키저) 간에 화학물질정보를 서로 주고받도록 의무 규정을 두긴 했 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인 제품 판매자가 제조사에게 화학물질 정보를 제대로 제공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화평법은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 어떤 유해화학물질이 함유됐는지 알고 싶은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매우 부족하다. 


화평법 제6장 '위해우려제품 등의 관리'를 보면, 유해화학물질 함유제품을 생산·수입할 경우(제품 함유 화학물질별 총량 연간 1톤 초과) 유해성 정보나 화학물질 명칭, 용도 등을 생산·수입 전에 환경부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한 유해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양도할 경우 양수하는 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제품의 소비자가 정보 제공을 요청할 경우에는 제품의 안전한 사용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어린이들과 연관이 있는 장난감이나 문구류, 장판, 벽지 등 가정용 내장재류 등의 제품군에 대한 관리는 전무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기존 기술표준원에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으로 아래 관리되던 생활화학용품에 대한 관리를 화평법 안으로 가져오면서, 생활화학용품에 대한 알권리만을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유해화학물질 함유제품을 신고하는 부분을 보면, '사용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유출되지 않고 특정한 고체형태의 제품'은 신고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점이 큰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어린이용품이나 생활용품에 흔하게 쓰이는 플라스틱 일종인 PVC(폴리염화비닐)에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인 프탈레이트가 함유돼 있더라도, 소비자들은 화학물질 정보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유럽의 리치(REACH)의 경우 다양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알권리가 보장된다. 우선 리치는 발암물질, 돌연변이를 발생하게 하는 화학물질, 계속 축적되는 독성물질, 호르몬계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 등을 고위험성물질(SVHC)로 규정하고 특별히 주의를 요하도록 하고 있다. 제품을 제조·수입하는 사람들은 발암물질, 생식독성물질, 환경호르몬 같은 고독성물질이 0.1% 이상 함유됐을 경우 신고를 해야 하며 소비자들이 제품 내 고독성물질 함유여부를 물을 경우 45일 이내 답변을 해야 한다.


김신범 실장은 "유럽 화학물질청은 신고정보를 이용해 어떤 제품군에 어떤 독성물질들이 들어있는지 정리한 정보를 6개월마다 업데이트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정보를 보면서 어떤 제품군에 고독성물질 함유가 많이 됐는지 미리 알게 되니, 엄마들 입장에서는 참 좋은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법 개정을 하지 않는 한 장난감이나 문구류가 알권리 대상에 포함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 "화평법, 소비자들이 모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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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법률 제정안(화평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유해법)의 핵심 내용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누락됐다고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13년 5월 7일.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환경부


화평법이 잘 시행되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우선 등록대상기존화학물질을 정할 때 등록대상은 '소거법'에 따라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화학물질에 대한 보고를 먼저 받고, 이 중에서 등록대상을 고르도록 하고 있는데, 어떤 물질이 '왜' 등록대상에서 제외되는지를 먼저 평가하고 그 물질을 지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신범 실장은 "기존화학물질의 경우 1톤 이상 되는 물질 목록을 만들고 이 중에서 굳이 등록이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정해 빼나가는 방식으로 하면, 국민을 보호하는 데 구멍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독성을 알고 있고 발암성 등 고독성이 확인된 물질들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함께 독성을 잘 모르는 물질들이 등록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일반인이 잘 확인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잘 만드는 일도 중요한 과제이다.


김신범 실장은 "유럽은 '생활속의 화학물질'이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한 섹션을 만들어,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데, 유럽 화학물질청은 NGO와 협의체를 만들어 홈페이지 작업에 대한 의견을 교류했다"며 "우리나라도 소비자와 노동자와 소통해서 정보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유럽과 같은 노력이 있어야만 소비자들은 원하는 정보를 전달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들의 안전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 화평법이 가야 할 길은 멀다. 화평법이 정말 제2의,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완벽하게 막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면,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깨닫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김신범 실장은 전했다.


"화평법이 제정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우리일지도 모른다. 좋은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법을 무시하고 피해가는 지금까지의 관행은 앞으로 계속 시도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독성을 모르면서 화학물질을 함부로 사용하는 기업은 혼내줘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하면 해당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한국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화평법이 작동한다.


우리가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가 정보를 구축하면 된다. 유럽에는 켐섹(Chemsec), 미국에는 알권리네트워크(RTKNET)라고 해서 모두 정보를 가공하는 네트워크가 있다. 소비자들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이러한 정보센터를 건립하는 데 나서야 우리가 안전해질 것이다.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도 불산누출사고도 경험했다. '어떻게 이런 물질이 내 주변에 있었느냐?' '어떻게 이런 물질을 사용할 수 있느냐?'며 가슴을 치는 일은 이제 족하다. 우리가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줄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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