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제조사 손배책임 인정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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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제조사 손배책임 인정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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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손배책임 인정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집중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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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길이 처음으로 열렸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평생을 고통 받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배상액이 현저히 적을 뿐 아니라 일부 가해 기업에 대한 형사 재판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12년 넘는 시간 동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은 정부와 기업이 여전히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구체적인 피해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지난 2011년 처음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영유아, 임산부 등이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는 사례가 늘어났고 보건당국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가습기살균제는 청소가 어려운 가습기 내부 물통을 손쉽게 살균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내세워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됐다.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한 유공(SK케미칼의 전신), 옥시와 애경산업 등 생활용품 기업들이 제품을 내놨고, 대형 할인마트들도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수십 명에 불과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규모는 조사를 거듭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894만명의 소비자가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노출됐으며, 이 중 10.7%인 95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경기도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2021년 3월 기준)는 225만4천396명,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19만8천387명이다. 그럼에도 피해자로 인정된 구제 인정자는 2천298명(사망484명)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을 받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직접 수십 년이 지난 병원 기록을 찾아 증명해야 하지만, 사라진 기록이 대부분이다. 또 정부는 호흡기질환을 비롯해 이와 동반되는 안질환, 피부질환 등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만성피로증후군, 자가면역질환 등은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24일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로 649명을 추가하면서 총 5천417명(전국 기준)의 피해 구제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와 기업이 우선 책임을 인정해야만 정신적·경제적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지난 2021년 1심 재판에서 옥시와 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내년 1월1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인 ‘1994 희망솔루션’ 민수연 대표는 “형사재판에서 가해 기업과 관련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와야 책임에 대한 진상 조사와 피해자 구제가 보다 세밀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며 “올바른 판결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 끝나지 않은 싸움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 제언 “국가·기업이 책임지고… 피해 구제 적극 나서야”

 

“더 늦기 전에 국가와 기업은 책임지고 방치된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싸워 온 환경보건시민센터 고문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피해자들에게 악영향을 줬다는 게 충분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중에 유통되도록 한 제품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정부 역시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DNA 속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으며, 간·신장·골수 심지어는 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이는 신장·간장·면역·근육 손상뿐만 아니라 신경정신질환, 암, 심혈관질환, 발달장애 등의 심각한 질병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또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들에 대한 피해가 큰 만큼 국가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가해 기업은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제품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평생 짊어질 고통을 보상할 수 있는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내년 1월11일에 예정된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3곳에 대한 형사 항소심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기업이 사용한 살균성분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 등과 피해자들의 질환천식 간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임 교수는 “지난 1심 판결이 선고된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습기살균제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자로서 굉장히 안타까웠다”면서 “몇 년 동안 연구를 거듭해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된 물질들이 인체에 독성물질로 작용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충분히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 기업들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또다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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