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월호는 참사, 가습기살균제는 사고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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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월호는 참사, 가습기살균제는 사고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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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월호는 참사, 가습기살균제는 사고가 되었을까?


[안종주의 안전사회]


31일은 최악의 환경 비극으로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국민에게 알려진 지 만 10년 되는 날이다. 언론은 이를 계기로 기획기사를 보도하거나 피해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언론은 한결같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이렇게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관련 법과 정부,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참사가 아닌 사건 또는 사고로 명토 박았다. ‘우째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다음은 <다음백과>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의 정식 명칭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 근거해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구성돼 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후속조처에 대한 활동을 하게 된다.

 

2016년 12월 23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의 합의로 ‘신속처리대상 안건’(패스트트랙) 으로 가결됐다. 사흘 뒤인 12월26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 법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했다.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신속처리 안건은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334일째인 2017년 11월 24일 본회의에 상정됐다. 216명 출석, 찬성162명, 반대 46명, 기권 8명으로 첫 ‘신속처리대상 안건’인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가결됐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 세월호는 참사, 가습기살균제는 사건으로 규정

 

2017년 12월 12일 제정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제1조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하여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또 제2조(정의)에서는 ‘1. "가습기살균제사건"이란 다수의 희생자와 피해자가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됨으로써 사망하거나 폐섬유화, 폐손상, 호흡기질환 등의 건강상 피해를 입은 사건을 말한다. 2. "4·16세월호참사"란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여 다수의 희생자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고 돼 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현재 이 법에 따라 우리 사회에 큰 아픔과 충격을 준 2개의 역사적 사회 재난을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침몰은 참사이며 가습기살균제 재난은 그냥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위원회라면 가습기살균제 재난도 세월호처럼 참사로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왜 법에 참사가 아닌 사건이 되었을까? 너무나 이상하다. 한마디로 모순이다.

 

3696679571_63LaeZf9_50ecbecfa875888700c41a9fc6091cff3bf93164.jpgⓒ환경운동연합

 

세월호는 사건, 가습기살균제는 참사로 규정했다면 박주민 의원은 어땠을까?

 

2017년 12월 12일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 여야는 법안 내용과 관련해 마무리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사회적 참사법’을 대표 발의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관련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긴급하게 마련했다.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박주민 당시 초선 의원실에서 12월 초순 밤늦게 간담회가 열렸다. 박 의원과 보좌관, 그리고 몇몇 세월호·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상근활동가였던 최예용 박사, 그리고 운영위원이었던 나를 포함해 두 사건 관련 단체 관계자 등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열심히 싸워온 성과로 이 법이 결실을 보기 직전이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관련 단체는 막판에 사참위법 제정 촉구 대열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쪽은 법안에 의견을 세세하게 제시할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그날 간담회는 요구 사항을 법에 반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회의 도중 근본적인 문제를 박주민 의원에게 던졌다. “사회적 참사법이라고 하고, 또 두 사건을 함께 다룬다면 세월호만 참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가습기살균제도 참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가습기살균제는 그냥 사건이라고 한 거죠. 피해자나 피해규모가 훨씬 더 큰 데요. 바로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뜻은 알겠지만 이름을 바꾸려면 야당쪽(지금의 국민의 힘과 국민의 당)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야당 쪽에 뭔가를 양보하거나 그쪽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 추천이나 특조위 활동기간 등과 관련해서 말이다. 미안하지만 그냥 넘어가자고 했다. 나는 더 이상 왈가왈부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법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참사가 아닌 사건이 되었다. 

 

만약에 하나 이 법에 세월호는 사건으로 규정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참사라고 규정했다면 박 의원의 태도는 어땠을까? 가정이긴 하지만 분명 말도 안 된다며 바로 잡으려 했을 터이다. 여야 간 막판 협상에서 논의할 사소한 문제가 결코 그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탄생

 

그 결과 이 법에 따라 출범한 독립조사기구의 이름도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약칭 사회적 참사 특조위)’가 되었다. 사참위의 홈페이지에는 4개 소위원회 조직을 소개하고 있는데 소위원회도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로 명명됐다. 소위원회 활동 임무에서도 ‘가습기살균제사건 피해 지원 대책 마련’과 ‘4·16세월호 참사 피해 지원 대책 마련’ 등이라고 소개한 것에서 보듯이 가습기살균제 부분은 늘 참사가 아닌 사건 대접을 받는다. 

 

국어사전에는 참사를 ‘비참하고 끔찍한 일’로 설명한다. 영어의 disaster에 해당한다. 사건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관심을 끌 만한 일’로 돼 있다. 영어의 event 또는 accident에 해당한다. 참사와 사건은 이처럼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물론 이름보다 실질적인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그 뒤에도 상대적 홀대를 받게 된다.

 

2020년 12월 사참위 활동 기간이 끝날 예정이었다. 법에 활동기간을 기본 1년에다 최대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그 2년이 다된 것이다. 활동기간 종료를 몇 달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진상 규명이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법 개정을 통해 더 연장해줄 것을 정치권에 강력 요구했다. 이번에도 가습기살균제 쪽 피해자들은 소극적이었다. 이들은 찬성과 반대로 갈리는 등 내부 갈등과 혼선을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활동기간이 1년6개월 더 연장됐다.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중단, 조직도 형해화

 

조사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개정법을 국회에서 만들어 통과시킬 때 환경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더 이상 진상규명할 것이 없다는 허위에 가까운 사실을 들먹이며 사참위 임무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을 뺄 것과 관련 조직을 없앨 것을 요구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를 받아들였다. 사참위의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은 중단됐다. 조직도 형해화 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이 극렬 반대했을 법 한데 그런 일도 없었다. 

 

세월호를 참사라고 부르는데 그 어떤 세력도 딴죽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는 달랐다. 2014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다룬 첫 백서를 정부가 만들 때도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사건 백서>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건강피해 사건’임을 고집했다. 편집위원장을 맡았던 내가 참사라는 이름을 사용하려 했으나 역부족으로 무산됐다. 

 

2016년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할 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나 사건도 아닌 사고로 규정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보듯이 국회마저 참사로 규정하는 것을 외면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니 두 번째, 세 번째 단추 모두 ‘참사’라는 제 구멍을 찾지 못하고 ‘사건’과 ‘사고’라는 엉뚱한 구멍에다 꿴 것이다.

 

사망자, 세월호 304명 vs. 가습기살균제 1018명(추산 1만4천명)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참사에 걸맞지 않은 대접을 지금도 받고 있다. 적어도 세월호 참사에 견주면 말이다. 정부, 입법부, 사법부 모두에서 그렇다. 가습기살균제 판매 주범들 가운데 하나인 애경과 에스케이케미칼은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도 상대적 홀대를 당한다. 이 때문에 ‘단군 이래 최악의 환경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잘 아는 국민이 드물다.

 

참사의 중요성을 피해자의 규모로만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사망자나 피해자의 수, 그리고 참사 원인은 매우 중요하다. 세월호는 476명의 탑승객 가운데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습기살균제는 아직도 정확한 피해 규모를 모르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 규모는 8월말 현재 4120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018명이다, 연구용역을 통해 어림으로 추산한 피해규모는 사망자 1만4천명, 환자 50만명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우리 사회에서 잉태된 때는 1994년이다. 그 후 잉태한 것이 얼마나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지를 17년간 알지 못하다가 운 좋게 2011년 그 실체를 파악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참사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주고 있는지 참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로 숨진 이들과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와 그 (유)가족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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