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주민들의 반대로 갈등을 빚어온 강원도 홍천 구만리 골프장에 대해 강원도가 인허가 직권 취소 결정을 내렸다. 국회의원과 그 가족들이 추진한 골프장 건설에 대해 50여명이 사법처리 받으면서 맞서온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강원도 골프장특위)’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천 구만리 골프장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위법성·공익성·경제성 등을 조사·분석한 결과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사업계획승인 취소를 건의해 수용됐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오는 17일부터 구만리 골프장사업의 직권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골프장은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과 가족이 최대주주인 (주)원하레저가 건설을 추진해 온 27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구만리 주민들은 9년여에 걸친 골프장 건설에 맞서 마을을 지켜낸 결실을 보게 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간의 고통을 “피울음을 울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사업이 처음 추진된 2006년부터 주민들은 강원도청과 홍천군청 앞에서 600일 넘게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며 노숙 농성을 벌였다. 70·80대 노인들까지 한겨울에 노숙농성을 벌이는 와중에 전체 주민 150여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50여명이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퇴거 불응 등 혐의로 법적 제재를 당했다. ‘범죄 없는 마을’로 유명했던 구만리 주민 중에 27명은 전과자가 되기도 했다. 마을 사람 5명 중 1명이 골프장 문제로 전과자가 된 것이다. 홍천군청이 주민들이 군청 주차장에 친 비닐 천막을 수차례 강제철거해 그때마다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비바람을 맞으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강원도 골프장특위가 사업계획승인 취소를 건의한 것은 사업자인 원하레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이 심각하게 부실해 이 평가서를 토대로 내린 사업계획승인도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별위는 원하레저의 환경영향평가서는 멸종위기종이 누락되거나 사업부지 내 식물·포유류·어류 숫자에 차이가 많았고, 생태계 보존방안도 부적절하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구만리 골프장 부지에 대해 주변 자연환경의 우수성과 서식하는 생물종의 다양성으로 인해 개발해서는 안되는 곳이라고 주장해 왔다. 원화레저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했던 원주지방환경청도 구만리 골프장의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과 부실로 작성된 것을 확인하고 평가업체를 고발한 바 있다.

강원도 골프장특위는 최문순 지사의 공약으로 만든 자문기구로, 지난 3년간 강원도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어온 골프장 사업에 대해 종합 검토를 실시해 왔다.

2012년 12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여러 환경단체들이 개최한 [2013 환경피해시민대회]에서 강원도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에 '환경보건시민상'을 수여한 바 있습니다. 오랜 투쟁끝에 승리한 주민들에게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