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의 기자수첩]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오피니언
홈 > 정보마당 > 오피니언
오피니언

[이준형의 기자수첩]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관리자 0 53

[이준형의 기자수첩]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경북신문
이준형기자
 wansonam01@naver.com4123호 입력 2025/04/08 
이준형 포항취재본부장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이다. 3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참사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배보상 미비와 정부 및 기업의 책임 회피이다.

가습기살균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가정에서 사용되었으나, 그 안에 포함된 유해 물질로 인해 1,891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 피해 규모에 비해 배보상은 한없이 미진했다. 

7,993명이 피해를 신고했지만, 실제로 배보상을 받은 사람은 10%도 채 되지 않는 508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피해자로 인정된 71%의 피해자들 대부분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피해 등급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는 구제법에 의해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거나, 피해 등급이 지나치게 낮아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4년 대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후, 환경부는 피해자들에게 배보상을 위한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의 1차 조정이 실패한 경험을 교훈 삼아, 환경부는 이번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과거의 실패가 반복될까 걱정하고 있다. 배보상의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참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을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피해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향후 조정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조정’이 아니라 ‘법적 강제력 있는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의 미룰 수 없는 실질적인 배보상이다. 그들의 고통은 단순히 한두 사람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책임이 걸린 문제임을 정부와 기업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단순한 환경 재난이 아니다. 이는 기업과 정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참사이다. 이제 피해자들은 더 이상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릴 수 없다. 그들의 인내와 고통은 한계에 다다랐다. 

조정이 아닌 강제적인 법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고통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함께,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책임의 확립이다.

이 참사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단순히 피해자들의 고통만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정의와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그들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미래의 유사한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빠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진정한 해결은 단지 배보상만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책임을 지고, 사회적 교훈을 남기는 것에 있다.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보상이 이루어지고, 이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