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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 조회 수 :154 | 댓글 :0 | 17-05-05 11:28

관료주의 청산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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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관료주의 청산이 먼저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탄소문화원장 

 

디지털타임즈 2017 4 30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의 조직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대선 캠프마다 어설픈 구상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래부와 교육부가 개편 대상 1순위라고 한다. 개편의 내용은 해체 수준에서부터 기능 강화까지 중구난방이다. 미래부는 전담업무였던 창조경제의 의미도 분명히 하지 못했고,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은커녕 간극만 잔뜩 벌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년대계인 교육을 인구 절벽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전락시켜버린 교육부에 대한 원성도 자자하다.

 
물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황당하고 부끄러운 이름은 바꿔야 한다. 그러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과학기술부의 부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과학기술과 ICT 분야의 관료들이 한 부처에서 함께 일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한 지붕 두 가족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던 역대 장차관들의 허약하고 편향적인 리더십의 문제는 조직개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기주의에 찌든 교육 마피아들에게 볼모로 잡혀버린 교육부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국정 난맥상을 생각하면 조직개편이 미래부와 교육부에 한정될 수는 없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개혁·개편의 대상이다. 특히 작금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이르도록 비정상을 방치했던 법무부와 검찰은 해체에 가까운 개혁 대상 0순위가 돼야 마땅하다. 잘 나가던 해운·조선 산업을 망쳐놓은 기재부와 금융감독원의 책임도 무겁다. 에너지 정책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원전과 공산품의 안전관리까지 포기해버린 산업부·원안위·기표원도 손질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재벌에게 퍼주고, 메르스 사태를 최악으로 몰고 갔던 보건복지부도 그냥 둘 수 없다. 미세먼지에는 속수무책이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환경부도 뜯어고쳐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해수부와 안전처도 개혁해야 한다. 

부처의 물리적 조직개편만이 능사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 부처를 통폐합한다고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똑같은 관료들이 똑같은 업무를 간판만 바꿔단 새 부처로 옮겨가서 통폐합 이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부처를 해체한다고 관료들이 책임을 지고 퇴출되거나 업무가 사라져 버린 것도 아니었고, 부처를 통합한다고 업무와 인사의 화학적 융합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었다. 부처 사이의 벽도 여전하고, 한 부처 안에 새로 만들어진 칸막이는 두께가 더 두껍고, 높이도 더 높아졌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부처의 업무는 고스란히 그냥 두고 간판과 건물만 바꾸는 '껍데기' 개편은 진정한 개편이라고 할 수 없다. 행정 경험도 없으면서, 다른 나라 정부 조직과의 어설픈 비교에만 매달리는 '비교행정학' 전문가들의 탁상공론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를 기다렸다가 잔치판을 벌이는 행정학 전문가들의 부끄러운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처럼 독특한 사회에서는 정부 조직도 다른 나라와 전혀 다르게 독특할 수밖에 없다.

이제 조직 개편을 부처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구체적인 업무를 분석해서 폐기해야 할 업무와 새로 추가해야 할 업무를 가려내는 일로 바꿔야만 한다. 대통령의 경호 업무를 여전히 재무성에서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느 부처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부처간의 칸막이도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권위적·획일적으로 경직되고 이기적인 관료주의의 청산이 훨씬 더 시급하다. 산하단체와 민간에게 무차별적인 갑질만 일삼는 구시대적 관료주의는 다양성·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관료들의 전문성도 제고해야 하고, 산하단체를 퇴임 후 복지원으로 여기는 퇴행적인 '관피아'의 관행도 바로 잡아야 한다. 알량한 행정 경험과 인맥을 앞세운 관피아들이 대학 사회를 오염시키는 현실도 심각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정부 조직 개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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