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닫힌 우리집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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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닫힌 우리집이 더 위험하다

최예용 0 8618
시끄러운 소음,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넘었다는 뉴스, 추운 날씨 때문에 우리 집 창문은 굳게 잠겨 있다. 꽁꽁 닫힌 우리 집. 조용하고 에너지도 절약되며 외부 오염물질이 들어올 틈도 없다. 도시인의 생활에 안전한 공간일까? 음식 냄새, 화장실 냄새, 불쾌한 냄새는 향기로운 방향제로 해결하면 끝.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 아닌가?

도시인들은 실내공기가 실외공기보다 더 오염되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미국 환경청(EPA)이 실시한 ‘인간의 대기오염물질 노출 연구’에 따르면 실내의 대기오염물질이 실외보다 2~5배, 때로는 100배 이상 되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한 국내 도시지역의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을 대상으로 측정·조사한 결과에서도 포름알데히드,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박테리아 등 일부 오염물질의 주택 내부 농도가 외부 대기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대 600만명이며, 이 중 실내공기 오염에 의한 사망자가 280만명에 달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실내 오염물질이 실외 오염물질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도 약 천배나 높아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하루 중 80% 이상의 시간을 여러 실내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주택 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하루의 약 60%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등 환경오염에 취약한 계층은 더 많은 시간을 주택에서 보낸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연구원이 서울시민 1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의 실내공기에 대한 인식 및 관리행태’ 결과를 보면, 실내공기의 인식 수준은 심각하다.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주요 실내 배출원으로 알려진 건축자재 및 마감재, 가구, 생활용품(방향제, 세정제, 살충제, 표백제 등)을 주택의 실내공기 오염원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10~26% 정도로 낮았다. 반면 10명 중 4~6명 정도가 음식 냄새, 배관악취 등을 주요한 주택 공기 오염 원인으로 꼽아 많은 시민들이 실내공기 오염을 불쾌한 냄새 정도로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실내공기 개선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에서도 10명 중 4명이 방향제 사용을 실내공기 개선 방법으로 꼽고 있는 것은 심각하다. 많은 시민들이 악취 등으로 오염된 실내공기를 환기 등을 통해 근원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좋은 냄새로 덧씌우는 것을 실내공기 개선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겨울철, 10명 중 6명은 하루 한번 정도만 자연 환기를 하는 것으로 조사돼, 실내공기질을 적절하게 유지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춥고, 시끄럽고, 외부 공기가 더 안 좋을 것 같아서 문을 걸어 잠그고, 대신 방향제로 해결하는 앞서 그려놓은 상황들이 실제로는 주택의 실내공기질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모든 방향제가 유해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많은 화학방향제에는 유해 오염물질들이 함유되어 있다는 정성적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집의 실내공기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차량 운행이 많은 대로변이나 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인접한 곳에 있는 주택을 제외하고는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연 환기이므로 적극적으로 환기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실내 오염원으로 알려져 있는 생활용품(방향제, 세정제, 표백제, 살충제 등)의 사용을 줄이거나 친환경용품으로 대체하는 등 실내의 오염물질 배출원을 근원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산업 발달에 따라 가정에서 사용하는 많은 생활용품이 우리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생활용품에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주택의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유진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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