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종합지원센터 설치해라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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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7 06:44
가습기살균제 종합지원센터 설치해라
에너지경제신문 2016 12 26
문승식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정책단장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 현안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고는 2011년 미확인 폐질환의 원인 규명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하면서 피해자 조사-판정 업무를 수행했다. 그 뒤로 2013년에 정부는 피해자 지원방안을 확정하고 나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판정-지원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됐다. 환경부는 피해자 소송 장기화와 폐이식 수술 등 피해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는 한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센터’를 설치해 피해자 지원 업무를 전담토록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 수는 2016년 12월20일까지 5298명으로 늘어났는데, 이 중 영유아와 산모 그리고 노인 등 가습기살균제 사망자 수는 1092명이나 된다. 현재까지 조사-판정이 완료된 인원은 695명이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경우는 258명이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조사-판정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산병원에서 10개 병원으로 확대해 피해자 입장에서 조사-판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국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청문회를 실시했다. 국회 특별위원회 활동기간은 10월 초순에 종료됐지만, 가습기살균제는 정부가 관리하는 공산품에 해당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0년 고시를 변경해 가습기살균제 물질인 CMIT와 MIT를 유해화학물질로 지정한 뒤 사용 안전기준을 설정해 놓고도 이를 제품의 안전 인증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판매 기업들은 많은 소비자가 고통 받으면서 숨져갔는데도 국민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변호사와 교수를 앞세워 피해 사건을 은폐하거나 조작하려다가 국민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보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폐가 손상된 환자에 대한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정신적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해 피해자를 보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가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을 제정해야 피해자들을 보살필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은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피해자의 고통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일본은 1950∼1960년대 경제성장 고도화 과정에서 미나마타병, 이타이이타이병이나 기관지 천식 등 심각한 공해문제가 발생하면서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공해로 건강을 해친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공해건강피해의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이 법에 근거해 공해유발 사업자에게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보상 규정을 의무화했으며,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은 1995년부터 미나마타병 종합대책 의료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2004년 10월 일본 법원은 미나마타병의 확대를 방지하지 않았다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책임을 물었다. 일본 정부는 이 판결에 근거해 2009년 7월 ‘미나마타병 피해자 구제 및 미나마타 병 문제의 해결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국립 미나마타병 종합연구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는 미나마타병에 관한 종합적인 조사연구와 함께 국내외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수은 피해 문제를 사전예방 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노력도 기울여 2013년 10월에는 쿠마모토시에서 92개 나라가 참여한 가운데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조약’을 체결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개도국에게 수은오염 피해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지원과 함께 공해방지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환경사고가 있었지만, 가습기살균제 만큼 사망자가 많은 사례는 없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폐 손상에 따른 건강 회복과 정신적 치유를 지원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유해물질 정보 제공과 유해물질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가습기살균제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재발을방지하려면 위해우려제품 안전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위해우려제품의 관리대상 물질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