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달입니다. 전국의 탈핵운동가 여러분들, 탈핵운동을 지지하는 여러분들 영덕으로 모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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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달입니다. 전국의 탈핵운동가 여러분들, 탈핵운동을 지지하는 여러분들 영덕으로 모여주십시오.

최예용 0 4961

안녕하세요.

가을이 벌써 왔네요. 메르스 등으로 미뤄진 행사들로 얼마나 바쁘십니까.

 

바쁘신 가운데 꼭 부탁드릴 것이 있어 메일을 띄웁니다

24일 이번 주 토요일 집회(오후 2시 신라약국 앞) 11 11~12일 주민투표 투개표위원(신청링크 http://goo.gl/forms/RqqCfUc5nD)에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이곳 영덕은 한국 핵마피아의 심장이자 탈핵운동의 핵심고리입니다. 이곳을 지킨다면 한국 탈핵은 시간문제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 영덕에서도 가을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산속의 송이 농사는 마무리되었지만 들녘에는 벼베기가 한창이고 사과와 포도 등의 과수농사도 한창입니다.

여느 농촌, 산촌마을과 다름없는 이곳이 한국 핵정책의 핵심고리라는 걸 이곳에 와서 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신규원전 부지로 지정고시 된 곳을 가 보면 그들이 이곳을 단순히 핵발전소부지로만 여기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듭니다.

전기가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핵발전소가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고준위핵폐기장 부지 확보는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곳부지는 화강암 청돌에 수직절벽으로 이루어진 석산이 해변을 이루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부지로는 부적합한 곳입니다.

높이가 낮아지는 양식장 안쪽으로 두 세기의 원전이 들어설 수는 있겠지만 지명도 '석리'인 부지의 대부분은 핵발전소로 부적합한 곳입니다.

 

일단 핵발전소 밀어넣고 확보한 부지에 다른 핵시설을 들일 계획인게 분명합니다.

경북도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까지 포함한 원자력클러스터를 영덕에 밀어넣으려 했고 이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과거 과기부 공무원 출신)이 이곳의 부군수로 있으면서 부지를 신청한 업무를 전담한 정황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지난 10 9일 주민투표 1주년 기념식을 한 삼척에는 핵발전소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곳 영덕은 상황이 다릅니다.

 

2005년 경주 핵폐기장 주민투표 당시 영덕은 초토화되었습니다.

영덕 북부지역에서만 핵폐기장 유치단체 중 하나에서만 23억원의 돈이 뿌려졌습니다.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핵심적으로 했던 지품면에서는 면사무소 앞 농성장에 나가는 주민들을 개별 접촉해서 단지 농성장에만 나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천만원의 돈이 오갔습니다.

변심한 한 주민은 투표 일주일을 남겨놓고 지인 수백명에서 핵폐기장 찬성 문자를 보내고 잠적해버렸습니다.

한농연 일부 리더들은 한수원과 경찰 등의 접대를 받고 입을 닫아 버렸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지역 깡패들은 지원나온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있는 사무실을 둘러싸고 위협했습니다.

그래도 당시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끝까지 이어나간 사람들이 이곳 한농연, 청년회, 영근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주민투표소에서 참관인으로 참석해 끝까지 싸운 얘기가 가득합니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몇 시간째 투표가 중단되기도 한 곳도 있습니다.

 

인구 4만명밖에 되지 않는 영덕은 주민투표로 핵폐기장 찬성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수십억원의 돈을 뿌리고 공무원 등 행정을 총동원했지만 찬성률은 경주시, 군산시 다음이었던 이유는 끝까지 싸웠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투표율은 80.2%로 가장 높았습니다.

 

구분

경주시

군산시

영덕군

포항시

유권자수

208,607

196,980

37,536

374,697

투표인수(부재자)

147,636(70,521)

138,192(65,336)

30,107(9,523)

178,586(63,851)

투표율

70.8%

70.2%

80.2%

47.7%

찬성율

89.5%

84.4%

79.3%

67.5%

 

하지만 주민투표가 끝난 후로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나섰던 이들의 고난은 시작되었습니다. 핵심활동을 했던 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세 명은 구속되고 벌금받고 관련 활동을 해 왔던 이들에 대한 지역 차원의 불매운동과 왕따가 시작된 것입니다. 옷가게, 식당, 여행사를 하던 관련 이들 중에 망한 사람도 있고 여러개의 사업체를 가진 분들은 모든 사업체를 접고 바지사장을 내세워야 했다고 합니다.

군 단위의 지역사회에서는 행정이 왕따시키면 견뎌내기가 힘듭니다. 농지에 창고용 컨테이너 박스 하나 놓는 것도 허가가 나지 않아 경북도까지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경주에서는 지나가던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닌다며 돈이 쏟아지는 핵폐기장을 뺏기게 한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난 10년이 흘러갔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삼척처럼 바로 운동이 일어나지 못했던 이유는 2005년의 경험이 너무나 깊은 상처로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농연에서 다시금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시작하려 하면서 군의회에 주민투표 결의안 청원 공문을 보내는 작업조차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이사회를 하고 총회를 해서 결의를 했는데 회장은 직인을 들고 송이 따러 산으로 잠적했습니다. 결국 총회 결의 3개월만에 청원 공문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이 작년 11월입니다.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데도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회장이 되면 핵발전소 반대운동에 나서야 하는데 선뜻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한농연, 청년회, 한여농 등 주민들은 다시금 핵발전소 반대운동에 나서면서 조직을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조금씩 운동이 조직되어 왔습니다. 선명성 차이로 인한 내부갈등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핵발전소 반대운동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핵폐기장 유치운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분이 주민투표 추진위원장이 되었고 군의장이 누구보다도 강력히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를 유치했던 전 군의원조차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높다는 방증입니다.

경주에 핵발전소 6기에 핵폐기장이 들어갔지만 원전 주변은 영덕보다 잘사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은 이주를 요구하는 현실이 영덕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원전주변 암발생 증가 연구 보고서가 알려지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뚫리면 영덕에 찾아올 관광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땅값도 오르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주민투표로 영덕군민들의 의사를 확실히 하겠다는 이 전술은 반핵운동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부안이나 삼척 등은 반대운동으로 일정정도 조직력 등 힘을 갖추고 주민투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영덕은 선관위와 군이 거부한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반대운동을 조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벅찬데 2005년 상처로 모두가 나서기를 주저하는 가운데 조직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2005년 당시 나섰던 이들 중에서 지금 다시 핵발전소 반대운동에 나서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사법처리 된 이들 중에서도 한 명, 핵폐기장 반대 대책위원장만이 현재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행정, 이장의 힘이 막강합니다. 이들이 주민투표를 방해하기 시작하면 투표율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군수를 압박해서 주민투표 협조를 받아내고 있습니다. 주민투표를 알아서 방해하던 공무원들을 정리시키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주민투표가 불법이라며 지역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고 복숭아, 수박, 쌀을 돌리고 온천관광을 겸한 원전 견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원전 주변 지역의 피폐한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영덕 주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내는 일들이 반복될 뿐입니다.

하지만 여론은 힘을 갖지 못합니다. 조직된 힘이 나서야 합니다. 나서서 반대운동은 못하는 상황에서 주민투표로 분명한 의사가 확인된다면 이후 핵발전소를 막아내기 위한 운동은 더 힘을 얻을 것입니다. 영덕에서는 이번 주민투표가 운동의 시작인 이유입니다.

 

세 번의 핵폐기장을 막아낸 영덕에 핵발전소만이 아니라 원자력클러스터, 즉 고준위 핵폐기장과 재처리 공장까지 들어서려고 합니다.

한국 사회 핵마피아들이 수조원의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영덕 이곳을 파고 들어오려고 할 겁니다.

 

영덕은 단순히 영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투표권이 없습니다.

더 많은 영덕군민들이 자유롭게 주민투표를 통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오는 24일 집회에 영덕군 안팎으로 1 5백명 이상이 모인다면 영덕군수도 주민투표에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순조로운 투개표를 위해서 전국적인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합니다.

 

이제, 한 달입니다. 전국의 탈핵운동가 여러분들, 탈핵운동을 지지하는 여러분들 영덕으로 모여주십시오.

 

영덕에서 양이원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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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이 영덕 현지에서 2015년 10월9일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에게 보내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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