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디젤승용차에 대기오염 건강부담세 매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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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디젤승용차에 대기오염 건강부담세 매겨야

최예용 0 4611
‘클린디젤’이라고 했다. 유로디젤은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환경정책이 앞서나가고 환경운동도 활발하다는 독일의 자동차기업 폴크스바겐이 저지른 디젤승용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라니.

 

세 가지 팩트가 있다. 첫째는 디젤차에 사용하는 경유는 휘발유와 같이 화석연료라는 점이다. 둘째, 경유는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보다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점이다. 셋째,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디젤차의 매연과 미세먼지 그리고 대기오염을 1급 발암물질(Group1)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최근 세계적으로 디젤승용차 붐이 일었다. 한국에서도 디젤차 광고가 신문과 티브이 화면을 장악했다. 한편 최근 매년 겨울철에 우리는 스모그로 몸살을 앓아왔다. 그런데도 ‘유로디젤은 괜찮다, 더 깨끗하다, 클린디젤이다’라는 홍보와 주장이 판쳤다. 정부는 디젤택시까지 허용하며 디젤차 붐 조성에 앞장섰다.

 

환경 전문가와 심지어 일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도 유럽형 디젤은 괜찮은 거 아니냐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었다. 디젤차 매연의 유해 논쟁은 매우 기술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버렸고 ‘환경정책에서 가장 앞서가는 독일에서 괜찮다는데’라는 심리가 만연했다. 결국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문제에서 디젤승용차는 환경운동과 환경정책의 대상에서 사실상 빠져나가고 있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2년에 디젤 배기가스를 발암물질 2A등급에서 1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2013년과 2014년에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는 각각 1급 발암물질이며 연간 7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세계 최악의 살인물질’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흡연(담배)이 연간 600만명을 죽음으로 이끈 최악의 저승사자였는데 대기오염은 그보다 100만명이나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겨울철마다 초미세먼지 스모그가 큰 사회적 문제지만, 이상하게 세계보건기구의 발표 내용은 정부 당국과 자치단체의 어느 정책자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철저하게 도외시되었다.

 

대한민국 경제는 삼성의 휴대전화와 현대의 자동차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저잣거리의 이야기가 사실인 양 경제당국은 물론이고 환경당국도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에 미온적이고, 디젤차 판매 시장은 활짝 열어주었다.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여러 오염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차다. 그중 승용차 비중이 가장 크고, 휘발유차보다는 디젤차의 오염 부담이 훨씬 크다. 그런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의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해도 차량2부제나 디젤승용차 운행 금지와 같은 실질적인 조처는 이뤄지지 않는다. ‘미리미리 알려드립니다’라고 홍보되는 초미세먼지 발령 문자서비스가 사실상 유일한 정책인데 국민 입장에서는 미리미리 알아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이 대기오염 사태다.

 

이번 폴크스바겐 디젤승용차 배기가스 조작 파문에 대해 자동차 배출가스 문제를 다루는 정부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연구관은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사태는 전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 위장극”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디젤차는 절대 친환경이 될 수 없다”는 말과 “조금만 관리에 소홀해도 대기오염 주범이 되는 것이 디젤차”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왜 정부 전문가의 이러한 판단을 우리는 평소에 접할 수 없는 것일까?

 

이번 사태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검사 과정만 통과하면 실제 주행 때 배출가스 점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정책과 교통정책이 얼마나 허술하고 엉터리였는지 기가 막힌다. 이번 사태는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자동차 같은 생활용품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이름있는 큰 기업일수록 불법과 탈법을 일삼고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 생명이 먼저다. 정부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모든 디젤승용차를 철저히 조사해 불법을 일삼으며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디젤승용차의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고 모든 디젤차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디젤승용차와 같이 배출가스가 대기오염, 특히 초미세먼지 발생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 국민건강 피해 비용을 부담시키는 대기오염건강부담세금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올겨울부터 초미세먼지 주의보와 같은 스모그 사태가 닥칠 때 차량2부제와 디젤승용차 운행 금지와 같은 국민건강 보호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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