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 억울한 세상인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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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06:56
피해자만 억울한 세상인가
뉴스토마토, 2022.5.11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정부 기간 가장 큰 사건은 아무래도 코로나19 전염병 사태일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국은 비교적 선방했다고 스스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6일 마지막 중대본 회의 자리에서 누적 치명률 등 여러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상위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평가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다. 백신접종으로 인한 피해자 문제가 그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백신접종을 독려했다. 그 결과 80%가 넘는 국민이 접종을 완료했다,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이렇게 높은 접종률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큰 몫을 한 것이다.
반면 백신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영원히 작별하고 장애를 겪게 된 가족들이 지금도 한숨과 눈물 속에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정부로부터 그 인과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사망 2건, 후유증 4건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너무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의 좌절과 슬픔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희생자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는데도 메아리는 별로 없다. 급기야 피해자들의 모임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는 지난 6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백신을 국민에게 강요한 결과 부작용 사망자 2100명, 중증 환자 1만8000명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가족들의 주장을 좀 더 검증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에게 너무 인색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 27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코로나 비상 대응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백신 이상 반응 치료비를 현행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사망위로금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린다는 계획 등을 담았을 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물신주의’ 해법이 아니다. 코백회도 백신 이상 반응에 인과성 평가방식을 개선하고, 주치의와 역학조사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백신으로 인한 사망자 가족의 경우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이런 요구사항 가운데 10일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 얼마나 수용될지 미지수이다.
어쩌면 이 문제도 오래 이어질지도 모른다. 억울함을 느낀 피해자들은 해결과 보상을 요구하고, 정부는 냉대하는 모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국에서 이런 갈등은 이미 너무나 많이 봐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오래도록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고생했고, 삼성전자의 백혈병 피해자들도 장기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산업재해 사건이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보험사들의 암보험 미지급분쟁 등 유사한 사건들을 일일이 나열하면 사실 끝도 없다.
뒤늦게 법원판결 등을 통해 간신히 피해보상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아직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뒤늦게 인정된 경우도 그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 피해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지난날의 그런 가슴 아프고 씁쓸한 풍경이 지금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싸고 재연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정부가 그 주인공이다. 정부의 이런 뻣뻣한 모습을 보고 기업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이를테면 앞으로 산업재해나 부실 공사 책임을 요리조리 피하려 할까 봐 걱정된다.
당장 가습기 살균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정부가 인색한데 이들 기업에 조정안을 수용하라고 요구 또는 권유할 염치가 있을까?
새로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는 인색하지 않기를 기대하고 싶다. 계속 그런다면 국민들은 정말 불행해진다. 앞으로 무슨 일이든지 혼자서 살길을 찾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피해자들은 더욱더 격하게 행동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정부는 이런 우려를 유념해서 새로운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