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방사능 안전에 관한 호소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동국의대 교수 김익중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의 땅과 바다가 오염이 되었습니다. 이 오염은 오늘도 지속되고있으며, 앞으로 수십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땅과 바다가 오염되면 약 300년 동안 지속됩니다. 그래서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국민들 사이에 큰 근심거리가 되었습니다.
현재 일본산 식품은 농수산식품부와 식약처(구 식약청)에서 수입을 관장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이 두 부처는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측정기도 더 확보하였고, 인력보강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큰 문제점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첫째는 농수산식품부와는 다르게 식약처가 일본산 수입식품에서의 방사능 측정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입니다. 현재 식약처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일본산 식품들의 방사능 측정결과를 “적합”과 “부적합”으로만 표시하고 있습니다. 측정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보공개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입니다. 제가 수차례 식약처에 전화해서 방사능 측정 수치를 공개하라고 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둘째, 우리나라 식품에서의 기준치가 너무 높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기준치를 100 Bq/Kg(킬로그램 당 100 베크렐)로 낮추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치 이상의 식품은 유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370 Bq/Kg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내산은 370 Bq/Kg, 일본산은 100 Bq/Kg 이라는 이중잣대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동일한 방사능 물질이 국내산이라고 더 안전하겠습니까? 이렇게 불합리한 기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식품 방사능 기준치는 나라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합니다. 많은 나라들이 기준치가 너무 높아서 이 기준치 이상의 식품이 발견된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는 IPPNW(핵전쟁방지를 위한 의사회)는 성인에서 8 Bq/Kg, 어린이에서 4 Bq/Kg로 제시하고 있고, 독일의 방사선방호위원회가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인 바 있습니다.
이 기준치를 정한 방식에는 너무나 큰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1960년대에 정한 피폭량 기준치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데요, 그 숫자는 1인당 연간 1 밀리시버트(1mSv/y)입니다. 예를 들어서 370 Bq/Kg로 기준치가 정해진 이유도 370Bq/Kg로 오염된 수산물을 연간 수십 킬로그램 먹었을 때의 세슘에 의한 피폭량이 연간 1mSv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피폭량을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음식의 오염도(Bq/Kg) x 1년간 1사람의 섭취량(Kg) x 세슘의 피폭선량계수 = 피폭선량(mSv/year)
즉, 위와같이 계산하면 수산물을 통한 피폭량만 계산해서, 그것도 세슘에 의한 피폭량만 계산해서 연간 1mSv가 되는 오염도가 370 Bq/Kg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연간 1mSv/Kg라는 피폭량 기준치는 수산물을 통한 피폭량만 계산해서는 안됩니다. 수산물 뿐 아니라 유제품, 곡식, 채소, 과일, 과자류, 해초류, 물 등에 의한 피폭량을 모두 합하여 음식을 통한 피폭량을 계산한 후 여기에 호흡을 통한 피폭량과 외부피폭량, 그리고 병원에서의 피폭량을 모두 합하여 1mSv/y 이하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오염도 기준치는 너무나도 비-과학적으로 설정되어있으며, 또한 엄청나게 높게 설정되어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이유로 IPPNW도 이보다 수십배 정도 낮게 기준치를 설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첫째는 식약처에서 일본산 수입식품의 방사능 측정치를 공개하도록 조치해주십시오. 둘째는 우리나라 식품에서의 기준치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어주십시오.
2013년 4월 20일 동국의대 교수 김익중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