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옥시 보도자료가 화나게 하는 이유
[기고칼럼] 옥시 보도자료가 화나게 하는 이유 |
아직도 업계 선도기업 인지 착각...책임 통감하고 퇴출돼야 |
문화저널21 구승호 편집국장
옥시 레킷벤키저로부터 보도자료 한 통이 왔다. 그리고 회사 홍보팀 관계자는 인사말을 남겼다.
“옥시 레킷벤키저는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제품의 전 성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러한 투명한 정보 공개는 업계에서 선도적인 지침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변화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남긴 중요한 교훈을 통감하고, 소비자 안전과 안심을 최우선시 하고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재발방지 대책 또한 마련한 바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 여러분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제품 안전 보장과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해결 등에 있어 늘 ‘옳은 일’을 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 것이 회사 홍보팀 관계자 인사말의 거의 전문이다.
회사 홍보팀 관계자가 외부로 보도자료 또는 회사의 입장을 표명할 때는 회사 경영진의 결재를 받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 인사말 내용이 옥시 회사 경영진의 입장(생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인사말과 보도자료를 잃었을 때 화가 났다. 왜 일까.
인사말 내용을 조금 분석하면 옥시는 관련업계를 선도하는 회사이고, 제품 성분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소비자에게 안심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업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말 지나가는 개도 웃을 노릇이다. 옥시가 이번 사태 이전에는 관련업계의 선두 기업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부도덕한 기업이자, 한국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할 기업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왜 아파야 했고, 내가 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도 모른체 목숨을 빼앗긴 소비자들과 그 고통을 평생 가슴에 안고가야 하는 유가족들을 앞두고 우리 회사는 앞으로 더욱 장사하는데 매진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음주운전 또는 도박 등으로 한 때 실수를 저지른 연예인도 적어도 수년의 자숙 기간을 갖는다. 그러고도 대중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퇴출이다.
하물며 수많은 사람들, 그것도 그 회사를 믿고 제품을 구입해 사용한 소비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참사를 빚은 기업이 아직도 보도자료를 내고, 앞으로 장사를 조금 조심해서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것을 보아야 하는 우리 사회에 어떤 구조적인 모순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