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의 날, ‘지구 위해 목소리 높이자’
한겨레신문 2014 6 5
5일은 환경의 날이다. 1972년 스톡홀름 인간환경회의 개막을 기념해 유엔이 제27차 총회에서 정한 날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기념일 46개 가운데 세계에서 동시에 기념행사가 벌어지는 것은 근로자의 날(노동절)과 환경의 날뿐이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작은 섬나라 개발도상국’의 해다. 지구온난화로 물 자체가 팽창하는데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이미 세계의 해안이 폭풍과 높아진 파도의 위험에 놓여 있다. 기후변화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곤 거의 없는 작은 섬나라 개도국이 가장 앞줄에서 그 위험을 맞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해수면을 높이지 말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높이십시오. 지구는 우리 모두가 사는 섬입니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은데도 최근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안에 대한 산업계의 반발을 보면 오로지 눈앞의 감축 의무를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법까지 만들었다. 이번 안은 감축 비율을 18.5%로 하고 여기에 배출권 거래제 참여 기업에 배출량을 10% 더 깎아줘 ‘대기업 특혜’라는 지적을 받는 내용이다.
산업계의 반발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은 이미 2년 연기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시행 반년을 앞두고 재계는 ‘미국·중국도 안 하는데 왜 우리만 하냐’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타령을 또 늘어놓고 있다.
정부는 산업계의 억지에 끌려다니지 말고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최근의 세계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