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의 건강사회]TV 속 '건강 사기꾼'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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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건강사회]TV 속 '건강 사기꾼'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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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건강 사회'] 새해의 건강학 ①

건강 디자이너- 안종주

프레시안 기사입력 2014.01.09 07:53:00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진다. 과거에 견줘 상대적으로 생활이 윤택해지고 의료 기술이 좋아짐에 따라 건강 수명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다 하더라도 건강 관리만 잘하면 팔구십 세까지는 거뜬하다.

건강한 개인 없는 건강 사회는 없다. 개인의 몸과 마음이 병들어 있는데 사회가 건강하다는 말은 모순이다. 그 역도 진리다. 사회가 건강해야 개인도 건강해진다. 물론 아무리 사회가 건강하다 할지라도 건강하지 못한 개인은 있게 마련이다. 건강한 개인, 건강한 사회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목표이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이런저런 소망을 내비친다. 언제부턴가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소망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이는 아직도 우리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해가 되면 빠지지 않는 것이 건강하게 해달라는 소원이다. 비만인 사람은 살 빠지게, 어르신을 모신 사람들은 부모가 치매에 걸리지 않게, 흡연자는 담배를 끊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 매스컴, 주로 방송에서는 새해 특집으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간헐적 단식 등이 화제를 몰고 왔다. 우리 사회에 열풍까지는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그 영향을 받아 이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또 한때는 포도 다이어트, 토마토 다이어트, 고기 다이어트(일명 황제 다이어트) 등 특정 식품 하나만 먹고 다른 것은 거의 먹지 않는 방법으로 살을 뺀다는 원 푸드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비타민C를 대량으로 매일 먹으면 감기 예방은 물론, 노화를 막고 암도 예방해준다는 이른바 비타민C 대량 요법의 맹신도 때문에 서울 시내 약국의 비타민이 동이 난,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노랗고 붉은 색을 띤 각종 과일과 야채에 들어있는 리코펜 등 색소와 폴리페놀 성분 따위가 항노화, 항산화, 항암 효과를 지닌다는 이야기에 블루베리, 블랙베리, 크랜베리, 아사이베리 등 각종 베리 열풍이 불어 닥쳤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건강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효소 식품에 효소 없다는 지적을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 효소'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다. 죽염이나 '○○水' '○○버섯'에 매달리는 난치병 환자나 암 환자들도 있다. 슬로푸드, 슈퍼푸드, 컬러푸드, 오메가3, 내추럴푸드 등도 최근 자주 건강을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에 증장한다.

▲ 한 종합 편성 채널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 ⓒJTBC

건강 정보 홍수, 누구 말을 믿나?

인터넷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각종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건강에 좋다는, 또는 나쁘다는 온갖 건강 정보가 인터넷과 방송에서, 각종 책과 잡지에서 넘쳐나고 있다. 똑같은 식품이나 물질을 두고 어느 사이트나 블로그에서는 몸에 좋다고 하고 다른 사이트나 블로그에서는 나쁘다고 한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한 종합 편성 채널의 프로그램에서는 의사, 한의사, 대체 의학 전문가, 식품영양학자 등이 연예인들과 함께 나와 건강 정보와 최신 연구결과를 가지고 '건강 토크'를 한다. 어느 의사가 무엇이 건강에 좋다고 하면 다른 의사는 좋지 않다고 반론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유명 의학 학술 논문을 각각 꼽는다.

그러면 연예인들은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좌중은 폭소를 터뜨린다. 예를 들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다고 말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칼슘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오히려 심혈관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두 전문가의 말 모두 맞는 이야기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화학이나 화학제품, 가공 식품, 고기는 무조건 나쁘고 자연 식품, 천연 식품, 야채는 무조건 좋다는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식은 몸에 좋다는 생각이다. 건강에 정말 좋은 이야기를 하는 건강 도우미도 많지만 건강에 좋다면 독약도 먹을 태세인 대중들을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사기를 치는 건강사기꾼도 많다. 이런 건강 사기꾼들 가운데에는 '○○학 박사'나 '○○대 교수'란 타이틀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어 장삼이사들은 자칫 속기 쉽다.

그렇다면 건강 사기꾼에 속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없을까? 답은 건강을 유지하는 간단한 비결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인체는 건강을 쉽게 유지할 수 있게 돼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많은 장기와 각종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혈액과 체액, 신경계가 사통팔달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한 곳이 고장 나면 다른 곳이 영향을 받는다. 인체가 완벽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각종 호르몬과 효소, 영양분, 면역 물질 등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때 작동해야 한다.

우리의 몸은 마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잘 먹는다고 해서 건강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또 '건강한 육체에서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에서 그대로 드러나듯이 우리의 마음은 거꾸로 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도 건강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과 마음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며 샴쌍둥이와 같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도 없다고 보면 된다.

올바른 지식과 습관이 평생 건강 좌우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건강 비결은 없지만 건강을 지켜주는 지식과 건강을 해치는 습관은 있다. 담배를 피우고 과음, 과로, 과식을 하고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적게 자는 것은 건강의 적이다. 너무 심한 육체노동을 하거나 오염된 환경 속에서 사는 것도 나쁘다. 소음이 낮은 곳, 공기와 토양이 깨끗한 곳, 숲이 있고 물이 깨끗한 곳, 먼지가 적고 유해물질이 적은 실내외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건강을 지켜주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각종 음식을 제때 골고루 먹고 적절한 운동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건강 비결 아닌 건강 비결이다.

이런 건강 생활 실천은 애써 외면하면서 건강 기능 식품을 찾고 만병통치약을 찾는 사람은 진시황이 불로장생약을 찾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 주변에는 건강 비결에 매달리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명의와 명약을 찾는다. 이 세상에 명의와 명약은 없다. 다른 사람보다 질병을 약간 더 잘 고치는 의사와 다른 약보다 약간 더 잘 듣는 약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또 건강 식품에 매달린다. 앞에서 말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건강 (기능) 식품이 필요 없다. 이런 식품은 특정 (영양) 성분이 모자라거나 음식으로 이를 충분히 섭취하기 곤란한 사람 등에게 필요한 것이다.

건강 사기꾼들은 일반화하기 곤란한 사례, 즉 암 수술과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특정 건강 기능 식품이나 천연 식품을 즐겨 먹은 사람이 암을 극복했을 경우 그 식품 때문에 암이 나았다고 떠벌린다. 건강 사기꾼들은 자신이 만들어 파는 식품을 먹은 특정 질환자 1000명 가운데 999명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고 단 한 명에게 효과가 있었을 경우에도 이를 기적의 치료 식품으로 선전한다.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만약 암 환자나 난치병 환자가 먹고 좋아졌다는 그것이 이른바 효소 식품이든 '○○버섯' '○○물'이든 간에 진실이라면 자그마한 곳에 제조 시설을 설치해놓고 구멍가게처럼 사업을 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허를 내고 거대 제약 회사에 그것을 팔아도 수백~수천억 원을 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건강 사기꾼에 잘 속는 사람들은 대개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이거나 죽음의 문턱에서 이성이 마비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불치·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또 현대 의학으로도 낫지 않자 재산을 탕진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 믿어보자는 심리가 작용한다. 식품에는 알칼리성 식품과 산성 식품이 있어 산성 식품을 피하고 알칼리성 식품만 먹어야 한다는 엉터리 지식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진실은 이런 식품 분류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하기야 우리 혈액형이 성격을 좌우한다는, 그래서 B형 남자는 어떻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진실로 믿거나 상당한 진실이 있는 것처럼 믿는 사람들이 아직 있으니 건강 사기꾼들의 활개를 막으려면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국내 시판중인 아미노산 조미료인 글루탐산조미료(MSG)를 공장에서 화학 합성으로 제조한다거나 커피믹스에 들어가는 카세인나트륨도 공장에서 화학적 합성으로 만든 화학제품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가짜 건강 정보에 속은 사람이며 이런 사람들은 건강 사기꾼에 잘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건강 사기꾼들은 천연 재료는 모두 착한 먹을거리이며 이를 사용하기만 하면 착한 식당, 착한 기업이라고 선전한다.

물론 천연 재료냐 아니냐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성분이 인체에 악영향을 주느냐 아니냐, 또 많이 섭취하면 어떻게 되느냐, 어떤 방식으로 섭취해야 하느냐를 잘 아는 것이다. 소금은 천일염이든 암염이든, 가공염이든 건강에 큰 의미 있는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많이 먹느냐 먹지 않느냐가 우리의 건강을 좌우한다. 매운 향신료도 마찬가지다. 특정 성분을 많이 먹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칼슘이나 나트륨 섭취는 건강에 적색등을 켠다. 우리 사회에는 칼슘 결핍 과민 반응을 지닌 사람이 많다. 하도 매스컴에서, 그리고 전문가들이 많이 떠들어 칼슘 섭취를 추가로 할 필요가 없는 사람조차 칼슘 보충제를 복용한다. 우유 회사는 앞 다퉈 칼슘 강화 우유를 내놓고 값을 올린다.

건강은 지나친 것을 싫어한다. 어떤 것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발암물질, 담배, 유해물질 등은 원천적으로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무리 건강에 좋다 하더라도 과하면 나쁜 것이 있다. 거의 모든 것이 그러하다. 잠, 운동, 영양 등도 그렇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며 잔뜩 쌀밥을 많이 먹어대면 어떻게 될까? 힘이 아니라 독이 된다.

건강식품도, 약도, 필수 식품이나 영양분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독이 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것이 청마의 해를 맞아 꼭 말해주고픈 새해 건강 비결이다. 다음번에는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나를 주제로 이야기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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