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 문제 해결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 문제 해결 기대한다
2016년 5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RB코리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첫 공식 사과문과 보상 방안을 발표했다. 사프달 대표는 "저도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이해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당시 현장에서 사프달 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4개월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쓰면서 만 한 살짜리 자식을 잃은 아빠라고 소개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소속 최승운씨는 "내 자식을 내 손으로 4개월간 서서히 죽였다"며 "사프달 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피해자(가족)를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너희가 자식을 죽인 게 아니라 우리(옥시)가 죽였다'고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017년 8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본관 인왕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등 15명과 만나 정부 차원에서 첫 공식 사과를 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과 1시간가량 만난 피해자 중에는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돼 산소통을 메고 살아가는는 임성준군과 그의 어머니 권은진씨가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 사연을 듣고 늘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드디어 뵙게 됐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성준군에게 "꿈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며 야구선수 피규어를 선물했다.
2025년 3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장군동상 앞.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AMRC), 환경보건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와 가족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7일부터 3주간 이어질 환경부 주관 전국순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 관련 기대와 우려를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보면 올해 2월 말 기준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규제 피해자 7993명 가운데 1891명이 사망했다. 병원비와 장례비 등 최소한의 긴급구제를 지원하는 구제법에 의해 5828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배보상이 이루어진 피해자는 구제인정자의 10%도 채 안 되는 508명에 불과하다"며 "2011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14년째지만 여천히 최소한의 배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피해자 지원에 소요될 재원은 기업과 분담하여 안정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도의적, 법적 책임을 가지고 관련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의를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2011년 8월이다. 14년이 지난 셈이다. 앞서 언급한 2016년 5월2일과 2017년 8월8일 장면처럼 그동안 많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아픔을 겪었다. 정부 차원 사과도 있었지만, 아직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달 17일부터 4월 3일까지 전국 7개 권역에서 개최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유족 의견수렴 간담회는 김 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피해배보상 조정을 위한 과정이다. 2022년 실패했던 가해기업과 피해자단체 간 합의 조정 방식과 달리 정부가 조정 당사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기대를 모은다.
이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유족 의견수렴 간담회가 '근본적 해결 위한 첫걸음'이라고 소개했다. 환경 참사 피해 보상 문제 해결에 대한 환경부의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