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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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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게 최선입니까? 

경향 2020년 12월14일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9일과 임시국회 첫날인 10일 양일간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쟁점법안들을 무더기로 강행 처리했다. 사실상 180석 이상을 확보하고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강행 처리가 집권여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까? 법안의 내용과 민주당이 표방해 온 가치를 생각할 때, 이런 밀어붙이기식 강행처리가 필요했는지 또 동료 의원을 사실상 기만하고 국회법 규정을 악용하는 선례를 만들 만큼 절박했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꼭 이번에 통과시켜야만 했을까? 물론 야당의 비협조로 공수처가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하고 있음은 알 만한 국민은 다 알고 있다. 나 역시 공수처에 찬성했다. 그러나 입장이 바뀌어 민주당이 비토권이 없는 야당으로 전락해도, 그래도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합리적인 후보를 야당이 계속 비토하더라도, 한 달, 두 달 야당을 설득하고 여론에 호소하는 노력을 보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아니면 이리 서둘러야 할,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가? 

더욱이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도, 활동기간이 1년6개월 연장된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업무에서 가습기살균제 진상조사를 제외한 이유는 무엇인가? 진상조사가 미흡한데 피해자 구제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가습기살균제에 원죄가 있는 특정 재벌기업 비호를 위한 민주당과 집권세력의 고충이 반영된 결과인가?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개악을 강행 처리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양대 노총 및 135개 노동·사회·종교단체가 반대해 온 노동조합법 등 3개 개정안을 9일 새벽에 통과시켰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을 막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을 경우를 규정’하는 노동조합법 2조에 대한 개정안은 상임위에 상정도 안 됐다. 이 개정안은 10만명의 입법청원으로 발의된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내 점거제한 및 노조활동을 제한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악인가? 

재계가 가장 싫어했던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을 규정한 상법 개정안에서 특수관계인 3% 합산 계산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쓱 빼고, 지주회사 CVC(기업형 벤처캐피털)는 필요한 안전장치도 없이 쏙 집어넣었다. 원래 정부안도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이들 법안을 더 이상 공정경제3법이라고 부를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개악된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과정 또한 민주적이지도, 당당하지도 않았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동의로 안건조정위에서 통과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부 원안이었으나, 안건조정위 직후 열린 정무위원회에선 수정안이란 이름으로 개악된 공정거래법을 통과시켰다. 정치 도의를 내팽개치고 국회법 규정을 악용할 만큼 이런 개악이 필요했나? 

민주당이 입법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개혁법안들은 왜 강행처리에 포함되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노동자들의 목숨이 하찮게 계산되어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비극을 막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왜 강행처리 명단에서 빠져야 했는가? 하루라도 빨리 젊은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게 민주당에는 절박한 입법 과제가 아니란 말인가? 

보험가입자의 자산을 과도하게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위험을 규제하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왜 정무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됐나? 삼척동자도 웃을 보험업법 감독규정으로 인해 “삼성생명특별법”이 돼버린 보험업법을 정상화할 의도가 있기나한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기를 쓰고 지주회사 CVC를 끼워넣으면서도, 정작 기술탈취를 막고 소비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상법개정안과 집단소송법은 법사위에서 논의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행처리 방식의 입법이 국민에게 지지를 받으려면 명분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강행 처리된 법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개혁입법이란 명분을 찾기 어려운 법안들이 많고, 개악이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돼 있고, 진정한 개혁입법은 냉대를 받았다. 이런 질문에 대해 국민에게 답해야 할 의무마저 180석 거대 여당은 면제받는다고 민주당은 자만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 교만은 반드시 부메랑이 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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