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구보타 쇼크’ 10년과 석면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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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구보타 쇼크’ 10년과 석면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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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론] ‘구보타 쇼크’ 10년과 석면 재앙

 

등록: 2015-06-29 18:50

 

삼삼오오로 몰려들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많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람도 있었다. 휴대용 산소통을 옆에 두고 콧줄을 통해 호흡을 하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들어왔다.

 

627일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 중소기업지원센터 대강당에는 10년 전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그날과 그 사건을 되새기며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005 629구보타 쇼크가 그 사건이다. 구보타 쇼크는 일본인들이 석면공해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을 하게끔 만든 사건이다. <마이니치신문> 2005 629 1면 머리기사로석면 관련병으로 지난 10년간 51명 사망-구보타가 사원들을 지원키로란 제목으로 구보타 쇼크의 시작을 알렸다. 구보타는 석면시멘트 제품을 만들어온 대기업으로 아마가사키 간자키 공장에서 노동자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악성중피종 등 돌이킬 수 없는 석면 비극을 일으켰다.

 

구보타 쇼크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석면공장 인근에 거주한 적이 있거나 거주하고 있는 주민에게도 석면질환이 생길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석면병이 직업병이면서 환경병이라는 사실을 일본 사회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회는 석면이 우리 몸 속에 들어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자 침묵의 살인자임을 깨닫고 석면의 위험성을 미처 깨닫지 못한 데 대해 부끄러워했다. 정치인과 환경보건·산업보건 전문가, 법조인, 언론인도 석면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구보타 쇼크 뒤 오사카 센난시 석면방직 공장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석면 비극도 물 위로 솟구쳤다. 피해자 다수가 재일동포들이다. 구보타 사건 이후 석면 피해자들은 국가와 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잇따라 냈고 전국 곳곳에서 석면 피해자와 그 가족 모임을 만들어 석면추방운동과 집회,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27일부터 이틀간 열린 구보타 쇼크 10년 행사에는 이들이 대거 참석했다.

 

첫날 모임에서는 구보타 공장 인근 피해 주민과 이탈리아, 벨기에에서 온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공장에서 1.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30년간 거주하다 2013 9월 악성흉막중피종에 걸린 스나가와는오른쪽 폐를 잘라내고 7번의 수술, 3번의 방사선 치료, 8번의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암은 다른 곳으로 전이돼 1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고 말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석면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고 하는 그의 말이 세계 모든 석면 피해자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탈리아 카살레몬페라토 에테르니트 석면시멘트 공장의 비극은 그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매년 50명가량이 악성중피종으로 숨지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석면피해자모임 부르노 대표는 카살레몬페라토 에테르니트 비극과 소송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일본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엔에이치케이> 등 방송과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등 주요 신문들도 현장 취재와 함께 구보타 쇼크 10년을 특집으로 다뤘다.

 

구보타 쇼크는 일본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일본과 비슷한 석면 재앙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에 큰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끼칠 글로벌 사건이다. 구보타 쇼크 10년을 맞은 일본 사회는 석면 재앙이 긴 석면질환 잠복기처럼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석면 재앙도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며 미래형으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을 현장에서 가졌다. 그리고 다 함께 소원을 빌었다. “석면 피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안종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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