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지킴이 이계삼 선생님의 편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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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지킴이 이계삼 선생님의 편지 글

관리자 0 10301

안녕하세요. 밤새 촉촉한 비가 내립니다. 밀양 송전탑 싸움의 마지막 거점으로 여겨지는 4개 움막 농성장 철거가 6.4 지방 선거 이후로 미루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약간의 여유를 갖고 지내는 최근 며칠입니다. 물론 현장의 긴장감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마을들에서는 한전 직원들이 간교한 꼬임수로 수많은 어르신들을 고통스러운 선택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안타까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늘 험하고 어지러운 글과 자료들을 보내던 이 자리에서 오늘은 비교적 차분하게 쓴 글 한편을 나누고 싶어 메일을 드립니다.

지난 주간에 한 월간지와의 긴 인터뷰 끝에 '밀양과 나'라는 주제의 글을 한편 부탁받았습니다.

촉촉하게 비 듣는 소리를 느끼며, 캔맥주를 홀짝이며, 이 싸움 내내 그리고 저 자신에게 늘 되물었던 '밀양'이라는 이 구체적인 장소와 저 자신의 삶에 대한 글을 한편 써내려갔습니다.

늘 뿌리내리고 싶었던, 그러나 달리 갈 데가 없다는 황망함으로 외롭기도 했던 이곳 밀양, 그리고 제 자신의 삶과  송전탑 싸움을 관조해 본  글입니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저도 어르신들도 많은 우리 대책위 일꾼들도 다시 긴장된 나날 속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사고 없이, 이 일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현장 싸움이 어떻게 정리되든 밀양 싸움의 시즌2는 펼쳐질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도 지금껏 그래왔듯이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함께 최선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밀양에서 이계삼 올림

2014 5 25 일요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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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하면 사람들은 영화 <밀양> 먼저 떠올린다. 거기서 밀양은 비밀스러운 (secret sunshine)이라는 한자어 풀이를 깔고 있는, 극단의 고통과 상처를 안고 죽지 못해 사는 여인의 구원 싹트는 종교성의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이 밀양에 그런 이름을 부여한 것은 일종의 지적 넌센스라 있다. 밀양은 오래도록 미리벌 불리었고, 변진 24국의 하나인 미리미동국이라는 작은 도시국가였다.

미리 의미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논이 분분하지만 6세기 지증왕 대에 미리미동국이 신라에 병합되면서 한자식 지명으로 표기되었을 불리운 이름이 불기운을 밀어낸다 뜻을 가진 추화(推火)군이었던 점이나, 다시 8세기 경덕왕 시절 밀성군으로 개칭될 때에도 한자어 ()자의 소리를 빌어온 점을 고려하면, 밀어낸다 뜻이 가장 근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소리를 빌어온 ()자에 덧붙은 비밀스럽다 뜻과 강을 끼고 있는 양지바른 평원 지역의 지명에 붙였던 ()자에서 의미를 추출하여 거기서 구원의 종교성을 입힌 것은 실상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속에서 카센터 사장으로 분한 배우 송강호는 밀양이 어떤 곳이냐 거듭된 질문에 다른 데랑 똑같다 답한다. 영화 밀양 구체적인 장소성을 거세한, 구원과 종교성을 담지한 공간의 일반명사인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대학과 군대, 교직 초년을 합한 10년을 제외한 나머지 30여년의 시간을 살아온 나에게 밀양이란 다른 데와 똑같을 없는 것이다

나는 1973 밀양에서 태어났다. 함평이씨 장양공파에 속한 6대조 조부님들은 서울에서 한미한 양반으로 지내다 밀양으로 이주하여 남인 계열의 여주 이씨 집안의 소작을 살았다. 수십년 고생스럽게 살며 자작농의 경계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왜정이라고 부르던 일제 강점 초기 <span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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