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마당]해수욕장 쓰레기보다 더한 양심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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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마당]해수욕장 쓰레기보다 더한 양심불량

최예용 0 7182


1.jpg이글은 2013년 8월19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투고 글입니다. 글쓴이 김영환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간사로 8월12일부터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과 함께 '산업폐수 해양투기 연장반대 전국자전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국 해수욕장이 피서객들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기의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하는 게 상식이나, 일부 피서객들에겐 그런 상식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쓰레기보다 더 심한 독성 산업폐기물을 바다에 매년 수십만t씩 버리는 이들이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 유일의 산업폐기물 해양투기 국가다. 지금도 기업들은 산업폐기물을 정화하지 않고 바다에 버리고 있다. 지난 7월31일 민주당 김춘진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산업폐기물 해양투기 대부분은 대기업들이 한 것이다. 육상처리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비싸 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대기업도 바다에 그냥 폐기물을 버렸던 것이다. 집의 쓰레기를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은 불법이다. 술병을 해변에 마구 버리고 가는 것 역시 불법이다. 그런데 자기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을 공용인 바다에 그냥 버리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바다는 강을 통해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들을 받아주지만, 산업폐기물은 예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투기지역 바닥은 현재 카드뮴, 납, 수은, 크롬, 구리 등이 섞인 고농도 중금속 토양으로 10㎝ 이상 덮여 있다. 각종 유기성 부유물질이 떠다니고, 어획된 일부 수산물의 중금속 오염도 심각하다. 특히 유기성 폐기물은 남해안을 덮친 적조재앙의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환경오염에 아랑곳하지 않고 되레 올해를 끝으로 종료 예정인 산업폐기물 해양투기를 연장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 세계가 다 하는 폐기물 육상처리를 시설과 역량 부족으로 시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이 엉터리 주장을 수용해 정부가 지금 산업폐기물 해양투기를 2년 더 연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르짖는 대기업과 국민 행복을 책임지겠다는 박근혜정부가 만나 해양투기 연장이라는 몰상식한 일을 벌이고 있다. 피서지 해변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양심불량이라면, 이들의 양심은 뭐라고 해야 할까. 버려서 그냥 저절로 치워지는 쓰레기는 없다. 하지만 기업들은 해양투기를 하고 쓰레기가 저절로 치워지는 양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양심이 있든 없든, 혹은 얼마나 불량하든지 간에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바다는 당신들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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