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의 세상탐사] 어린이 건강과 착한 학용품
최예용
0
6512
2013.08.09 16:13
내일신문 2013-08-09 오후 1:52:39 게재
언론인,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
요즘 학부모들 자녀 사랑은 유별나다. 1950년대나 1960년대 베이비붐 시절 웬만한 가정에는 자녀들이 서넛 이상 됐다. 그때라고 부모들이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자녀들이 많다 보니, 그리고 못 살다보니 자녀 건강 챙기기가 요즘처럼 유별나지는 않았다. 제때 월사금을 학교에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기는 했어도, 제대로 된 학용품을 사주지 못해 미안해 하기는 했어도 학용품에 든 유해물질이 자녀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일은 없었다. 당시 후진국이었던 한국 사회의 지극히 당연한 풍경이었다.
지금 부모들은 자녀들이 많아야 두 명이다. 3명이 넘는 부모들은 김다산이나 이다산이란 별명을 얻는다. 자녀들이 한두 명에 불과하니 그들의 건강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지사다. 여기에 발맞춰 자연스레 우리 사회도 어린이 건강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2009년 4월 베이비파우더 석면 탤크 파문, 서울 성동구 재개발 지역의 홍익어린이집 석면 노출 사건과 학부모들의 시위는 이런 흐름이 잘 나타난 대표적 사례다. 이들 사건은 어린이 건강을 중시하는 선진사회로 가는 길목에 드리워진 그림자였던 셈이다.
이런 사회에서 학생들이 교실 내 새집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나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석면 먼지에 노출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착한 부모들의 자세이다. 이런 착한 부모들은 이제 유해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착한 학용품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책가방 노트 지우개 필통 등에는 비닐 제품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가소제(프탈레이트와 같은 환경호르몬)와 크롬 카드뮴 같은 발암성 중금속이 들어 있을 수 있다. 환경부는 최근 어린이용품의 유해물질 함유 실태를 조사했는데 일부 학용품에서 유해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유해물질 없는 학용품에 관심
과거 부모들은 학용품 그 자체를 사주느냐, 못 사주느냐로 고민했다면 요즘 학부모들은 어떤 학용품이 해롭지 않은, 착한 학용품인지 골라 사주는 일이 고민거리다. 얼마 전 환경부가 행정안전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다른 관련 부처와 함께 '착한 학용품 구매 가이드'를 펴낸 것도 젊은 학부모들의 바로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것이다.
자녀들의 건강에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학용품을 사주는 일은 학부모로서 매우 중요하며 당연한 일이다. 나쁜 학용품은 화려한 색상을 내기 위해 안료나 페인트에 납 카드뮴 크롬 등 중금속을 집어넣은 것이다.
반짝이거나 부드럽게 하기 위해 플라스틱 재질 부분에 프탈레이트를 사용한 것도 나쁜 학용품이다. 노트 속지가 일반 제품보다 더 하얀 것은 형광증백제나 표백제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우개나 필통 가운데 향기가 나는 제품은 인공향료에 독성물질이 함유됐을 수 있다. 번지르르하고, 보기 좋고, 향기가 난다고 건강에까지 좋은 것은 아닌 셈이다.
중금속은 어린이 피부를 자극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납 카드뮴 수은 등은 지능이나 신경계통 발달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할 수 있다.
프탈레이트는 성장기 어린이의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부모라면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착한 학용품을 사주고 싶을 것이다.
물론 이런 유해성분에 잠깐 또는 한 순간 노출된다거나 그 성분이 몸에 들어온다고 해서 당장 아이들의 건강에 무슨 나쁜 일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물질 가운데에는 몸속에 꾸준히 쌓여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알게 모르게 작용해 어느날 시한폭탄처럼 터지는 성격을 지닌 것도 있다.
생활용품 고를 때에도 똑같이 생각을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 등이 모두 그런 유해물질들이다. 미량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안심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나쁜 학용품을 몇 차례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인체에 끼칠 악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해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럴 경우 실제 그 물질로 인한 건강 악영향보다 더 나쁜 정신·육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착한 학용품을 찾는 부모들은 유해물질에 대한 착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 착한 생각이란 착한 학용품을 고를 때 생각했던 자녀 건강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른 식품이나 장난감, 집안 환경 등 어린이 건강과 관련한 생활환경을 만들고 생활용품을 고를 때에도 똑같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쁜 학용품을 몇 차례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인체에 끼칠 악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해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럴 경우 실제 그 물질로 인한 건강 악영향보다 더 나쁜 정신·육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착한 학용품을 찾는 부모들은 유해물질에 대한 착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 착한 생각이란 착한 학용품을 고를 때 생각했던 자녀 건강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른 식품이나 장난감, 집안 환경 등 어린이 건강과 관련한 생활환경을 만들고 생활용품을 고를 때에도 똑같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