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생리대 위험성 조사’ 결과 폄훼하는 환경부와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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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 위험성 조사’ 결과 폄훼하는 환경부와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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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 대 위험성 조사’ 결과 폄훼하는 환경부와 식약처
한겨레, 2022. 10. 26 


 











[왜냐면] 최경호 |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지난해 4월 종료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연구 결과가 오랜 검토 끝에 최근 발표됐다. 지난 21일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회용 생리대에 함유된 화학물질과 여성이 느끼는 불편 증상 사이 관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벌써 5년이 지났다. 2017년 여름, 특정 회사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를 중심으로 월경 관련 피해 호소가 잇따랐고, 불매운동과 환불 조치 등 사회적 반향도 상당했다. 정부는 위해평가를 거쳐 제품 안전성을 강조했으나, 피해를 ‘체감’한 여성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결국 환경부와 식약처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 협의단이 구성됐고, 3단계에 걸친 체계적인 건강영향조사가 이뤄졌다. 그 조사의 주요 결과가 이번에 발표된 것이다.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건강 피해 사이 ‘유의한 관련성’을 찾으려는 역학 연구는 예비조사(2018년), 건강 피해 관련성 예비평가(2019년 전국 1만6천명 여성 대상)를 거쳐, 패널조사(2020년)를 통해 관련성을 본격적으로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패널조사에 참여한 여성 2600여명은 10개월 동안 생리일지를 작성해 꼼꼼한 조사를 도왔다.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일회용 생리대에 함유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리통, 생리혈색 변화, 외음부 트러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짚었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 2만여명과 연구진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인과 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고 “초기 단계 연구”라며 연구 결과 중요성을 희석하려는 듯한 정부 발표는 혼란스럽다. 두 부처가 함께 추가 연구 필요성을 협의하겠다면서도, 해당 화학물질은 인체에 “위해한 수준은 아니며,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일회용 생리대 사용에 따른 불편 증상은 물리적 자극, 개인의 질병력 같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도 강조한다.

정부 발표에 실망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위해평가로는 독성이 잘 알려진 개별물질로 인한 피해만 짐작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3년 동안 진행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발표됐는데, 정부 스스로 ‘인과 관계를 밝히지 못한 초기 단계 연구’라며 굳이 의미를 폄훼해야 할까.
일회용 생리대 화학물질이 여성들이 호소해온 증상과 관련성이 있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어떻게 개선할지 노력하면 될 일이다.

이제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독성 조사와 체내 노출평가 등을 통해 여성들의 피해와의 인과성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후속 역학조사도 추진해야 한다. 당국의 구체적인 후속조치 마련을 촉구한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여성환경연대 소속 단체 회원들이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성역 없는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 제공
지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여성환경연대 소속 단체 회원들이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성역 없는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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