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석면 철거공사 학교 개학 한달인데…총리 질타 받고 나서야 안전대책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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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7 16:41
[기자의 눈]석면 철거공사 학교 개학 한달인데…총리 질타 받고 나서야 안전대책
한국일보 2017 9 22
“석면 잔재를 다시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제까지 혼자서만 유난을 떤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석면이 나온다면 개학하고 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석면에 그대로 노출된 것 아닌가요? ”
교육부와 환경부, 고용노동부가 9월 초부터 여름방학 중 석면 철거공사를 진행한 모든 학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석면 감시단 활동을 했던 학부모들은 정부 검사에서 석면이 재확인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앞섰다고 했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실태조사 중간 결과 233개교 중 140개교에서 석면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검출됐다. 이 중 분석을 완료한 36개교 모두 기준치 이상의 석면이 나왔다. 교육부가 실태조사 직전 각 학교에 정밀 청소를 지시했지만 소용없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한 지 한 달이 흐른 22일, 뒤늦게나마 안전관리 대책이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각 부처 장관들이 모이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늑장 대처를 질타한지 하루 만이다.
교육부와 환경부는 공기 중 석면 농도와 잔존물 검사를 진행한 뒤 석면 철거 교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학부모들의 검사 참여를 보장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석면 조사ㆍ해체 과정에서 드러난 법 위반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행정ㆍ사법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부실 감리인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얼마나 노출돼야 병에 걸린다는 명확한 기준도 없고 환자들이 언제 노출됐는지 파악하기도 힘든 석면 질환의 심각성을 이제라도 깨달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범 정부적’으로 마련된 이 대책이 얼마나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교 관리는 교육부가, 석면 해체와 감리는 고용노동부와 환경부가 각각 맡고 있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총리실에서 나서기 전까지 미온적이었던 각 부처의 태도도 어쩌면 누군가 나서서 ‘키’를 잡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총리가 나서야만 움직일 거라면, 이제라도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는 이 총리의 말처럼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 문제는 부처들이 미적대며 책임을 서로 미룰 만큼 그리 한가한 사안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