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적 합의 가능성 보인 삼성 백혈병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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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회적 합의 가능성 보인 삼성 백혈병 문제

최예용 0 5121

[사설]사회적 합의 가능성 보인 삼성 백혈병 문제

 

경향신문 2015 7 24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어제 조정권고안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반도체 직업병 보상을 위한 공익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조정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그동안 협상을 해온 3주체가 모두 참석했다. 아직 완전히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오랜 갈등 과제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리게 됐다는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조정안의 내용에서 합리적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조정안은 피해 보상 주체를 가해 당사자인 삼성전자가 아니라 독립적,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익재단으로 했다.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재단 이사회는 법률가, 시민사회, 산업안전보건 전문가의 추천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사회적 기구의 성격을 가진 공익재단이 보상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됨으로써 삼성 측으로서는 부담을 덜고 피해자에게는 신뢰와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이다. 삼성전자와 한국반도체협회에 공익적 성격의 기부를 권고해 공익재단을 위한 기금을 마련케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보상 기준을 2011년 1월1일 이전 삼성전자 관련 사업장 근무자로 제한한 것이라든가 보상 개념을 사전적 의미를 넘어 사회구조적 차원으로 넓힌 점 등도 조정위의 노력과 고민의 결실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번 조정안이 나온 과정이다. 삼성 백혈병 사태는 2007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반올림의 문제 제기로 불거졌다. 8년 동안 국가의 제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제3의 중재기구를 제안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해 12월9일 조정위가 구성되면서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삼성과 가족위, 반올림의 입장차가 너무 커 5차례 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정안은 국가 제도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사회적 합의로 풀어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문제 해결을 사회적 합의에 기대는 것 자체는 곧 제도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타협을 산업재해와 환경성 질환 등과 관련한 제도 보완에 나서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세 협상 주체는 조정안에 완전한 합의를 이뤄 사회적 갈등 해결의 좋은 본보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 비슷한 사례를 푸는 모델로도 확산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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