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정책 전환 로드맵 속에 폐로 문제 함께 논의 돼야
경향신문 2014 8 9
이유진 |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원전 정책이 전환기에 들어섰다. 가동 중인 23기 원전 중 10기가 2020년대에 설계수명이 끝나게 된다. 37년째 운영 중인 고리1호기는 노후화와 잦은 고장 때문에 즉각 폐쇄하자는 여론이 높다. 한수원은 원전 수명연장을 ‘안전하게 정비한 자동차’에 비유하는데, 현재 도로에서 운행 중인 1978년산 자동차는 거의 없다. 이제는 본격적인 폐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경향신문 ‘눈앞에 닥친 원전 폐로’ 기획은 원전 폐로에 관한 법률부터 기술·방법·비용이 준비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고리1호기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2007년과 그 이후, 왜 이토록 한국 사회는 폐로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이명박 정부에서는 원전 확대와 수출에 몰두해 폐로와 사용후핵연료 처분 논의는 거의 중단됐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5년이었다.
원전은 건설부터 폐로까지 복잡하고 또 위험하다. 짓는데 최소 10년이 걸리고, 30~50년을 가동한 뒤 해체하는 데 최대 60년이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는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비와 갈등, 방사능 사고 위험, 후세대로 전가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까지 감안하면 원전이 경제적인 에너지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수명이 남아있어도 경제성 때문에 폐로를 했지만, 한수원은 원전 수명연장이 경제적이라 주장한다. 월성1호기 수리비용(2009년 6000억원)이 폐로비용만큼 들었는데도 말이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2035년까지 원전 11기 건설과 7GW 추가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폐로와 동시에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면 폐로 과정에서 얻는 사회적 학습효과는 없어진다.
우리 사회에는 원전에 관한 숙제가 산적해있다. 고리1호기·월성1호기 수명 연장과 삼척·영덕 신규 원전 건설 문제가 있고,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과 원전 수출산업 지속 여부도 현안이다. 따라서 원전 폐로는 원전정책의 방향 설정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한수원의 원전부품비리가 잇달아 터지면서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에너지정책에서 원전이 어떤 역할을 할지 국민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폐로를 위한 기술·인력 충원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고용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 폐로 정책은 원전정책 전환을 위한 로드맵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