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에서 이런 일 벌어졌다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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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7 21:11
[한삼희의 환경칼럼] 옥시에서 이런 일 벌어졌다
조선일보 2017 1 17
판결문 속 놀라운 사실들
PHMG 제품 개발하면서 '흡입 독성 실험 필요'… 전문가들 촉구 묵살
'아이도 안심' 광고 후 '검증 자료 없다'는 내·외부 지적들 외면
지난 6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일곱 명이 징역 7~5년, 일곱 명이 금고 4~3년, 두 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두 건으로 진행된 재판의 총 362쪽 판결문을 들여다보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 꽤 있었다. 옥시에서 벌어졌던 일 중심으로 기록해본다.
〈'가습기당번' 등장〉 1996년 겨울철 특화 제품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기획했다. 독일 멜리타(Melitta)사가 프리벤톨이란 물질을 원료로 만들어 팔고 있던 제품을 수입하려 했는데 조건이 맞지 않았다. 옥시는 1997년 프리벤톨을 들여와 직접 '가습기당번'을 제조해 판매했다. 멜리타는 옥시에 '독일(저온증발식)과는 다른 방식인 한국의 초음파 가습기에 프리벤톨을 쓰려면 별도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옥시는 1997년 미국 연구소(Leberco Celsis)에 실험을 의뢰했고 괜찮다는 통보를 받았다.
〈신제품 개발〉 '가습기당번'은 하얀 가루가 남는 부작용이 있었다. 옥시는 원료 교체를 검토했다. 1998년 3월 화학물질 중개상이 SK케미칼에서 생산한 PHMG를 제안했다. 플라스틱이나 페인트 등에 넣는 항균제였다. 입으로 섭취하거나 피부 접촉 시의 독성은 약한 물질이었다. 들이마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물질은 아니어서 흡입독성 실험을 한 적은 없었다. SK케미칼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밀폐 장소에서 누출되거나 증기 발생 공정에선 공기호흡기나 방독면을 착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1999년 5월 제품 공동 개발을 추진하던 업체 대표로부터 '가장 큰 문제는 흡입독성 데이터 확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흡입독성 실험을 해주는 곳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2000년 10월 PHMG 원료의 '가습기당번' 신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포장엔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그해 11월 해외 연구소(Leberco Celsis, SafePharm 등)와 흡입독성 실험을 놓고 접촉해보다가 흐지부지됐다.
〈'가습기당번' 등장〉 1996년 겨울철 특화 제품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기획했다. 독일 멜리타(Melitta)사가 프리벤톨이란 물질을 원료로 만들어 팔고 있던 제품을 수입하려 했는데 조건이 맞지 않았다. 옥시는 1997년 프리벤톨을 들여와 직접 '가습기당번'을 제조해 판매했다. 멜리타는 옥시에 '독일(저온증발식)과는 다른 방식인 한국의 초음파 가습기에 프리벤톨을 쓰려면 별도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옥시는 1997년 미국 연구소(Leberco Celsis)에 실험을 의뢰했고 괜찮다는 통보를 받았다.
〈신제품 개발〉 '가습기당번'은 하얀 가루가 남는 부작용이 있었다. 옥시는 원료 교체를 검토했다. 1998년 3월 화학물질 중개상이 SK케미칼에서 생산한 PHMG를 제안했다. 플라스틱이나 페인트 등에 넣는 항균제였다. 입으로 섭취하거나 피부 접촉 시의 독성은 약한 물질이었다. 들이마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물질은 아니어서 흡입독성 실험을 한 적은 없었다. SK케미칼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밀폐 장소에서 누출되거나 증기 발생 공정에선 공기호흡기나 방독면을 착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1999년 5월 제품 공동 개발을 추진하던 업체 대표로부터 '가장 큰 문제는 흡입독성 데이터 확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흡입독성 실험을 해주는 곳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2000년 10월 PHMG 원료의 '가습기당번' 신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포장엔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그해 11월 해외 연구소(Leberco Celsis, SafePharm 등)와 흡입독성 실험을 놓고 접촉해보다가 흐지부지됐다.
1월6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이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 존리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임성주군과 어머니 권미애씨를 비롯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영국 레킷벤키저 인수 후〉 옥시는 2001년 3월 레킷벤키저에 인수됐다. 고객상담센터엔 신제품의 부작용 호소나 유해 가능성 문의들이 접수됐다. 옥시는 2003년 말 상품명을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으로 바꾸면서 포장에 '살균 99.9%-아이에게도 안심' 문구를 추가했다. 옥시연구소 연구원이 '살균 성분이 들어 있어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무시됐다. 2005년 12월 마케팅 부서에서 '아이에게도 안심' 문구가 괜찮은 건지 다시 컨펌 바란다는 요청이 연구소로 접수됐다. 연구소장은 그 문구를 빼버리면 제품 콘셉트 자체가 달라진다며 그냥 사용토록 했다.
2007년 말 법규 인허가 부서 팀장 전모씨가 '살균 99.9%-아이에게도 안심' 문구는 무슨 근거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를 했다. 연구소장은 '동물 투여 실험에서 인체 안전성이 확인됐고 휘발성도 낮아 별문제 없다'고 답변했다. 전씨는 꺼림칙했던지 연구소 측에 이메일로 '효능·안전에 대한 책임은 연구소가 지라. 우린 인허가만 맡겠다'고 통보했다.
2008년 1월 GS리테일로부터 '인체 안전성 검증 자료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기관에서 검사했는지 알려달라'는 문의가 접수됐다. 비슷한 시기 KBS의 소비자 고발 프로에서 '살균제 성분이 뭐냐, 인체 안전성 실험 결과는 있느냐'며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종합하면, 옥시는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다.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안전성 검증을 촉구하는 내·외부 지적을 여러 번 묵살했다. 옥시 제품이 인기를 끌자 세퓨·홈플러스·롯데마트가 흉내를 냈다. 그 참혹한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