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LG의 공해 수출과 이중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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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LG의 공해 수출과 이중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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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LG의 공해 수출과 이중 기준(최예용, 프란치스코, 환경보건학자)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6월 28일자 


요즘은 ‘공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환경 오염’이라는 말을 쓴다. 지금은 환경 운동이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공해 추방 운동이라고 했다. ‘공해 수출’이라는 말이 있다. 공해 문제를 일으키는 산업 시설이나 낙후 기술을 외국으로 수출한다는 뜻이다. 1970년대 일본에서 미나마타병, 이타이이타이병, 요카이치 천식 등 대규모 공해병 사건이 빈발했을 때 공장들을 해외로 옮겼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공해 수출된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의 온산공단이다. 

공해 수출의 핵심은 자신들이 겪던 공해 문제를 다른 나라로 전가하고, 생산품만 가져와 사용하는 것이다. 매우 비윤리적인 짓이다. 공해 시설을 수입하는 나라는 어떻게 해서든 경제 발전을 위해 선진국의 공해 산업을 들여온다. 울산 시내 공업탑에는 ‘공장 굴뚝의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을 때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다’는 식의 선언문이 새겨져 있다. 

공해 수출의 진짜 문제는 공해 문제를 제어하고 노동자와 주민 건강을 보호하는 제도와 기술은 쏙 빼놓고 공해 설비만 옮긴다는 점이다. 기계만 달랑 들여오니 공해를 팔아먹은 나라들이 겪었던 피해가 공해 수입국에서 그대로 재연되거나 더 크게 발생한다. 바로 공해 수출이 갖는 이중 기준 문제다. 선진국 노동자와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후진국 사람들을 볼모로 하는 셈이다. 온산병 사건이 바로 그런 결과였고, 요즘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미국의 흑인 인권 문제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다. 

일본은 2006년부터, 한국은 2009년부터 신규 석면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아직도 석면 제품을 만들어 판다. 현재 가동되는 석면 공장의 상당수가 일본과 한국에서 공해 수출된 것이다. 우리가 공해 수출한 석면 공장을 가동하는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이웃 나라의 노동자와 주민이 겪어야 할 석면 피해는 우리와 무관한 걸까? 

지난 5월 7일 새벽 2시경, 인도 중부 해안도시 비샤카파트남에 있는 LG화학의 플라스틱 원료 공장에서 스타이렌이란 발암 물질 800t이 누출됐다. LG 공장은 비상 사이렌도 울리지 않아 인근 주민은 잠자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사고 당일 6세 어린이 등 12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의 주민이 병원에 실려갔다. 그 후로도 3명이 더 사망했다. 상수도와 반경 3㎞ 지역이 오염됐다. LG가 그동안 공장의 안전시설을 매우 소홀히 한 인재라는 인도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LG는 최선을 다해 피해를 수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 및 대책에 대해 제대로 된 발표도 한 번 하지 않았다. 코로나19를 핑계로 한국 언론이 현지 취재를 하지 않아 그저 이 사건이 잊히기만을 바라는 눈치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LG가 인도 공장 주민 사망 사건을 일으킨 과정과 사고 이후의 대응 과정은 오래된 용어인 공해 수출과 이중 기준을 떠올린다. 인도 사람들은 2020년 LG 가스 누출 사고를 1984년 미국 농약 기업 유니언카바이드가 인도 보팔에서 일으킨 세계적 환경 사건이자 공해 수출의 대명사인 보팔 참사에 견줘 ‘또 다른 보팔 참사’라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한국에서만 발생한 이유 중 하나가 영국기업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해 제품 안전 확인도 않고 한국에서만 가습기 살균제를 415만 개나 만들어 판 이중 기준이었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살균제인 바이오사이드 규제 때문에 가습기 물통에 농약인 살균제를 섞어서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제품을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지금도 계속되는 환경 문제가 공해 수출과 이중 기준이다. K-방역으로 높아진 한국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제다. LG는 인도 공장 주민 사망 사고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해결해야 한다. 인도든 한국이든 주민과 노동자의 건강 피해를 아무런 차이 없이 대처해야 하는 건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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