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천식 등 피해자들, 옥시 상대 억대 손배소
6일 서울중앙지법에 억대 손배소 제기
폐질환에 비해 천식 등 피해 배상 안돼
"같은 비극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마음"
사진【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2016년 8월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판매 기업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특위의 영국 방문 방해한 옥시레킷벤키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가습기 살균제 등을 써서 천식 등의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피해자들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피해자들이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폐질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이뤄졌지만, 천식 등의 피해자들에는 아직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모씨 등 피해자 6명은 7일 오전 11시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는 모든 피해자에 정당한 배상을 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옥시를 상대로 2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했다.
피해자들은 "1999년부터 2009년 사이에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등 가습기 살균제를 써서 천식 등의 건강상 피해를 입었다"며 "오랜 기간 사회와 가정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정신적·경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힘겹고 긴 조사과정 끝에 정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았지만, 이미 10여년에 이르는 치료에도 완치될 수 있다는 보장없이 평생을 고통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옥시는 자신이 만들어 파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소비자들에게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서 판매해 영리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가해자로서의 책임 있는 사과나 배상은커녕 폐질환과 관련된 일부 피해자들에게만 개별적으로 배상과 합의를 진행했다"며 "저희는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강조했다.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은 독성 화학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나딘)'를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이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천식 등의 피해를 인정받았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 손상 간 인과관계 여부에 따라 피해 정도를 1단계는 '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는 '가능성 높음', 3단계는 '가능성 낮음', 4단계는 '가능성 거의 없음'으로 구분하고 있다.
앞서 옥시는 정부의 조사결과에 따른 1·2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실시해 개별 피해자 배상에 약 1450억원, 정부 특별구제기금 674억원 등 2100억원 규모를 배상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신현우(71) 전 옥시 대표는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