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숨-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 ⑧]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윤미애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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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숨-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 ⑧]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윤미애씨의 이야기

최예용 0 4991

첫째는 죽고, 아내는 산소호흡기... 단란한 가족에 닥친 비극

[빼앗긴 숨-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 ⑧]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윤미애씨의 이야기


2017 6 14 오마이뉴스, 최예용 

 

'안방의 세월호' '단군 이래 최대의 환경병'으로 일컫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환경 비극입니다. 피해자가 나온 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지도 6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의 전체 진상, 피해 배상, 재발 방지 대책 등과 관련해 해결된 부분보다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시대를 맞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빼앗긴 숨-가습기살균제 참사 이렇게 해결하자'란 연재물을 공동으로 기획해 10여 차례 싣습니다. 연재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다룰 것입니다. 

여기엔 피해와 진상 규명, 그리고 피해 배상, 재발 방지 대책 등이 포함됩니다. 또 정부와 국회, 사법당국, 전문가, 시민사회,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자세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습니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눈물의 편지도 몇 차례 싣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 기자 말

사진, 2017년6월9일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병실에 입원중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윤미애씨. 5월초 응급실에 실려온 직후 목을 절개해 산소호흡기를 삽입해 겨우 목숨을 건졌고 이후 폐이식 수술을 받고 1인실에서 회복중이다
▲  사진, 2017년6월9일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병실에 입원중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윤미애씨. 5월초 응급실에 실려온 직후 목을 절개해 산소호흡기를 삽입해 겨우 목숨을 건졌고 이후 폐이식 수술을 받고 1인실에서 회복중이다 
ⓒ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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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서울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 병원

 

"… … …" 병상에 누운 윤미애씨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옆을 지키는 남편 김진국씨가 '통역'을 해준다.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었대요." 세상에... 그러고보니 산소호흡기가 윤미애씨의 코가 아닌 목에 연결되어 있다. 

"… … …" 다시 윤미애씨가 소리나지 않는 말을 한다. "(지난 5월 초) 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는데 환자가 숨을 거의 쉬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급했던지 곧바로 목을 절개해 튜브를 꽂고 산소호흡기를 넣었다더라고요." 그리고 윤미애씨는 이후 일주일간 기억이 없다. 생사를 오간 일주일이었다. 

목 절개해 산소호흡기 꽂고, 폐 이식 받기까지...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잃고 '피를 밖으로 빼내 산소를 강제로 투입해주는 생명연장장치'인 에크모를 장착한 윤미애씨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폐 이식이었다. 작년부터 폐 이식 수술이야기가 나왔지만 산소호흡기를 달고 어느 정도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는 폐 이식을 위한 기증을 받는 순위가 뒤로 밀렸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호흡곤란을 일으킨 중환자들에게 에크모는 '세상과 작별하는 마지막 코스'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에크모는 강제로 산소를 주입하는 기계장치라서 몸이 버텨내지 못해 2~3주 이내에 폐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하고 만다. 윤미애씨는 폐 이식 대기 영순위가 되었고 19일을 기다린 끝에 사고사를 당한 40대 초반 여성의 폐를 이식받을 수 있었다. 수술 후 5일간 중환자실에서 있다가 5월 27일 1인실 병실로 옮겨졌다.  

"119구급차 탄 날, 산소호흡기의 산소 포화도가 얼마나 떨어졌어요?" 
"20~30%대로 떨어졌어요, 아침부터 화장실 다녀오고 계속 힘들어하다가 12시쯤 돼서 도저히 안 돼 아버님 불러서 애들 부탁드리고 119탔어요, 보통 때는 97~100 나오다가 화장실 다녀오고 하면 70~80%였었고요... 그때는 밥 먹고 하는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었어요, 하다못해 애들이 밥도 챙겨주고 앉아서 식사도 못 하고 누워서 밥을 먹었거든요. 폐 이식 대기 순위는 3월에 정기검진 때 동맥혈수치가 확 떨어지면서 그때부터 1순위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근데 좀 오랜 기간 누워 있어서 몸무게도 더 빠지고 근력도 사라져서 지금 걷는 것부터도 재활 중입니다." 

윤미애씨를 만나고 집에 온 뒤, 그와 문자로 주고 받은 대화내용이다.  

2016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환경피해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작은 선물을 전하는 환경산타 프로그램으로 김포에 사는 윤미애씨 집을 방문했을때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윤씨가 단란했던 가족 캐리커쳐 그림을 보여주고있다. 2007년에 하늘나라로 간 첫째아이는 그림에 없다.
▲  2016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환경피해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작은 선물을 전하는 환경산타 프로그램으로 김포에 사는 윤미애씨 집을 방문했을때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윤씨가 단란했던 가족 캐리커쳐 그림을 보여주고있다. 2007년에 하늘나라로 간 첫째아이는 그림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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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죽고, 엄마는 산소호흡기 사용했지만... 판정은 3~4단계

윤미애씨의 병실에 들어가기 전 병실 앞 휴식공간에서 잠시 남편 김진국씨를 만났다. 김진국씨는 한숨을 쉬면서 한 달 병실료만 1500만 원이 나왔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1인실에서의 하루 입원비용은 50만 원이란다. 폐 이식 환자는 감염 우려 때문에 반드시 1인실에서 지내야 한단다. 앞으로도 최소 한 달 이상 하루 50만 원짜리 병실을 써야 하는 형편이다. 

2004년 결혼한 두 사람은 2005년 11월 첫째 아이를 출산했다. 그런데 아이가 아팠다.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이라는 희귀병이라고 했다. 신생아와 함께 윤미애씨의 병원생활이 시작됐다. 집에서 갖고온 가습기를 침대 머리맡에 두고 틀었다. 당시에 유행하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란 이름의 가습기살균제를 사다 넣었다. 1년 동안 병원에 입원했지만 아이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영아연축', '폐렴',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패혈증'의 다양한 진단이 나왔고 결국 아이는 2007년 1월 세상과 작별했다. 2007년과 2010년에 둘째와 셋째를 낳았다.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는 2011년 1월까지 구입해 사용했다. 다행히 마지막 구입한 영수증을 보관중이다. 2014년 9월부터 윤미애씨는 살이 빠지고 마르기 시작했다. 2015년 가을부터는 숨이 가빠졌다. 집에서도 산소호흡기를 사용해야 했다. 2016년초 폐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3월에는 폐이식을 위한 사건검사도 받았다. 그런데 4월에 환경부로부터 나온 판정은 3단계 '가능성 낮음'이었다. 사망한 첫째는 4단계 '관련성 거의 없음'이었고, 둘째는 3단계, 셋째는 4단계였다(3, 4단계 피해자는 국가에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윤미애씨가 다니던 세브란스 병원의 호흡기내과 주치의에게 환경부의 판정결과를 말했더니 의사는 진단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넣어주었다. 

"chest CT병변이 미만성 중심성이며 10년에 걸처 서서히 진행하고, 양상은 전형적인 가습기살균제 폐질환의 만성적 유형과 일치하고, 출산후 살균제 사용 병력이 확실히 있어(5년 영수증) 이는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폐이식을 해야 생존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다시 판정해주시길 바랍니다." 

2016년 10월에 뗀 윤미애씨의 진단서의 병명은 '폐 섬유증', '상세불명의 기흉', '화농성 만성 기관지염' 등 3가지였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윤미애씨 주치의가 발급해준 진단서의 내용
▲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윤미애씨 주치의가 발급해준 진단서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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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반기에 3~4단계 판정이 나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6~7명이 두 달간 매주 모여서 각자의 피해사례를 분석하고 논의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때 김진국씨는 "환경부의 판정은 결국 제 처와 아이 셋 모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가 아니라는 이야기잖아요. 아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도 하지 않은 사람 취급을 한 거예요"라고 분통이 터진다며 답답해 했다. 

김진국씨의 직업은 공항버스 기사다. 새벽에 나가서 심야까지 12시간 넘게 일한다. 요즘에는 퇴근길에 병원으로 가서 아침까지 아내를 돌본다. 장모님과 교대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을 살피고 눈을 붙인다. 집안일은 본가 어머니가 봐주신다. 양가 부모님이 고생이다. 돈도 돈이지만 아내가 폐 이식 수술을 받았으니 제대로 숨쉬고 살이 불어 예전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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