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20]미세먼지 속 마라톤대회, 좀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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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20]미세먼지 속 마라톤대회, 좀 참아주세요

최예용 0 3598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미세먼지 속 마라톤대회, 좀 참아주세요onebyone.gif?action_id=bf2e8d275f8eab78fab1fcc004ad053


아무리 건강한 성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수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최악의 대기오염 속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겨우내 마라토너들이 봄철 열리는 각종 마라톤경기를 준비하고 고대해 왔겠지만 맑고 깨끗한 상태에서 즐기기 바란다. 


3월 1일 나쁨(강원, 인천, 경기북부, 세종, 충북, 전북, 대구, 경북), 3월 2일 나쁨(강원), 3월 4일 나쁨(강원영서, 수도권, 강원영동, 세종, 충북), 3월 5일 나쁨(경기북부, 강원영서, 충북, 수도권, 세종, 전북), 3월 9일 나쁨(강원영서, 충북, 전북), 3월 10일 나쁨(제주, 수도권, 강원영서, 충북, 전북), 3월 11일 나쁨(경기북부, 강원영서, 수도권, 세종, 충북, 충남), 3월 12일 나쁨(경기, 수도권, 강원영서, 충청, 전북), 3월 13일 나쁨(수도권, 강원영서, 충청권, 전북), 3월 17일 나쁨(수도권, 강원영서, 충청, 전북), 3월 18일 나쁨(수도권, 강원영서, 세종, 충청, 전북, 부산, 울산), 3월 19일 나쁨(수도권, 강원, 충청, 호남, 영남), 3월 20일 나쁨(수도권, 강원영서, 충청, 광주, 전북, 부산, 울산), 3월 21일 나쁨(수도권, 강원영서) 

이상은 3월 들어 필자의 휴대전화로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전송한 ‘전국 미세먼지 예보 안내’의 내용들이다. 거의 매일 또는 사나흘 사이로 수도권과 강원, 충청권은 빠지지 않고, 다른 지역들도 간간이 포함된 상태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되었다. 서울시도 별도의 문자 예보 서비스를 하는데 3월 20일 오후 6시25분에 ‘20일 18시 현재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하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뜨더니, 약 3시간 후인 오후 9시14분에는 ‘20일 21시 서울시 전역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실외활동 및 차량운행 자제/서울시’라는 문자가 전달됐다. 이 주의보는 14시간 후인 21일 오전 11시에야 해제됐다. 경기도에서 보내는 대기오염 문자서비스 내용은 이보다 더 많다. 경기북부와 경기남부가 서울로 나누어져 있는 데다 일산, 김포지역이 포함된 경기북부지역의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오염농도가 높아지는 특성 때문이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수도권에 미세먼지 '나쁨' 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3월 17일 오전 서울 63스퀘어에서 한 직원이 창문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최악의 시기에 치르는 마라톤대회 

3~4월은 마라톤의 계절이다. 마라토너들은 겨우내 훈련해오며 이때를 기다린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봤듯 3~4월은 미세먼지가 최악으로 치닫는 시기이기도 하다. 편서풍을 타고 중국쪽으로부터 오염물질이 계속 유입된다. 난방연료의 사용이 계속되고 한겨울보다 차량운행량이 늘어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시기라는 점에다 대기가 순환되거나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기후적 영향이 겹쳐서 나타나는 문제다.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2016년 4월 23일은 토요일이었다. 그날 밤 10시에 경기도 김포와 고양 일대에 미세먼지(PM10) 경보가 발령되었다. 1시간 측정농도는 368㎍/㎥(이하 단위 생략)였다. 한 시간 뒤인 밤 11시에는 경기도 성남, 안양, 안산지역에도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었다. 서울지역에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전날밤 10시 강남구의 오염수치는 474를 기록했다. 지금껏 대한민국이 경험해보지 못한 수치로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베이징의 스모그 수준이었다. 대기오염 경보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도권에서 처음 발령된 최악의 대기오염 사태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미세먼지 경보는 4월 23일 토요일 아침 9시 대구에서 발령되었다.

필자는 토요일 밤 11시45분에 성명서를 냈다. 제목은 이랬다. “최악의 대기오염 속에 치러지는 조선일보 마라톤대회, 당장 취소하라. 서울시와 경기도는 차량2부제 실시하라.” 성명서는 앞의 미세먼지 경보 발령을 알리면서 긴급한 메시지를 담았다. 

“작금의 대기오염 사태는 국내의 오염에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겹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국이 원인이네 국내 오염이 원인이네 하고 따질 겨를이 아니다. 당장 문제를 완화시킬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은 각각 1급 발암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가 2013년에 결정했다. 석면이나 담배 또는 경유차 매연과 같은 수준의 발암물질이라는 말이다. 강남구의 474 오염도는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 474 오염상태의 강남구 지역에서 성인이 1시간 숨쉬는 동안 들이마시는 미세먼지의 양은 담배연기가 꽉 찬 밀폐된 방에서 4시간10분 동안 들어가 숨쉬며 들이마시는 담배연기의 양과 같다. 미세먼지와 담배연기는 모두 입자가 비슷하게 미세하고 둘 다 1급 발암물질이다. 오늘 23일(2016년) 토요일 이렇게 오염이 심한 상태에서도 마라톤과 같은 야외행사가 진행되었다. 유치원 어린이들의 야외행사도 치러졌다. 어쩌려고 이러는가? 대기오염 전문가 수원대 장영기 교수는 ‘당국에서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면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하지만, 마라톤과 같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최소 서너 시간 동안 뛰면서 호흡량이 급격히 많아지는 활동을 자제시키지 않으면 어떤 안전조치도 소용없게 된다, 큰일이다’라고 말했다.(중략) 

24일 일요일(2016년) 서울시내 전역에서 새벽 5시부터 6시간가량 ‘조선일보 서울하프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아무리 건강한 성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수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렇게 최악의 대기오염 속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겨우내 마라토너들이 봄철 열리는 각종 마라톤경기를 준비하고 고대해 왔겠지만 이건 아니다. 연기하여 맑고 깨끗한 상태에서 즐기기 바란다. 조선일보 측은 당장 경기를 취소하고 참가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2016년 4월 23일 밤 10시 서울 전역의 대기오염 ‘매우나쁨’ 상태 / 서울시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16년 4월 23일 밤 10시 서울 전역의 대기오염 ‘매우나쁨’ 상태 / 서울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웃지 못할 ‘마스크를 한 마라토너’ 

 

이 성명서는 필자가 지난 3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오면서 발표한 수백 개의 보도자료 중에서 가장 밤늦은 시간에 발표된 것이다. 보도자료란 언론보도를 목적으로 내는 것으로 밤 11시가 넘은 시간은 이미 다음날 조간신문의 마감이 끝났고, 저녁시간의 방송보도도 마무리된 시점이다. 따라서 아무도 그 시간에 보도자료를 내지 않는다. 사실상 의미없는 행위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다급했다. 하필이면 자정으로 가면서 오염경보가 계속 확대되고 있었고, 다음날 새벽에 도심에서 마라톤이 열리는 상황이었다. 환경운동연합에 연락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공동 성명서를 밤중에 내고 새벽에 마라톤 현장에 나가서 일인시위를 하자고 제안했다. 염형철 사무총장이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알고 있는 조선일보 기자에게 성명서를 보내고 상황을 알렸는데 마라톤 실무는 보도부서가 아닌 사업부서라서 어쩌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일요일 새벽 평소에 입지 않는 양복을 챙겨입고 일인시위 물품을 들고 집을 나섰다. 주최측은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무대에서 노래와 음악을 세게 틀면서 마라톤 행사 분위기를 띄웠다. 환경운동연합 염 총장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필자는 시청앞 대기오염 전광판 아래에서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수천명의 마라토너들이 달리면서 일인시위자를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적지 않은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한 마라토너’, ‘마스크를 한 교통경찰’, ‘양복 입고 방복면 쓴 일인시위 환경운동가’. 그날 아침의 진풍경이었다. 

 

한밤중에 보낸 보도자료를 보고 연합뉴스와 오마이뉴스 사진기자가 취재를 나왔고, 이들의 보도사진은 마라톤 행사가 끝나기 전에 인터넷에 올랐다. 경찰은 이날 행사에 참가한 마라토너와 행사관계자들이 7000명에서 1만명이라고 발표했다. 마라톤 행사를 막지는 못했지만 환경운동가의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전달되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귀가했다. 헌데 환경보건시민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서란의 조회수가 하루종일 상승해 일요일 오후에 무려 1000클릭을 상회했다. 상근자 2명의 작은 환경단체 홈페이지로서는 기록적인 수치였다. 마라톤이 진행된 오전 내내 클릭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대기오염을 우려한 마라토너의 가족들이 조회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작년의 해프닝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 나쁨의 예보 속에서 국제마라톤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차량2부제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루 걸러 전해지는 미세먼지 ‘나쁨’ 예보는 일상이 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년 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에서 한국이 회원국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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