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숨이안쉬어져 23]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 재발방지 “환경부와 식약처로 생활용품 관리 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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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숨이안쉬어져 23]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하> 재발방지 “환경부와 식약처로 생활용품 관리 이…

최예용 0 4305

<주간경향>·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 기획 가습기 살균제 참사 기록 ‘엄마, 숨이 안 쉬어져’](23)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하> 재발방지 “환경부와 식약처로 생활용품 관리 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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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 걸리면 의사는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따라 처방을 낸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라는 조언을 하거나 건강 교육 따위를 한다. 재난이나 안전사고, 환경병이나 산재·직업병이 생겨도 이와 거의 같은 과정을 거친다. 재난이나 사고의 경우에도 원인, 즉 진상규명을 먼저 한다.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나면 피해자를 가려낼 수 있고, 피해 판정에 따라 피해구제나 피해배상을 하게 된다. 이것으로 사안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법을 만들며 위해요인 감시와 교육·홍보가 필요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는 괴질 또는 원인미상 간질성(間質性) 폐질환이었다. 한데 원인을 찾고 보니 놀랍게도 가습기 물의 미생물을 없애주거나 서식을 하지 못하게끔 하고 물때도 없애주는 안전한 물질이라고 제조·판매기업이 요란하게 광고·선전하던 가습기 살균제였다. 이 질병에 걸리지 않는 길은 단 하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는 수밖에 없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시중에 팔린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수거하면 상황은 끝난다.

 

실제로 정부가 그런 조치를 하고 난 뒤 사망자는 물론이고 피해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자체를 법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혹 판매하더라도 엄격한 독성시험을 거쳐 팔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를 대폭 강화하는 일만 남았다. 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다른 생활용품이나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biocide)에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화학물질, 특히 생활용품에 쓰이는 화학물질 허가와 사전 독성시험 등을 충분하고도 엄격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전문가들이 참여연대 사무실에 모여 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안종주 제공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전문가들이 참여연대 사무실에 모여 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안종주 제공



“기업에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처벌해야 


이러한 화학물질 사용 규제와 사전 독성시험 강화 등과 같은 직접적인 규제와 함께 제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시중에 유해 제품을 내놓았다가 인명피해를 낸 기업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률전문가와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등이 있다. 또 제품의 결함이나 위해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집단소송제 도입과 소비자 입증책임 완화 등으로 손쉽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부쩍 많아졌다. 이밖에도 화학물질 생활용품의 안전을 관장하는 정부 조직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한 다양한 재발방지 대책 가운데 먼저 소비자생활제품과 화학물질 관리를 소비자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부처가 도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는 전문가가 있다. 독성학자이며 2011년 가을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동물 독성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낸 이종현 박사다. 그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이 맡고 있는 일반 소비자제품과 어린이용품 중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화학물질 안전관리 전문부처인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전면적인 이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박사를 비롯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국회 국정조사에 참여했던 몇몇 전문가는 지난해 7~8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정부부처에 대한 예비조사를 하면서 국민 안전과 건강에 대해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은 산자부의 태도에 적잖이 분노했다. 산자부 고위관료들은 국민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별로 없었다. 대신 기업의 산업활동 지원에만 관심을 쏟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기업활동의 위축을 가져올까봐 전전긍긍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예비조사위원이었던 필자도 같은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이 박사 등의 주장은 한마디로 생활용품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잘할 수 있고 잘할 의지도 있는 곳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양이는 산자부에 해당하고 생선가게는 생활화학물질 안전관리가 되는 셈이다. 

 

둘째, 생활화학물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살생물제 관리법을 새로 제정해 살생물제와 살생물질 함유제품을 통합관리하자는 것이다. 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약칭 화평법)을 뜯어고쳐 화학물질과 화학물질 함유 소비자 제품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전 세계 그 많은 나라 가운데 부끄럽게도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터져 나온 것이 바로 정부의 생활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징벌제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징벌제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현행 산자부 생활용품 관리체계 바꿔야”

재난이나 사고든, 환경병이나 직업병이든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이는 일반 질병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소비자제품 화학물질에 대해 사전예방적 안전점검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화평법에는 현재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평가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화학물질 함유 소비자제품에 대해서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때 사전안전관리의 일차적 책임은 화학생활용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에 있고, 정부는 어디까지나 관리·감독 권한과 이에 따른 책임만 지우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물론 기업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제품 출시 기간도 길어져 결코 달가워 할 수 없는 정책이다. 결국 기업의 눈앞 이익이냐, 소비자의 안전과 생명이냐의 문제가 우리 앞에 과제로 남는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소비자의 안전이 우선이다. 소비자 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진리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보다 기업의 영업이 결코 더 가치가 있을 수는 없다.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분통이 터진 대목은 옥시레킷벤키저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포함해 거의 모든 가습기 살균제 제품 용기에 적힌 제품 설명 내용이 너무나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하 품공법)에 따라 제품명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명에도 가습기 살균제로 표시했기 때문이다. 제품명과 성분명이 결코 같을 수 없음에도 이렇게 버젓이 표시해 놓았다. 가습기 살균제는 용도 성격이지 성분 이름이 될 수 없었다. 옥시 제품의 경우 당연히 성분명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고 했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성분 이름을 표시에서 빼버렸다. 그러니 소비자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이 제품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를 몰랐다. 성분명이 있었으면 적어도 화학이나 독성 전문가, 아니면 의사들이 문헌이나 인터넷을 통해 살균제 성분의 독성이나 유해성 정도를 파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분자화학 박사조차 가습기 살균제에 아이를 잃었다.

이런 잘못된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위해우려제품에 대해서는 성분등록제를 도입해 소비자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제품에 쓰인 모든 성분을 제품 라벨에 표시하는 전성분표시제 대상 품목을 늘려 소비자들이 믿고 제품을 구매·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용품에 쓰인 화학물질 안전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엄마들이 매우 많아졌다. 이들에게는 어린이용품 성분등록제를 도입하는 정책을 선보이면 큰 호응이 일어날 것이다. 

“위해 우려제품 성분등록제 도입해야” 

마지막으로 주의 태만이나 중대과실에 의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처럼 인명피해가 생겼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과 처벌을 위한 법을 새로 제정해 기업들이 자신들이 내놓은 제품의 안전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최대한 사전검증을 하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에도 이런 조항을 넣으려 했으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소비자단체나 환경시민단체 등이 징벌적 책임제를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메기효과’를 생각해서다.

 

다시 말해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생기를 얻는 것처럼 강력한 피해배상·처벌법이 딱 버티고 있으면 기업이 아무리 대충 대충해 돈을 벌고 싶더라도 법이 무서워 제품의 안전 검증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인명 피해 사건이 생겼을 때 유해성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신들의 제품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하는, 이른바 피해입증책임의 완화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방지를 위해 의미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안종주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 (빼앗긴숨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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